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기자의 건강톡톡] ‘가정상비약’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신가요?

가정상비약에 대한 오해와 진실

‘소독약, 반창고, 소화제, 두통약, 지사제, 해열제’ 일반적으로 가정에서 자주 사용되는 가정상비약으로 구급함에 들어있는 것들입니다. 하지만 집안 구석구석을 찾아보면 ‘이게 무슨 약이지?’하는 용도를 모르는 약도 발견되기도 합니다. 집에 구비돼 있으면 매우 요긴하게 쓰이지만, 잘못 사용하면 없느니만 못한 가정상비약의 관리방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Q. 병원에 가기 전 가정상비약으로 이틀 정도 치료해 보는 것이 좋다=아닙니다. 구급함 안에 무조건 약이 많으면 좋을까? 절대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전문가들은 가정용 상비약은 해열제 한 가지면 충분하다고 주장합니다. 섣부른 자가 치료는 병의원에 가서 정확한 치료를 받는 것보다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죠. 한국건강관리협회 서울강남지부 건강증진의원 김지연 과장은 “예를 들어 아이가 복통을 호소할 때 소화제나 먹이고 방치했다가 분초를 다투는 장중첩증 같은 위험한 병을 놓칠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합니다.

Q. 오래된 해열제 시럽, 먹어도 된다=아닙니다. 요즘은 동네 어디에나 병의원들이 있다고 하지만 한밤중에 아이를 들쳐 업고 병원에 가는 것이 그리 간단한 일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유효기간도 확인하지 않고 집안 어딘가에 방치돼 있던 오래된 해열제를 먹이면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알약은 그나마 좀 낫지만 일단 개봉된 시럽 종류는 2~3주만 지나도 오염되거나 상할 수 있습니다. 간단한 감기증세를 세균성 복통으로 악화시킬 수도 있죠. 김지연 과장은 “대개 개봉되지 않은 파스나 알약의 유효기간은 2년 정도, 시럽은 1년 정도지만 일단 개봉된 시럽은 단기간에도 변질될 수 있다. 따라서 먹다 남은 시럽류는 1~2주 안에 다시 사용할 것이 아니라면 미련 없이 버려야 한다. 눈에 넣는 안약류도 개봉한지 몇 달이 지났다면 세균이 번식할 수 있으므로 사용해선 안 된다”고 조언했습니다.

Q. 의식이 없는 환자에게는 어떤 약도 먹이지 않는다=맞습니다. 흔히 청심환이나 기응환 같은 한방약들을 상비약으로 준비하고 있다가 아이들이 놀라면 기응환, 중풍으로 쓰러지면 먼저 청심환부터 먹이고 병원에 오는 사례가 많습니다. 그런데 의식이 없거나 몽롱한 상태의 환자에게 이런 약을 억지로 먹이려 하다가 약이 기도로 넘어가면 치명적입니다. 아이들이 놀랄 만한 일로 놀랐다면 품에 안고 잘 달래줄 일이지 약을 먹인다고 해결될 것은 아닙니다.

Q. 가정상비약은 건조하고 서늘한 곳에 보관한다=맞습니다. 사람들은 약의 성질이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약은 습기에 약하다고 합니다. 모든 음식물들이 그렇듯 습기로 인해 여러 박테리아나 세균에 노출될 수 있으며 화학 반응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죠. 햇볕도 마찬가지입니다. 효능이 사라지거나 변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반드시 해가 들지 않고 건조한 곳에 구급상자를 두고 그 안에 약을 보관해야 합니다. 약을 보관할 때는 무엇보다 안전이 중요하므로 어린아이의 손에 닿지 않는 높은 곳이나 수납공간에 두는 것이 좋습니다.

Q. 비슷한 증세라면 다른 사람이 먹던 약을 먹어도 된다=아닙니다. 과민 증상 등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비슷한 증세라도 다른 사람이 먹던 약을 먹는 것은 삼가야 합니다. 김지연 과장은 “해열제나 소화제는 아이와 어른이 따로 사용해야 하는 경우가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아이에게 할머니가 드시던 감기약을 나누어 먹인다든지 하는 것도 위험합니다. 별도로 조제한 약이 아니라 포장이 남아 있는 약이라면 유효기간이 적혀 있으므로 이를 잘 지키면 됩니다. 오래된 항생제 등은 약효도 거의 없을 뿐 아니라 설사와 복통을 일으킬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합니다.

[쿡기자의 건강톡톡] ‘가정상비약’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신가요?◇백점짜리 구급함, 들여다보기

가정용 구급함에 꼭 비치해야 할 품목들체온계, 핀셋, 가위, 면봉, 일회용 반창고, 멸균거즈, 탈지면, 탄력붕대, 과산화수소나 포비돈 등 상처 소독약, 해열진통제 여기에 물파스(벌레물린데),항생제연고(후시딘,박트로반등),소화제나지사제까지준비돼있다면 금상첨화. 이렇게 잘 준비된 구급함이라도 6개월마다 유효기간을 확인하자. 일반적으로 약은 햇빛과 고온, 습도에 의해 쉬이 변질되므로 약상자는 방안에 두지 말고 햇빛에 노출되지 않도록 불투명한 봉투나 갈색병에 밀봉해 서늘한 베란다에 보관해야 한다.

*도움말=한구건강관리협회 서울강남지부 건강증진의원 김지연 과장

송병기 기자 songb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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