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어 하나에 예산이 왔다 갔다 한다고?

[법안 톺아보기] 법안으로 보는 법의 힘과 약점


법의 시작은 법안이다. 법안은 말 그대로 법이 될지 말지를 제안하는 이다. 법률 속 용어 하나의 위력이 어느 정도일지 궁금했다. 쿠키뉴스가 톺아볼 법안은 지난 16일 양승조 의원(더불어민주당·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이 대표발의한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하 개정안)이다.

개정안의 골자는 이렇다. 지난해 122약사법91조가 개정됨에 따라 한국희귀의약품센터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로 대체됐다. 이에 따라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의 인용 조문을 개정 필요가 있다는 것. 한마디로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로의 대체에 맞는 법률을 정비하자는 것이다.

현행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 제24호는 다음과 같다. “보건의료기관이란 의료법에 따라 개설된 의료기관, ‘약사법에 따라 등록된 약국, ‘약사법에 따라 설립된 한국희귀의약품센터, ‘지역보건법에 따라 설치된 보건소·보건의료원·보건지소 및 농어촌 등 보건의료를 위한 특별조치법에 따라 설치된 보건진료소를 말한다. 개정안은 4호 중 한국희귀의약품센터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로 바꾸자는 것이다.

동법률 5호는 “‘보건의료기관개설자의료법에 따른 의료기관 개설자, ‘약사법에 따른 약국개설자·한국희귀의약품센터의 장, ‘지역보건법에 따른 보건소·보건의료원·보건지소 및 농어촌 등 보건의료를 위한 특별조치법에 따른 보건진료소를 운영하는 시장(‘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에 따른 행정시장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군수·구청장(자치구의 구청장을 말한다. 이하 같다)을 말한다고 되어있다. 마찬가지로 여기서도 한국희귀의약품센터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로 바꾸자는 것이다.

용어 하나 바꾸는 것뿐이라니!’라며 허탈해할 수 있다. 그래서 물어봤다. 이 법안, 너무 민숭민숭한 것 아니냐고, 용어가 바뀌지 않으면 어떻게 되냐고 말이다. 양승조 의원실 관계자가 말했다.

“‘민숭민숭하다니요. 천만에요! 절대로 그렇지 않아요.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산하기관이잖아요. 예산 확보 등을 할 때 용어가 변경되지 않으면, 문제가 생길 수 있거든요. 법적 근거를 남기는데 여러 애로사항이 생길 수 있어요. 부처에서도 개정 필요성을 적극 피력하기도 했고요.”

용어 하나에 예산이 왔다 갔다 한다고?

법대로 하자’ vs ‘법보다 주먹

거리에서 부딪쳤는데, 상대가 대뜸 법대로 하자고 하더군요. ‘오냐 좋다고 그놈의 이 뭔지 알아보자고 했던 게 지금까지 온 거죠.” 서초동의 잘 나가는법조인이 기자에게 귀띔해준 말이다. 법이 뭐 길래? 정부 입법 지원센터는 법의 본질을 다음처럼 서술하고 있다. “‘이란 무엇인가? ‘사회 있는 곳에 법이 있다는 말이 있듯이 법을 떠난 사회생활의 영위란 생각하기 어렵다. 그러나 막상 법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한마디로 쉽게 대답 하기는 어렵다. 이것은 법철학의 가장 기초적인 개념에 관한 것으로, 그 만큼 많은 논쟁을 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후략).”

법대로 하자라든가 법보다 주먹만큼 법에 대한 인식을 잘 드러낸 말도 없다. 이 만들어지고 개정되는 과정을 살펴보면, ‘정치는 생물이란 말에서 정치 대신 법을 집어넣어도 어색함이 없어 보인다. 하나의 법이 만들어지는 과정도 지난하지만, 개정되는 과정 역시 복잡한 단계를 거쳐야 한다. 마찬가지로 한국희귀의약품센터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로 바꾸려면 복잡다단한 과정을 밟아야 한다.

슥슥 지우고 고쳐 쓸 수 없기에 이죠. 한편으론 당리당략과 맞물려 입법이나 개정이 제때 이뤄지지 않죠. 그로 인한 피해가 누구에게 갈까요? 힘없는 사람들이에요.”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법조인의 자조적인 말이다.

그러나 법대로 하자법보다 주먹은 이제 옛말이 됐다. 최근 국내 최대 로펌으로 불리는 김앤장의 변호사들이 재벌 2세에서 봉변을 당하고도 쉬쉬했던 걸 보면, 2017년 현재 기준으로 새로운 속담이 나와야 할 것만 같아 보인다.

법보다 돈이라고.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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