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케어 저격수’와 ‘양천맘’… ‘정치인’ 김승희의 반전 매력

정책 분석 ‘냉철’… ‘깔때기’는 아직 쑥스러운 정치인

김양균 기자
입력 : 2017.11.15 00:31:00
수정 : 2017.11.16 12:10:06

사진=박태현 기자


지난달 23일 서울시 양천구. 지역주민들에게 서명을 받던 중 한 무리의 대학생들에게도 동참을 부탁하자, 이들은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이유를 묻자 돌아온 대답은 정치가 짜증난다는 것. “망치로 뒤통수를 얻어맞는 듯 한 충격이었다. 국민에게 신뢰받지 못하는 정치, 청년에게 외면 받는 정치. 심각한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정치에 투신한지 여러 해, 이날의 사건은 이후 청년과의 소통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는 절박함을 갖게 된 계기가 됐다. 김승희 의원(자유한국당) 이야기다. 

곧 김 의원은 양천구를 중심으로 청년과의 접점을 늘이려는 여러 방법을 고심하기 시작했다. ‘양천 지역 대학생 명예보좌진 프로그램을 통해 정치 혐오에서 정치 흥미로 시각을 돌리려는 노력은 고민의 첫 결실이 될 것이다. 보건복지 분야의 자타가 공인하는 여성 전문 의원, '김승희'의 정치 여정은 그간 전문가’로의 냉철함에서 조금은 소탈한 양천맘으로 점차 진화하고 있다.

쿠키뉴스는 13일 오후 5시 국회의원회관에서 김 의원을 만났다. 국정감사에서 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에 대한 전문가적인 식견을 토대로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기 때문일가. 한간에는 김 의원을 일컬어 ‘문재인 케어 저격수’라는 말도 나온다. 인터뷰에서도 그는 저격수’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보건복지 분야에 있어선 매서운 분석과 비판을 던지는 그이지만, 정치인의 깔때기(자랑)’를 보여달라는 기자의 요청에는 유독 수줍은 모습을 보였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보였던 것과는 다른 그의 '숨겨진' 면모는 퍽 흥미로웠다.

 

사진=박태현 기자

문케어 저격수’의 평가정부는 속도에 급급한 것 아닐까

- 국정감사에서 문재인 케어에 대한 여러 우려가 제기됐다.

종합감사에서 문재인 케어가 계획단계에서 풀어나가야 하는 문제점이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부분들을 총정리해 낙제점으로 제시했다. ‘보장성 강화라는 취지에는 동감하지만, 면밀한 분석과 제한된 소요재원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지만 제대로 준비되지 않았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재정소요 추계 자료를 통해 차기 정부에서 52.5조라는 천문학적인 재원이 소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을 통해 확보한 등재비급여 현황자료를 보면, 410개의 안전성 유효성이 확보되지 않은 의료행위가 급여화 되는 문제점도 발견됐다. 또한 국민건강보험공단 본인부담상한제 환급금액 현황자료 등을 통해 의료 이용량 폭증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렇듯 문재인 케어 도입과정에서 국민 앞에 솔직하지 못한 것에 대해 많은 보완이 필요하다. 속도보단 내실을 챙기는 정책이 돼야 한다.”

- 문재인 케어의 설계자로 알려진 김용익 전 의원은 비급여 영역이 존재하며 계속 팽창하는 풍선효과가 발생해 건강보험 보장률이 정체되고 악순환이 계속되는 한계가 있었던 만큼 비급여를 없애는 방식을 취하게 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 정부에서도 4대 중증 질환을 중심으로 보장성 강화를 위해 보장률을 높이는 방식으로 재원을 투입해 왔다. 그러나 풍선효과로 인해 보장률이 제자리 걸음인 상황에서 성형미용을 제외한 모든 영역의 비급여를 급여화 하겠다는 내용이 달성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이 든다.

무엇보다 보건의료인들의 사회적 합의가 전혀 없었다. 의료이용량 폭증에 대비할 수 있는 방안도 전무하다. 보장성 강화는 제한된 재원을 고려하여 선별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분석과 실행 가능한 정책을 세워야 한다. 특히, 국민이 낸 건강보험료로 마련된 준비금을 재원으로 활용하는 것 외에도 추가적으로 보험료 인상으로 얼마만큼의 건강보험료를 추가로 부담해야 할 것인지를 명확하게 국민에게 밝혀야 한다.”

- 보건당국은 더 이상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를 지체할 수 없었다고 주장한다. 그간의 건강보험 급여정책과 다르다고도 한다.

재난적의료비 지원이 이뤄지고 급여화가 진행되도 계속 엄청난 의료비를 납부해야 한다. 연간 의료비가 1억 원이 소요되는 환자가 7000~8000만원을 납부한다고 가계파탄이 막아지겠는가. , 재난적 의료비와 전면 급여화는 맞닿아 있다고 보기 어렵다. 정부의 진료비 걱정 없는 나라라는 광고는 국민들에게 환상만을 심어주는 메시지일 수도 있다.”

- 차기 정부에 부담을 주는 방식이라는 부분도 문재인 케어에 대한 우려 중 하나다.

국회 예산정책처로부터 문재인 케어로 인한 추가재정소요 추계자료를 제출받아 살펴봤다. 자료는 문재인 케어로 인해 오는 2027년까지 83.3조원의 추가재정이 소요될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는 차기정부 임기기간인 2023년부터 2027년까지는 총 525000억 원의 추가재정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국민건강보험 지출 증가로 2019년부터 재정수지가 적자로 돌아서게 될 예정이다. 차기정부 임기기간 동안 적자규모만 214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국민건강보험법38조에 따른 법정준비금 역시 차기정부 임기기간인 2026년 완전히 소진되는 것으로 추계됐다. 이렇게 되면, 차기 정부는 재원마련을 위해 보험료를 대폭 인상하거나 보장성을 축소하는 수밖에 없다. 현 정부는 치료비 걱정 없는 나라라며 생색만 내고 부담은 차기정부에 떠넘기는 셈이다.”

- 문재인 케어의 재정 우려를 세 가지로 정리해 본다면.

첫째, 지속가능성이 매우 낮다. 문재인 케어는 차기정부와 미래세대에 막대한 재정부담을 전가하는 정책이다. 둘째, 문재인 정부의 추계는 정확성이 낮다. 정부는 보험료 인상률이 최대 3.2%면 충분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국민건강보험공단 국정감사에서 성상철 이사장은 보험료 3.2% 인상으로는 재원조달이 부족하다고 인정한 바 있다. 셋째, 부족한 재원을 충당하는 과정에서 법적 안정성이 저해될 우려가 높다. ‘국민건강보험법73조 제1항에 따라, 직장가입자의 보험료율은 최대 8%로 규정되어 있지만, 국회 예산정책처의 추계에 따르면, 2025년 한계보험료인 8%가 무너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 아동수당을 위한 재원 마련 방안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동복지법상 아동이란 18세 미만인 사람을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실제 아동수당을 도입한 31OECD 국가들의 아동수당 대상은 대체로 0~17, 낮아야 0~15세다. 그러나 정부는 0~5세를 공약이행으로 정했다. 0~5세는 가능하고, 6~17세는 안되는지에 대한 명확한 이유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둘째, 절차의 타당성 문제다. 연간 2조원이상, 지방자치단체 예산을 합치면 3조원가까이 드는 사업임에도 국가재정법이 정하는 500억 원 신규 사업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예비타당성조사를 밟지 않았다. 복지부가 추진하는 아동수당 도입방안 및 효과성 분석연구가 오는 11월 말에나 종료예정이다. 수조원대의 사업이지만 불과 정책연구기간이 4개월이 채 되지 못했다. ‘날림연구가 아닌지 의심스럽다.

셋째, 입법적 미비도 문제다. 정부는 지난 929일에야 아동수당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법안이 만들어지기까지 개최한 회의는 전문가회의는 단 한번, 시도 공무원 관계자 간담회 3번 그리고 입법공청회 1번이 전부였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동 법안이 통과될지 여부도 미지수다. 법정급여로 아동수당을 지불하는 만큼, 관련 법통과도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내년도 정부예산안에 반영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다른 사업과의 연계성과 중복성에 대한 검토이다. 가령 장애아동수당, 자녀장려세제 등 유사하거나 아동수당의 효과를 갖는 지존 사업과 어떻게 연계할 것인지 고민이 필요하다.”

- 10만원의 아동수당을 지급하는 게 정책 타깃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가져다 줄 수 있을까.

정책적 방향에서 아동수당은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다만, 보편적 수당으로 지급하는 것이 적합한가의 문제는 논의가 필요하다. 실제로 배움에 전념해야 할 아동들 중에는 생계 전선에서 일을 하는 경우도 있고 미래를 위한 배움의 기회를 더 많이 원하는 경우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정책이 돼야 한다.”

- 아동수당은 탁상행정이나 전시행정이라고 보나.

아동수당은 국감뿐만 아니라 2018년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도 뜨거운 감자다. 현재 아동수당 도입은 법적근거가 없다. 정부안은 지난달 29일 국회에 제출돼 계류 중이다. 법적근거를 마련하고 예비타당성 조사도 진행되어야 한다. 821일 국무회의 의결을 통해 아동수당 도입이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받을 수 있다고 하는데 이 역시 현재 국가재정법을 개정해야 하는 상황이며, 현재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올해 아동수당 도입방안 및 효과성 분석연구 역시 완료도, 분석도 이뤄지지 않았다. 아동수당은 1년에 11000억 원 투입되는 사업이다. 속도내기에 급급한 나머지 정책 도입 과정을 너무 쉽게 무시하고 진행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

 

사진=박태현 기자

양천맘 김승희가 건넨 귤 반쪽

김승희 의원은 이날 대부분의 시간을 정책 분석 및 비판에 할애했다. 인터뷰 말미,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그에게 정치인으로의 행보를 물어봤다. 현재 김 의원은 양천갑 지역위원장을 맡고 있다고 했다. 총선은 아직 시간이 남아 있다고 해도 지역선거는 당 차원 뿐만 아니라 지역구 의원을 희망하는 국회의원도 사활을 걸어야 할 터. 김 의원은 상황이 녹록치 않다양천갑은 지자체장 뿐만 아니라 시의원 모두 여당이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련은 정치인의 자양분이 되기도, 나락으로 떨어뜨리기도 한다. 그의 속내가 궁금했다.

유권자들은 등을 돌리고 있지만, 건전한 보수가 한국을 발전시킨 것만큼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잖아요.” 알 듯 모를 듯 한 이야기였다. 좀 더 파고들기로 했다. 김승희만의 정치란 무엇일까. 김 의원이 말했다. “건전한 보수의 가치를 실현해야죠. 계속 보건복지 전문가로서의 맥을 짚어 간다면 유권자는 저의 진가를 알아줄 겁니다.”

“좀 먹으면서 하십시다.” 인터뷰 중간, 간식으로 내어 온 귤을 반으로 쪼개 기자에게 권하며 그가 웃으며 말했다. “포용과 소통의 정치인이라고 절 소개하면 너무 상투적이겠죠?” 현재까지 언론을 통해 비쳐진 김승희 의원의 이미지는 전문가, 냉철함, 보건복지 등으로 정리될 수 있다. 이는 장점이자 한편으론 단점이 될 수도 있다. 다소 차갑게 비쳐져 거리감이 들 여지도 있기 때문

김승희 의원은 '칼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정치인'일까? 알고 보면’ 꽤 친근한 누님의 면모가 많다. 인터뷰에 앞서 자주색 카디건 차림으로 기자를 맞았던 그는 본인 PR’을 좀 해보라는 기자의 요청에 손사레를 치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의 웃음에는 사실 그렇게 차가운 사람이 아니라는 김 의원만의 문법이 배여 있는 듯 했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

맨 위로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