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영·호반, 중견에서 대기업으로 '급성장'…몸집 늘리기 '속도'

임대 및 분양으로 성장…막대한 현금 자산으로 부동산 쇼핑

부영·호반, 중견에서 대기업으로 '급성장'…몸집 늘리기 '속도'
부영과 호반건설이 국내 전통 재벌 그룹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이들 기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두 기업은 1980년대까지만 해도 지방의 중소 건설사에 불과했지만, 최근에는 대기업 집단으로 분류될 정도로 외형이 급속도로 커졌다. 두 기업의 공통점은 분양 및 임대 등 부동산 시장을 기반으로 성장했으며, 최근 도심권 빌딩 등을 매입하며 부동산 시장의 '큰손'으로 자리잡고 있다.

23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부영과 호반건설은 막대한 현금 유동성을 기반으로 사업 영역을 대거 확장 중이다.

◇ 부영, 부동산시장 '큰손'…독주 계속되나

자본금 5000만원으로 국내 최초 부동산 임대사업을 도입한 부영그룹은 30년 만에 재계순위 16위의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자산총액은 올해 5월 기준 21조7130억원에 달한다.

부영은 정부의 국민주택기금 지원을 바탕으로 한 임대 주택사업에만 집중하면서 수익을 벌어 들였다. 그 결과 지난해 말 연결 기준 6125억원의 막대한 현금 유동성을 갖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부영은 2015년 말부터 공격적으로 부동산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서울 도심권 대형 오피스빌딩부터 지방의 리조트 및 개발부지까지 사업 확장에 열을 올렸다.

부영의 대규모 부동산 인수 서막은 인천 송도에서 옛 대우자동차판매 부지를 사면서 부터 시작됐다. 2015년 10월 부영은 이 물건을 3150억 원에 인수했다. 이후 강원 태백의 오투리조트를 800억원에, 경기 안성의 마에스트로CC를 900억원에 각각 사들였다.

2016년에는 더욱 적극적으로 부동산을 매입했다. 1월 삼성생명 태평로 본관을 5717억 원에 인수했다. 그 뒤로도 4월 강원 옛 KBS태백방송국 부지를 133억원에 매입했다. 5월에는 제주 더 클래식 CC&리조트를 380억원에 인수하며 부동산 쇼핑을 이어갔다.

9월 부영은 삼성화재 을지로 사옥을 4380억원에 인수했다. 삼성그룹이 내놓은 서울 도심의 대형 오피스빌딩 두 개를 모두 사들였으며, 한 달 뒤인 10월 영화진흥위원회 남양주 종합 촬영소를 1100억원에 인수했다. 12월에는 포스코건설 송도사옥을 3000억 원에 인수했다. 이번에 KEB하나은행 을지로 사옥 인수까지 마무리 지으면 부영이 최근 3년간 부동산 인수에 투입한 자금은 약 3조원에 육박한다.

◇M&A 시장 '단골'로 등장…전국구 건설사로 성장하나

1989년 종업원 5명으로 시작한 호반건설 역시 30년만에 국내의 내로라하는 재벌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올해 9월 1일 기준 자산 총액이 7조원을 넘겼고, 재계 서열 47위에 올랐다.
 
또 호반건설은 자산 총액 7조원 을 넘기면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공시대상 기업집단(자산총액 5조 원 이상)에 지정됐다. 호반건설의 시공능력평가는 13위로 지난해 현금성 자산은 4457억원이며 1년안에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자산은 1조1316억원에 달한다. 부채비율은 18.7%에 불과해 재정이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호반건설은 그동안 계열사를 동원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다수의 택지지구를 사들여 시행과 시공을 함께 하며 자체사업으로 몸집을 키워왔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경기침체로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자 토지를 대거 확보해 그 부지에 아파트를 지은 뒤 다른 건설사들이 건설한 주변 아파트들보다 싼값에 분양해 큰 이익을 보기도 했다.

호반건설은 기업 인수합병(M&A) 업계의 '단골손님'이다. 지난해 토목분야에서 강점을 보이는 울트라건설을 인수했으며 올해 상반기엔 레저쪽으로 발을 넓혀 제주도 중문단지 퍼시픽랜드를 품에 안았다. 또 최근에는 대우건설 인수전에 예비입찰제안서(LOI)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에는 한진중공업 건설엔지니어링 업체인 한국종합기술과 SK증권 인수에도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이 두 기업의 외형이 더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사업을 다각도로 확장하고 있는 만큼 성장세도 현재 진행형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몇년 전까지만 해도 사실상 중견건설사로 분류했지만, 요즘은 대형건설사보다 현금 유동성이 더 좋을 정도로 성장했다"며 "특히 이 두 기업은 부동산 사업 중에서도 돈이 되는 사업만 하고, 위험 부담이 있는 사업은 시도조차 하지 않아 리스크가 적은 기업"이라고 평가했다.

이연진 기자 lyj@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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