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 '택시운전사' 이어 가슴 뛰는 민주주의 배턴 이어받을 수 있을까

'1987', '택시운전사' 이어 가슴 뛰는 민주주의 배턴 이어받을 수 있을까

'1987', '택시운전사' 이어 가슴 뛰는 민주주의 배턴 이어받을 수 있을까1965년 태어난 박종철씨는 1987년 사망했다. 만 22세였던 앞길 창창한 서울대학생이 사망한 이유는 자연사도, 병사도 아니었다. 1987년 1월 14일, 수배중이던 선배의 행방을 묻기 위함이라는 이유로 공안당국에 붙잡힌 민주운동가 박종철씨는 폭행과 전기고문, 물고문 등으로 고문치사했다. 당시 독재 중이던 전두환 정권은 박씨의 사망 원인을 은폐하려 했고, 경찰은 박종철씨의 죽음에 관해 “책상을 ‘탁’치니 ‘억’하고 죽었다”며 가족의 허락 없이 시신을 화장했다. 분개한 이들이 일으킨 6월 항쟁. 전두환은 결국 6·29 선언을 발표하며 민주화 요구를 수용했다.

영화 ‘1987’(감독 장준환)은 박 열사의 죽음을 토대로 당시의 상황을 그렸다.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토대로 당시 사람들이 뜻을 모으고, 각자의 소신대로 행동에 나서는 과정을 보여주는 영화다. 22일 서울 CGV압구정점에서 열린 ‘1987’ 제작보고회에서 장준환 감독은 “이 영화는 많은 이들이 양심의 목소리를 내고, 전 국민이 거리로 뛰어나기까지를 다룬 작품"이라며 "결국은 온 국민이 주인공이 된다. 이 나라의 주인이 누군가를 보여주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작품을 만든 이유를 설명했다.

‘1987’은 앞서 개봉해 100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한 ‘택시운전사’와 맥락을 함께한다. 제 5공화국 시절의 시민운동 과정을 다뤘으며, 전두환 정권의 만행을 고발하는 내용이 주로 담겼다. 또한 평범한 시민들이 힘을 모아 큰 일을 한다는 것도 같은 맥락이며, 배우 유해진이 있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이날 자리에 함께한 유해진은 “시나리오도 좋았지만 '택시운전사'처럼 우리의 아픈 현실을 그려내고 있어서 좋았다"라고 밝혔다. 유해진이 ‘1987’에서 맡은 배역은 교도관. 유해진은 “‘1987’에서도 평범한 사람이지만, 시민들에게 닥친 여러 사건들을 통해 달라진다. 그 과정에 집중해서 관람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희망을 전했다.

장준환 감독 또한 ‘택시운전사’와 ‘1987’이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장 감독은 “‘택시운전사’속 광주의 이야기도 현대 사회에 있어서 잊을 수 없는 슬픈 역사이며, ‘1987’도 그와 무관하지 않다”며 “1987년은 온 국민이 나와서 대통령을 국민이 스스로 뽑을 수 있는 권리를 쟁취해낸 해다. 서구 역사에서 몇 백 년씩 걸리는 민주주의 역사를 우리는 몇 십 년 만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온 국민이 나와서 독재 권력으로부터 커다란 권리를 쟁취해낼 수 있던 부분이 저에게는 굉장히 감동적으로 느껴졌다. 지금 이 시기에 다시 한 번 돌아볼 만한, 봐야할 것 같은, 그러나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고 있는 역사라고 생각했다”고 말한 장 감독은 “자라나는 아이들을 위해서 만들고 싶었다”고 6월 항쟁에 대한 소신을 전했다. 또 “이 시대에 우리를 되돌아볼 수 있는 거울처럼, 옷매무새를 고쳐서 발전해나가는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기 위해 꼭 필요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대한민국은 100만명의 촛불시위를 목도했으며 주도했다. 그 결과는 전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졌으며, 올해 국민이 뽑은 새 정권을 맞았다. ‘택시운전사’ ‘1987’등 민주시민운동이 영화로 재조명되는 것은 이러한 지금의 사회 분위기와도 맞물린다. ‘1987’은 ‘택시운전사’에 이어 가슴 뛰는 민주주의를 보여줄 수 있을까. 배우 김윤석, 하정우, 유해진, 김태리, 박희순, 이희준 등이 출연하는 ‘1987’은 다음달 27일 개봉한다. 

이은지 기자 onbg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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