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에비스, 스스로 증명하지 못한 ‘프리미엄’

[기자수첩] 에비스, 스스로 증명하지 못한 ‘프리미엄’프리미엄은 원래 어떤 재화 등을 구입하기 위해 정가 이외에 추가로 지불하는 웃돈을 의미한다.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고급화’ 등의 의미로도 사용되면서 지금은 두 가지 뜻 모두 상황에 맞게 사용되고 있다.

‘프리미엄 맥주’라면 일반적으로 웃돈을 주면서라도 마시고 싶은, 혹은 그러한 고급 맥주를 지칭한다.

엠즈베버리지가 수입하는 일본 맥주 ‘에비스’도 이러한 프리미엄 마케팅을 내세웠다. 지난 9월 처음 국내에 들어온 에비스는 350㎖ 3900원, 500㎖ 4700원으로 일본 현지에서 동급으로 평가받는 산토리 프리미엄 몰츠 가격보다 20% 이상 높은 가격을 책정했다.

이는 엠즈베버리지가 공식적으로 에비스가 국내에 들어오기 전 사전 시장조사를 통해 좀 더 고급스러운, 프리미엄 맥주를 원하는 수요가 충분하다고 파악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격 프로모션은 없다는 공언이 무색하게도 에비스는 론칭 두달여만에 ‘3캔 만원’ 행사를 시작했다. 에비스는 ‘4캔 만원이 아닌 3캔 만원으로 새로운 프리미엄 가격 정책을 유지한다’고 해명 아닌 해명을 덧붙였다.

고급화 전략은 실제로 상당한 매출로 이어진다. 이는 상위 20% 소비자가 전체 시장을 주도한다는 의제에서 출발한 마케팅 전략으로 고급자동차나 명품 등 사치품 분야에서는 정형화돼있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빈번하다.

주류 역시 고급화 전략을 사용하기도 한다. 한 병에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와인이나 위스키, 사케나 중국 술 등이 경매에 부쳐졌다는 소식은 국내에도 여러번 소개됐다.

당연하게도 고급화 전략이 실제 매출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판매자와 소비자간의 암묵적인 상호 합의가 필요하다. 판매자는 소비자에게 해당 가격에 대한 충분한 메리트와 희소성, 제품의 질 등을 보장해야하며 소비자는 이에 대한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면면을 볼 때 에비스는 소비자와의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이미 국내에는 유럽의 프리미엄 맥주들이 들어와있었고 대부분 ‘4캔 만원’이라는 묶음으로 판매되고 있다. 소비자 인식의 기저에는 이 가격이 깔려있는 셈이다.

에비스 입장에서는 저가공세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이 진짜 프리미엄의 가치를 알아보지 못했다고 하소연 할 수 있겠으나, 반대로 저가공세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이 지갑을 기꺼이 열 만큼의 가치를 제공하지 못했다고 보는 것이 더 가깝다.

기업이 제품을 만드는 이유는 판매하기 위해서다. 어떠한 이유와 수식어도 이 대명제 아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보급형이든 프리미엄이든 슈퍼 프리미엄이든 ‘팔려야’ 한다. 아직까지 에비스는 스스로 붙인 프리미엄이라는 가치를 증명하지 못하고 있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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