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정수정 “‘신원호 천재설’, 왜 나오는지 알겠더라고요”


‘배우 정수정’이라는 이름이 조금 익숙해졌다. 그룹 에프엑스(f(x)) 멤버 크리스탈로 연예계 활동을 시작한 이후 꾸준히 연기에 도전한 끝에 얻어낸 소중한 결과물이다.

2010년 MBC ‘볼수록 애교만점’에서 자신의 본명인 정수정 역으로 드라마에 발을 들였다. 이후 MBC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SBS ‘상속자들’, SBS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로 매년 한 편씩 드라마에 출연해왔다. 그때까지만 해도 배우보다는 아이돌 이미지가 더 강했다.

2년을 쉬고 지난해 tvN ‘하백의 신부 2017’과 ‘슬기로운 감빵생활’에 연이어 출연하며 분위기가 바뀌었다. 어느새 주연을 맡아 제 역할을 해내는 동시에 존재감까지 드러내는 배우로 성장했다. 신원호 PD는 그녀의 잠재력을 알아보고 차기작에 과감히 캐스팅했다. 최근 서울 삼성로 SM엔터테인먼트 커뮤니케이션센터에서 만난 정수정은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캐스팅이 처음엔 부담스러웠다고 입을 열었다.

“많이 부담됐어요. 제가 나오는 분량이 적은데도, 혹시나 그 시간이 드라마에 민폐가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정말 많이 했어요. 신원호 PD님은 제게 늘 밝고 친근하고 평범한 이미지를 원하셨어요. 사소한 대사들 사이사이에 웃는 표정이나 사랑스럽게 제혁(박해수)을 봐야하는 눈빛에 대한 고민도 많이 했어요. 어떻게 하면 시청자들이 쉽게 받아들일지 연구했죠. 결과적으로 자연스럽게 나왔던 것 같아요. 편한 환경을 만들어준 PD님과 해수 오빠를 믿고 따라간 덕분이에요.”


정수정의 헤어스타일 변신은 ‘슬기로운 감빵생활’에 임하는 그녀의 태도를 엿볼 수 있는 힌트였다. 정수정은 드라마를 위해 태어나서 처음으로 단발 스타일을 시도했다. 단발 스타일을 원하는 신원호 PD의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신원호 PD에 대한 정수정의 신뢰는 단단했다. 실제 현장에서도 그의 드라마가 성공할 수 있는 이유를 느꼈다고 했다.

“왜 ‘신원호 천재설’이 나오는지 해보니 알겠더라고요. 신원호 PD님은 생각하시는 것, 원하시는 것이 확실하게 있으세요. 저희가 그걸 잘해내면 아무 말 안하시지만, 조금 다른 연기가 나오거나 방향성이 다르면 직접 와서 말씀해주세요. 대사 톤부터 사소한 말투까지 세세하게요. 제가 대사를 여러 가지 버전으로 해보면 이게 좋다, 저게 좋다고 명확하게 말씀해주시죠. 또 촬영팀, 조명팀 등 모든 스태프들이 ‘응답하라 1988’ 때부터 같이 해온 팀이라 호흡이 척하면 척이더라고요. 짧은 장면이어도 매 장면 최선을 다해주셨어요. 결과물이 좋을 수밖에 없다는 걸 느꼈죠.”

‘하백의 신부 2017’과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정수정에게 남다른 작품이다. 배우로서 연기에 몰입하는 첫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이전까지 다른 배우들의 눈물 연기, 분노 연기를 보며 어떻게 그것이 가능한지 궁금해 했다면, 이젠 그 수준에서 벗어났다. 자연스럽게 연기에 재미를 느끼고 욕심도 생겼다.

[쿠키인터뷰] 정수정 “‘신원호 천재설’, 왜 나오는지 알겠더라고요”

“‘하백의 신부 2017’은 연기를 2년 정도 쉬다가 한 작품이에요. 비 오빠랑 했던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가 마지막이었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정말 어렸고, 연기도 멋모르고 했던 것 같아요. 에프엑스 활동과 병행해서 하나에 집중 못하고 붕 떠있는 느낌도 있었고요. 그래서 캐릭터를 100% 이해하지 못했고 서툴렀던 것 같아요. ‘하백의 신부 2017’을 통해서 연기의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고,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는 내가 이렇게 몰입할 수도 있구나 싶었어요. 그동안 어떻게 생각하고 연기하는지 다른 배우들에게 항상 물어봤거든요. 이 장면에서 어떻게 눈물이 나고, 어떻게 화나서 연기하는지 이해 안 가서 많이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다들 상황에 빠지면 몰입이 된다고 하셨어요. 이번에 연기해보니 그렇게 되더라고요. 의도해서 한 게 아니라 촬영환경이 자연스럽게 저를 상황에 몰입할 수 있도록 만들어줬고, 정말 신기했죠. 신기한 경험들을 하면서 욕심도 생기더라고요. 앞으로도 연기를 계속 하고 싶어요.”

정수정은 ‘슬기로운 감빵생활’ 때문에 자신의 삶이 바뀌었다고 털어놨다. 집과 친구, 가수 활동 등 일정한 패턴을 반복하던 것에서 벗어나 이젠 밖에 나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려고 한다. 드라마를 찍으며 만난 사람들의 영향이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시간이 지나도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정말 마음이 따뜻해지는 작품이었어요.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없애줬고, 언니 오빠들이 해주는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다 인생에 도움이 되는 말들이더라고요. 현장에서도, 사석에서도 모든 부분에 있어서 배움의 연속이었죠. 뻔한 말이지만 제게 소중한 작품이 될 것 같아요.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Copyright @ KUKINEWS. All rights reserved.

쿠키미디어 서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