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롤스터, 안티를 팬으로 돌린 원동력은 무엇일까?

kt 롤스터, 안티를 팬으로 돌린 원동력은 무엇일까?

kt 롤스터, 안티를 팬으로 돌린 원동력은 무엇일까?

불과 반 년 전만 해도 조롱과 희화화의 대상이었던 ‘슈퍼팀’ kt 롤스터. 이들은 어떤 매력으로 리그 오브 레전드 팬덤의 호감을 샀으며, 또 안티를 팬으로 탈바꿈케 했을까.

kt 롤스터는 지난 2017시즌 개막을 앞두고 대대적 리빌딩을 시도했다. 주장 ‘스코어’ 고동빈을 제외한 4인과 작별했고, 자유 계약(FA) 최대어 4인 ‘스멥’ 송경호, ‘폰’ 허원석, ‘데프트’ 김혁규, ‘마타’ 조세형을 영입해 로스터 공백을 채웠다. 이른바 ‘슈퍼팀’의 탄생이었다.

하지만 슈퍼팀의 활약은 기대만큼 ‘슈퍼’하지 못했다. 출범 직후부터 삐걱거렸다.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롤챔스) 스프링 스플릿 정규 시즌 3위에 그치며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뒀다. 포스트 시즌에서 삼성 갤럭시를 꺾고 결승에 진출했으나, 숙명의 라이벌 SK텔레콤 T1 상대로 0대3 완패를 당해 체면을 구겼다.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한 이들에게는 비난과 조롱이 뒤따랐다. 

그러나 kt 선수단은 이 비판 세례에 성숙하게 대처했다. 무분별한 비난과 조롱을 넉살 좋게 웃어 넘겼고, 이는 팬의 분노를 누그러트렸다. 그리고 더 나아가 호감을 샀다. 허원석의 별명이 ‘롤갤 갤주’에서 ‘주님’으로 바뀐 것은 그 대표적인 예다.

지난 7월 리프트 라이벌스 결승에서의 선전도 팬의 마음을 180˚ 되돌린 사건 중 하나였다. 당시 이들은 중국 1위 오 마이 갓(OMG)을 손쉽게 꺾었다. 한국 대표 나머지 3팀이 중국에 완패한 상황에서 이들의 분전은 팬들 뇌리 깊숙이에 각인됐다.

또한 이들은 경기 승패와 상관없이 늘 재미를 보장했다. 이길 땐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경기를 연출했지만, 반대로 질 때는 터무니없이 무기력했다. 잘하고 못하고를 반복하는 자극적인 ‘단짠단짠’ 경기력은 곧 이들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고, 점점 더 시청자를 끌어들였다.

kt는 롤챔스 서머 스플릿에서 3위 입상에 그쳤고, 이어지는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지역 대표 선발전에서도 삼성 갤럭시에 패하면서 본선행 티켓을 놓쳤다. 무관으로 끝난 1년. 선수단 네임 밸류를 고려한다면 납득하기 어려운 성적표였다.

때문에 슈퍼팀의 해체를 전망하는 이들 또한 많았다. 결성 목적이 뚜렷했던 팀인 만큼, 결과물이 시원치 않으므로 다시금 뿔뿔이 흩어질 거란 분석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예상을 뒤엎고 전원 잔류를 택했다.

지난 1일 케스파컵 현장에서 ‘마타’ 조세형에게 잔류를 택한 이유를 물었다. 그는 “만족할 만한 성적을 내지 못했기 때문”이라면서 “오는 2018시즌에는 더 노력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답했다. 아울러 “팬 덕분에 팀원끼리 의기투합할 수 있었다”고 덧붙이면서 팬의 응원 또한 재계약에 영향을 끼쳤음을 어필했다.

kt 사무국은 2017시즌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팬들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은 팀’이라는 평가에 “영광”이라고 답한 kt 관계자는 “드림팀이 만들어졌을 때 굉장히 많은 성원을 받았으나, 기대감에 걸맞은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던 1년이었다”고 지난 시즌을 되돌아봤다.

이어 “1년간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선수단과 코칭스태프 간 유대감이 생겼고, 이번 케스파컵을 통해서 그 점을 제대로 보여주지 않았나 싶다”면서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오는 2018시즌에는 더 열심히 해서 롤챔스 스프링·서머 스플릿과 롤드컵까지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아이러니하게도 올스타는 단 1명도 배출하지 못했지만, 현재 ‘슈퍼팀’은 성적과 팬의 사랑이라는 2마리 토끼를 모두 가시권에 뒀다. kt 선수단과 리그 오브 레전드 팬은 점점 더 바람직한 공생관계로 나아가고 있다.

윤민섭 기자 yoonminseop@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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