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카드] ‘1승10패’ KT, 정말 재료 문제일까?

‘1승10패’ KT, 정말 재료 문제일까?

[옐로카드] ‘1승10패’ KT, 정말 재료 문제일까?[옐로카드] [레드카드]는 최근 화제가 된 스포츠 이슈를 비판적인 시선으로 되짚어보는 쿠키뉴스 스포츠팀의 브랜드 코너입니다.

재료는 풍부하다. 하지만 요리사의 재량이 못미덥다. 리그 최하위 KT의 얘기다.

부산 KT 소닉붐은 9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서울 삼성 썬더스와의 경기에서 75대87로 패배했다. 5연패, 시즌 성적은 1승10패다. 

지난 경기들의 문제점이 그대로 반복됐다. 2쿼터와 3쿼터를 지나면서 후반 집중력이 무너졌고 외국인 선수들이 제 역할을 해내지 못했다. 조동현 KT 감독은 “전반전에는 잘하는데 왜 후반만 가면 몸이 무거워지는지 모르겠다”,“국내 선수들이 이겨내는 힘이 부족했다. 힘을 길러야 된다” 등의 말로 경기 내용을 되돌아봤다. 외인 선수들의 부진은 “본인들도 이유를 모르겠다니 답답하다”며 고개를 저었다.  

조 감독의 얘기는 일부 납득할 수 있다. 실제로 KT는 경기 초반 분위기를 끝까지 이어나가지 못하고 역전패를 허용하는 경우가 잦다. 연패 시점과 겹쳐 더욱 부각되는 것일 뿐이지, 외인들의 부진도 일시적인 컨디션 저하일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KT의 패배에 조 감독의 지분이 전혀 없다곤 볼 수 없다.

선수층을 뜯어보면 KT는 압도적 꼴찌를 할 정도의 전력은 아니다. 실제로 올 시즌을 예상할 때 KT를 최하위로 꼽는 전문가들은 드물었다. 최근 만난 A구단 감독도 “KT전력이 가장 안정적이라 생각했다”며 최근의 부진을 의아해했다. 

4번 김현민의 부재가 크지만 이재도라는 검증 받은 가드에 허훈이라는 대형 신인까지 가세했다. 든든한 박지훈도 있다. 기량이 준수한 김영환이라는 포워드도 갖고 있다. 주춤한 박상오도 얼마든지 제 몫을 해줄 수 있는 포워드다.

리온 윌리엄스와 웬델 맥키네스는 KBL에서 잔뼈가 굵은 용병들이다. 

윌리엄스는 2012-2013시즌부터 오리온과 KGC 등을 거친 뒤 지난 시즌부터 KT에서 활약 중이다. 맥키네스는 KT를 비롯해 KGC와 DB에서 뛰었다. 특히 ‘맥들소’라고도 불리는 맥키네스는 지난 2시즌 동안 원주 동부에서 활약하며 평균 19.4득점 8리바운드를 기록했다. 2015~16시즌에는 챔피언결정전까지 팀을 이끌었다.

재료를 잘 버무려 맛있는 요리를 만드는 것은 요리사의 재량에 달렸다. KT가 유독 고비를 넘지 못하는 건 조 감독의 책임이 크다. 결국 전술적인 움직임이나 코트에서의 역할 분배를 제대로 배정받지 못한 때문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프로농구는 특히 감독의 역량이 중요하다. 당장 9일 삼성전은 이상민 감독의 선수기용이 빛을 발했다. 삼성은 2쿼터까지 KT의 함정수비와 지역 수비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에 이 감독은 가드 천기범이 상대 존 수비에 애를 먹는단 것을 인지하고 지역방어를 깨는 데 일가견이 있는 김태술을 투입했다. 김태술은 김동욱과 빠른 패스 전개를 통해 외곽슛 기회를 만들어냈다. 수비가 자리 잡히기 전에 빠른 속공 전개도 펼쳤다. 삼성은 결국 3쿼터 중반 균형을 맞춘 뒤 리드를 잡아 내 승리했다. 

DB는 어떤가. 시즌이 시작되기 전 강력한 최하위 후보로 꼽혔지만 이상범 감독의 지도하에 리그 2위를 달리고 있다. DB만의 팀 컬러로 KBL에 돌풍을 일으키는 중이다. 코트에서 뛰는 건 선수들이지만 선수 기용, 승부처를 인식하고 적합한운용을 펼치는 건 결국 감독의 몫이다. 같은 패턴의 패배가 반복되고 있다면 조 감독도 이제는 선수들의 체력, 심리적인 문제로 책임을 돌릴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전술과 지도력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조 감독의 최근 3시즌 승률은 42승77패로 3할5푼2리에 그친다. 이 기간 사령탑을 맡은 감독들을 통틀어 최저 승률이다. 조 감독이 위기를 타개할 해결책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KT는 또 다시 참혹한 성적만 남긴 채 시즌을 마무리할 가능성이 높다. 부산의 저조한 ‘농구민심’이 더욱 악화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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