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려와라” 항의받은 안철수, 통합론 추진에 리더십 ‘흔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호남 중진 주축의 ‘평화개혁연대’ 행사에 참석했다가 거센 야유를 받았다. 리더십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안 대표는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당 정체성 확립을 위한 평화개혁세력의 진로와 과제’ 토론회에서 축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안 대표가 축사를 진행하는 동안 내빈석에서는 “통합에 반대한다. 안철수 물러가라” “당원이 뭉치면 대표는 아무것도 아니다” “나가라” “꺼져라” 등의 비난이 쏟아졌다. 이번 행사는 바른정당과의 통합 반대를 주장하는 호남 중진 의원과 당원을 필두로 하는 단체에서 주최했다. 

안 대표는 축사를 끝낸 후 기자들에게 “선동하는 몇 사람은 항상 있게 마련”이라며 “일일이 반응할 필요는 없다”고 웃음을 보였다. 당내 반발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앞서 안 대표는 바른정당과의 연대·통합을 꾸준히 의제로 올렸다. 다음 달과 오는 2월 바른정당과의 본격적인 정책연대를 논의할 계획이다.  

“내려와라” 항의받은 안철수, 통합론 추진에 리더십 ‘흔들’다만 당내 호남 중진 의원들은 통합 반대를 강조하고 있다. 호남 중진의 좌장격인 박지원 전 국민의당 대표는 “당을 분열시키는 통합 논의 중단만이 화합과 승리의 길”이라며 “누구와 연대해야 한다고 미리 정하는 것은 하수지책(下手之策)이다. 우리를 초라하게 만들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호남을 빼고 새로운 3당 합당을 추진하는 것은 영원한 통합도 아니고 제2의 YS(김영삼 전 대통령)의 길을 가 결국 자유한국당까지 통합해 보수대연합을 하려는 기도라고밖에 생각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안 대표가 항의성 요구에 대해 ‘선동’이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서는 “그렇게 받아들이면 지도자가 아니다”라고 일갈했다.

천정배 국민의당 의원도 “안타깝게도 안 대표는 당을 그릇된 방향으로 이끌어가려 하고 있다”며 “바른정당과의 통합은 누가 뭐라 해도 반문재인, 반개혁, 반민심의 적폐연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동영 국민의당 의원은 지난달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안 대표가) 의원들의 이야기를 귀담아듣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 자기 생각을 뒷받침해 주지 않는 사람들의 의견을 필요 없다는 것”이라며 “안 대표의 리더십은 몰락했다”고 비판했다.    

호남중진 일각에서는 바른정당과의 통합 논의를 지속할 경우 분당도 불사하겠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내 호남 의석수는 23석에 달한다. 국민의당 전체 의석(39석) 중 과반을 차지한다. 호남을 지역구로 둔 의원들이 반발해 당을 탈당할 경우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최명길 전 국민의당 의원의 의원직 상실도 안 대표의 리더십을 흔든 요인으로 꼽힌다. 최 전 의원은 통합에 적극적인 찬성 입장을 밝혀왔던 인물이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최 전 의원은 토론회가 열린 날 최고위원직을 사퇴했다. 

오르지 않는 당의 지지율도 안 대표의 ‘아킬레스 건’이다. 지난 5일 쿠키뉴스 의뢰로 조원씨앤아이가 조사, 발표한 ARS여론조사 결과(유선전화45%+휴대전화55%, RDD 방식, 성·연령·지역별 비례할당무작위추출, 응답률 3.1%,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에 따르면 국민의당 정당지지율은 5.5%였다. 더불어민주당 49.1%, 자유한국당 17.1%, 바른정당 5.7%, 정의당 4.6%로 집계됐다. 국민의당은 지난해 4·13 총선에서 40석을 석권하는 등 파란을 일으켰으나, 현재 4~7%대 지지율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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