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창원터널 앞 폭발 사고 차량은 사실상 ‘달리는 화약고’

인화점 낮은 유류 제품도 별다른 안전 조치 없이 실려 있어

지난 23명이 숨진 경남 창원터널 앞 폭발화재 사고와 관련, 유류 제품을 운반한 차량이 사실상 달리는 화약고나 다름없었던 정황들이 드러나고 있다.

3일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창원중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사고 당시 가해 차량 5t 화물차에는 산업용 윤활유 등이 담긴 기름통이 총 196개가 실려 있었다.

200짜리가 22, 20짜리가 174개로, ‘1=1으로 단순 환산하면 5t 차량에 7.8t의 기름이 실려 있었던 것이다.

기름을 담은 철제 통의 무게를 빼더라도, ‘과적차량에 해당된다고 보는 게 경찰 판단이다.

그런데 이 화물차에는 인화점이 상대적으로 낮은 유류 제품도 실려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중앙분리대 충돌 직후 발생한 폭발의 원인을 규명할 수 있는 대목이다.

<쿠키뉴스> 취재 결과 5t 화물차에는 총 25종류의 윤활유, 방청유 등의 제품이 철제 용기에 담긴 채 실려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가운데는 인화점이 5~25도인 방청왁스가 10통이 실려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방청왁스를 담은 통이 200인지, 20인지는 확인이 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인화점이 40도인 방청왁스도 45개가 실려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단독]창원터널 앞 폭발 사고 차량은 사실상 ‘달리는 화약고’

20짜리가 174개 실렸던 점으로 미뤄 인화점이 40도 방청왁스는 20통에 담겼다고 보면, 900가량 실렸던 것으로 보인다.

이 방청왁스들은 위험물안전관리법상 인화점 기준으로, 인화점이 21도 이상 70도 미만인4류 인화성 액체 제2석유류에 해당된다.

이 화물차에 실려 있던 다른 산업용 윤활유의 인화점이 200도 이상인 것으로 봤을 때, 이처럼 인화점이 낮은 유류 제품의 적재가 중앙분리대 충돌 직후 순식간에 일어난 폭발 사고와 연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상황이 이렇다 해도 현재 관련법상 이를 처벌 또는 제재하기가 쉽지 않아 논란이다.

이날 현장 브리핑에 참석한 경남경찰청 관계자는 이번 사고와 같은 유류 제품을 담은 용기통만 확실하면 운반은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다만 위험물안전관리법 시행규칙상 차광막으로 덮고 운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5t 화물차 운전자 윤모(76)씨는 인화성 물질인 위험물 취급과 관련한 자격증은 없고, 운전면허증만 보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화물차도 위험물운반차량이 아닌 일반 카고 차량으로 등록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위험한 인화성 물질이 별도의 안전 관리나 조처 없이 전국을 돌아다니고 있는데도 현재로써는 마땅히 이를 제재하기 힘든 셈이다.

당장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과적 외 책임을 묻기 쉽지 않은 상황이어서 압수수색 등 경찰의 본격적인 수사가 진행돼야 책임 소재가 명확히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물류회사와 유류 제조회사 등 애초부터 과적을 알고도 운행을 지시하거나 관여했는지 여부 등을 집중 조사할 방침이라며 사고 원인에 대해서도 국과수 부검결과차량 도로 감식결과, CCTV블랙박스 영상, 목격자 진술 등을 모두 종합해 규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창원=강승우 기자 kka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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