[기자수첩] 의료전달체계 개선, 지금이 적기

[기자수첩] 의료전달체계 개선, 지금이 적기대형병원 쏠림과 동네의원 도산 문제의 해결을 위해 지난 2년여 간 진행된 의료전달체계 협의가 마침표를 찍지 못하고 막을 내렸다. 무너진 의료전달체계를 바로 세우자는 환자와 정부, 의료계의 공감대로 시작된 협의체였던지라 성과 없는 끝맺음이 아쉬움을 남긴다.

우리나라는 환자가 의료기관을 이용할 때 일차의료기관(의원급), 이차의료기관(병원급), 삼차의료기관(상급종합병원) 순의 절차를 거치고, 질병정도에 따라 수준별 치료를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한정된 의료자원의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이상적인 의료전달체계는 일차의료기관는 환자의 첫 진료 등 일차의료의 역할을 맡고, 이차의료는 전문 진료와 수술 등을, 삼차의료기관은 가장 높은 수준의 진단과 치료를 담당하는 모습일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의료전달체계가 사실상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환자들은 대형병원에 몰리는 반면, 1·2차 의료기관은 폐업이 속출하고 있다.

이는 각각의 의료기관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도 여부와 상관없이 그 동안 누군가는 과도하게 남의 역할을 대신 해왔을 것이고, 또 다른 누군가는 제 역할을 다른 이에게 뺏겨왔을 것이다. 이를 정리한다는 것은 그 시작부터 그 시작부터 양보가 전제돼있다. 의료기관의 역할을 다시 부여하고, 정리하는 일이 어려운 이유다.

이번 전달체계 개선협의가 무산된 원인으로는 많은 이들이 의사단체 내부 갈등을 지목했다. 외과계는 외과의원에서도 입원과 수술이 가능하도록 단기입원실을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병원계는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또 주치의제도와 관련한 논란도 있다. ‘일차의료강화’의 기본 입장은 모두 동의하지만, ‘어떻게’에 대해서는 이견이 달라지는 부분이다. 

특히 의료전달체계 개선은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강화 정책인 문재인 케어의 성공조건이기도 하다. 비급여의 급여화와 함께 의료비의 적정 의료수가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의료전달체계 정비가 선행돼야 한다. 단순히 수가를 올리는 것이 아니라, 각 유형의 의료기관이 제 역할을 잘할 수 있도록 하는 개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의료계에 따르면, 현재 협의체 활동은 종료됐지만 오는 30일 의료계와 병원계가 합의할 경우 재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언젠가 정리해야 하는 일이이라면 지금이 적기(適期)임을 명심해야 한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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