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평창 롱패딩 마지막 물량 입고날…손녀·부모님 선물용 수요까지

얼마 남지 않은 물량에 사이즈 대란…재구매 수요 많아


롯데백화점에 입고된 가성비 갑(甲) 평창 롱패딩 물량 3만점이 지난달 30일자로 모두 팔렸다. 마지막 기회를 잡으려는 사람들로 매장은 매우 북적였지만 그동안 경험이 쌓여 큰 소요사태 없이 절차대로 물흐르듯 진행되었다. 

지난달 30일 백화점 오픈 시간이 30분 남은 10시.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앞에는 이미 많은 인원이 백화점 개점을 기다리며 북적였다. 젊은 사람들이 대부분일 거라는 예측과는 달리 청년부터 중장년, 노년까지 면면은 다양했다. 본인이 입기 위해 구매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선물용 수요도 많았다.

이날 롯데백화점은 마지막 물량 3000점을 본점, 잠실점, 부산본점, 대구점에서 판매하기로 했다. 인원이 한 곳에만 많이 몰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4곳으로 늘렸다는 전언이다. 이날 본점에 입고된 물량은 약 900개로 넉넉한 편이었으며, 마지막 물량인 관계로 주요 사이즈가 소량 남아 있었다. 

개장 전 문을 지키고 서 있던 직원은 기다리는 사람들의 물음에 이미 익숙한 듯 "9층까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가면 되니 뛰어가지 않아도 된다", "여기 서 있으면 된다" 등 고객의 문의에 대응해 주는 모습이었다. 

현장에는 평창 롱패딩을 사기 위해 전날부터 와서 기다린 이들이 많았다. 39번을 받은 20대 여성은 "어제 낮부터 본점 앞에서 기다렸다"고 설명했다. 160번대를 받았다는 다른 여성도 어제 저녁 9시부터 기다렸다고 말했다. 

160번대의 이 여성은 "어제 저녁 9시 반부터 본점 앞에서 줄 서서 기다리다가 저녁 10시에 지하 1층 문화센터로 가 순서대로 대기표를 나눠받았다"며 "오늘 오전 9시 다 돼서 문화센터에서 다시 대기표를 구매할 수 있는 순번표로 바꾸었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측에서 그동안의 혼잡함을 겪어서인지 여러 장치를 마련해뒀다. 대기표를 미리 나눠줘 고객이 추운 겨울에 바깥에서 밤을 새지 못하게 하고, 혼잡을 막기 위해 대기표를 순번표로 바꾸며 오는 시간을 지정해 주었다는 게 특징이었다. 롯데백화점 측에서는 300번대까지는 10시반 개장에 올 수 있도록 하고, 300번대 이후는 11시반부터 오라고 시간대를 지정해 주는 등 한꺼번에 사람이 몰리는 혼잡함을 피했다. 

드디어 10시반. 백화점 문이 열렸다.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 9층 이벤트홀까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도착하자마자 고객을 대기하고 있던 롯데 직원들은 번호표를 확인하며 1번부터 200번대까지 일사불란하게 줄을 세웠다.  

평창올림픽스토어 바로 옆에 마련된 롱패딩 구입 창구에는 구매줄, 대기줄 두 곳으로 나뉘어 섰다.

 맨 앞에 서 있던 건장한 청년인 1번에게 인터뷰를 요청하니 쑥스러움을 표시하며 인터뷰를 정중하게 거부했다. 주위에서는 '1번'을 얻으려면 전날 아침이나 전전날 저녁부터는 서야 했다고 혀를 내둘렀다. 

줄 세우기를 돕는 롯데 직원들은 10명 남짓으로 꽤 많은 인원이 배치된 편이었다. 1인 1개로 한정된 수량인 만큼 직원들에게 '사이즈' 문의가 쏟아졌다. 현재 남은 물량이 어떤 사이즈인지를 물어보는 질문이었다. 이날 물량은 모두 블랙으로 인기가 많은 스몰(S) 사이즈와 미디엄(M) 사이즈는 소량 남은 상태였다. 

줄 선 지 약 10분이 지나자 매대에서 '스몰 사이즈 8장이 남았다'는 안내가 들려왔다. 미디엄 사이즈도 거의 없다는 소문이 돌면서 줄 선 소비자들은 어떤 사이즈를 사야 할지 의논하기 시작했다. "사이즈가 몇 개 남아 있느냐" "사이즈를 입어 볼 수 있느냐"의 질문에 롯데 측은 현재 상황을 확인해주기는 어렵고, 실착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조금 지나자 덩치가 큰 남성 사이즈인 105, 110을 구매할 사람들은 앞으로 오라는 안내가 나왔다. 롯데 직원이 줄 맨 끝까지 이야기를 전하며 큰 사이즈 구매자들을 앞으로 당겼다. 오래 기다리게 하지 않기 위해 인기가 덜한 사이즈의 수량은 미리 소진하는 것으로 보였다. 

이날 줄 선 이들 중에는 외국인 청년도 있었다. 뉴스를 통해 소식을 접했다는 이 벽안의 외국인 청년은 전날 저녁 10시에 롱패딩을 사려 왔다며 192번의 번호표를 보여줬다. 롯데 직원은 이 외국인에게도 유창한 영어로 라지(L)사이즈를 구매하려는 사람을 부르는 상황을 설명해줬다. 

이날 줄을 선 사람들은 첫 번째가 아니라 2번째 구매하는 이들도 많았다. 주로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이들에게 선물로 주기 위해서였다. 평창 롱패딩을 입고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던 남학생은 "평창 롱패딩이 이렇게 유행하기 전에 샀는데 어머니에게도 선물하려고 다시 왔다"고 말했다. 이 남학생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미디엄 물량이 아직 남았다고 들어서 보고 사러 왔다"고 덧붙였다.

428번을 받았다는 다른 할머니는 "어제 밤 12시 반에 왔다가 번호표를 교환하러 9시에 다시 왔다"며 "손녀딸 두 명에게 사줄 롱패딩을 구입하기 위해 왔는데 한 사람당 1개만 구입하라고 해 난감하다"며 고개를 저었다. 

한정 물량을 1명당 1개씩 구입하게 한 롯데백화점의 정책에 대해서 소비자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한 소비자는 "물량을 많이 찍고 치수를 다양하게 해야지 물량이 한정되어 줄도 서고 불편하다"며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러나 또 다른 소비자는 "사재기를 막기 위해 한 사람에 하나씩만 판매해서 공평한 것 같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르포] 평창 롱패딩 마지막 물량 입고날…손녀·부모님 선물용 수요까지

구현화 기자 ku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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