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투성이 4차산업혁명위원회 헬스케어특위

목표·역할·구성, 현장 공감 얻지 못해… “누굴 위한 위원횐가” 불만

의문투성이 4차산업혁명위원회 헬스케어특위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9월 국가 성장·발전이라는 미래를 위한 정책자문기구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출범했다. 이어 내부논의를 바탕으로 지난달 ‘헬스케어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하지만 특위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위원구성부터 과제선정까지 업계와의 시각차가 극명하다.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위원장 장병규)는 지난해 12월 19일 위원회 산하에 헬스케어 특위를 구성, 첫 회의를 가졌다고 밝혔다. 

장병규 위원장은 “우수한 의료인력과 의료기술, 의료-IT 인프라를 바탕으로 헬스케어 분야가 4차산업혁명을 선도할 잠재력이 충분하고, 세계시장의 고속성장과 파급력있는 융합이 예상되는 분야”라며 특위 출범 배경을 설명했다.

특위는 박웅양 성균관의대 교수를 위원장으로 맞춤의료·혁신의료기기 등 헬스케어 분야 산·학·연 전문가 16명과 위원회 위원 5명이 논의에 참여하고, 과기정통부·보건복지부·산업통상자원부·식품의약품안전처 4개 부처에서 행정 및 지원 역할을 담당한다.

1년간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특위에서는 1월 중 ▶스마트 헬스케어 ▶신약·의료기기 혁신 ▶사회문제해결 ▶규제 및 인프라 정비 영역에서 핵심프로젝트를 발굴하고, R&D·시장진입·제도개선·인력양성 등을 묶어 정책자문을 위한 논의에 들어갈 예정이다.

문제는 위원 구성과 과제의 편향성이다. 헬스케어 특위가 추구하는 방향이 전통적인 제약·바이오·의료기기와는 거리가 먼 인사와 과제를 선정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산업계 위원들의 선정과정의 불투명함과 대표성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 의료기기업계 관계자는 “개인으로는 모두 뛰어난 이들이겠지만 대표성을 가질 만큼 업계에 대한 이해와 영향력이 높고, 인지도나 공감대를 형성해 업계 관계자들이 고개를 끄덕일 정도의 인사로는 부족해 보인다”며 업계의 바람을 전하고 대변하기에는 부족하다는 뜻을 전했다.

심지어 제약업계 관계자는 “헬스케어 특위라고 이름 지었지만 제약은 없다”며 “제약과 바이오는 유사하다고도 볼 수 있지만 전혀 다른 분야로 봐야한다. 그런데 (업계를 대표해 들어간) 이들의 면면은 바이오에 치중돼있고, 그나마도 특정분야에 쏠린 느낌”이라고 평했다.

◇ 전통적 신약 및 신의료장비 개발 대변자 없는 특위?

실제 산업계를 대변하기 위해 특위에 자리한 이들을 분야별로 나눠보면 바이오 분야는 ▶정현호 메디톡스 대표 ▶남수연 인츠바이오 대표가, 줄기세포분야는 ▶장정호 세원셀론텍 대표가, 정밀의료는 ▶황태순 테라젠이텍스 대표가 대표하고 있다.

의료기기 분야로는 ▶김종철 멕아이씨에스 대표 ▶김소연 피씨엘 대표 ▶이진휴 동방의료기기 상무가, 스마트헬스는 ▶최재규 BBB 대표가, 의료정보는 ▶윤여동 폴스타헬스케어 대표가 맡고 있다.

메디톡스는 ‘보톡스’로 많이 알려진 보툴리눔 독소를 이용한 주름개선치료제를 주로 생산·판매하는 기업으로 신경특이적 약물전달시스템, 진단항체, 치료용 항체 등을 연구·개발·제조·판매하고 있다.

인츠바이오는 바이오벤처로 의약품, 의료기기 등 헬스케어 관련 연구개발 컨설팅 업체다. 남수연 대표는 한국로슈, 한국BMS제약을 거쳐 지난해 1월 유한양행 연구소장직에서 물러나 회사를 창업했다.

세원셀론텍은 제대혈은행을 보유하며 세포배양기술에 특화돼있다. 현재 자기유래연골치료제를 주로 생산하면서도 바이오시밀러 생산설비를 자체 설계할 수 있는 바이오기업이자 엔지니어링 기업이다.

테라젠이텍스는 공장자동화설지 제조업체에서 약국체인과 제약회사를 인수한 후 의약품 제조·판매에 매진했다. 이후 유전체분석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바이오사업에 투자, 한국인 게놈프로젝트 등을 맡아 수행하며 정밀의학분야에 두각을 보였다.

멕아이씨에스의 경우 환자감시장치, 인공호흡기 등을 생산·판매하는 의료기기 전문기업이며, 피씨엘은 면역진단용 체외진단 의료기기 개발 및 제조를 주요 사업으로 하고 있다. 동방의료기기는 다양한 분야의 해외 의료장비와 용구, 시약 등을 수입·판매하는 회사다.

BBB는 스마트헬스케어, 그 중에서도 모바일 관련 기술을 개발한 기업으로 당뇨환자의 혈당과 케톤을 측정·관리할 수 있는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기기를 내놓은 바 있다. 폴스타헬스케어는 원격판독 솔루션, 병원관리시스템 등을 제공하는 의료정보사업을 주로 하는 회사다.

◇ “누굴 위한 특위인가” vs “지켜보면 알 것”

일견하기에도 전통적인 제약 및 의료기기 산업계 이야기가 특위에 직접 전달되기는 조금 어려워 보인다. 관련 협회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는 자체적인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구성하고 100여명의 전문가위원을 구성해 미래를 준비하고 있지만 이들의 목소리를 전해줄 이는 학계소속 특위위원 1명 뿐이다. 심지어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관련 인사는 참여조차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4차산업혁명위원회 지원단으로 추천한 인사는 단 1명도 선정되지 않았고, 보건복지부가 추천한 인사 중 특위위원으로 선정된 이도 거의 없었다. 

이에 한 협회 관계자는 “위원 구성을 보면 향후 논의나 방향이 어떻게 흘러갈지 막막하다”며 “바이오와 스마트헬스케어기기로 국한돼 제약·바이오·의료기기로 대변되는 의료산업의 제대로 된 미래 성장동력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답답함을 토로했다.

심지어 한 관계자는 “단순 의료기기 수입업체나 바이오 관련 기업이 여럿 들어가는 것은 의문”이라며 위원 선정과정에서 흑막이 있었던 것 아니냐의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수첩인사, 보은인사가 일부 있었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이와 관련 4차산업혁명위원회 자문단 관계자는 “4개 관계부처의 추천을 받아 80명의 인력풀을 구성했고, 이 가운데 위원회 내부논의과정을 거쳐 특위위원이 선정됐다”며 “자리가 한정된 만큼 모든 인사를 받을 수는 없지만 충분히 의견을 듣고 정책과제 등이 도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웅양 특위 위원장도 제1차 회의에서 “의료계에 오랫동안 몸담고 있는 기초의학자로 사람중심의 기술·산업 혁신방안 마련을 위해 다양한 전문가 및 이해관계자와의 의견을 수렴해 미래 헬스케어 추진전략을 수립할 수 있도록 책임감을 가지고 위원회를 운영하겠다”고 다짐의 말을 남겼다.

한편, 복지부 관계자는 “추천인사가 많이 선정되지는 않았지만 자체적인 전문가자문단을 구성해 특위활동에 필요한 다양한 자료와 현장의 목소리를 정리해 제공하는 등 지원할 예정”이라며 “업계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하고 노력하겠다. 지켜봐달라”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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