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터 탐방] 인하대병원 암통합지원센터 “환자는 고객 아닌 동반자”

암 진단 후 암환자들의 감정 변화는 유사하다. 처음 병원을 찾아 암 진단을 받으면 절망에 가까운 정신적 고통을 호소한다. 현실을 부정하며 눈물짓기도 한다. 시간이 조금 지나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떨치고 삶에 대한 의지를 다진다.

문제는 이때부터다. 암을 극복하겠다는 의지에 인터넷을 찾고 관련 서적을 읽는다. 주위 경험자나 생존자들에게 민간요법과 치료법도 묻는다. 잘못된 민간요법 때문에 악화되거나 부작용으로 고통 받기도 한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걸까. 전문가들은 환자들이 정확한 의학적 정보를 알아보고 궁금증을 해소하기에는 3분, 길어도 15분을 넘지 않는 진료시간은 이들에게 너무나도 짧다고 지적한다. 담당 의사를 찾기가 쉽지 않은데다 변화나 이상현상을 그때그때 해소하기가 요원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결국 환자들은 해당 분야의 전문가이자 권위자를 찾고, 자신을 살려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갖고 여러 대형병원을 돌다 빅5로 통칭되는 서울 주요 상급종합병원으로 발걸음을 하게 된다. 그리고 진료에 검사를 다시 받고 평균 2달이 넘는 긴 기다림 끝에 수술을 받는다.


◇ 외래부터 수술까지 2달? 5일이면 ‘OK’

어쩌면 일반적이고 당연한 기다림과 체계에 의문을 품은 이가 있었다. 인하대병원 외과 최선근 교수(사진)는 20년전 전공의 시절 위암 진단을 받은 아버지를 곁에서 지켜보며 기다림과 절박함을 경험했다고 말한다. 당시 암환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길을 찾겠다는 다짐을 실현하기 위해 ‘암통합지원센터’를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소소한 것도 의논할 수 있는 부서에 대한 갈망과 환자가 여러 과를 다녀야하는 불합리함, 환자에게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며 “인하대병원에서 가장 잘할 수 있는 서비스는 ‘인간적인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특히 “의료진이 조금 더 부지런하면 되지 않겠느냐”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며 검사와 진단, 치료와 회복, 사회복귀에 이르기까지 도움과 지원이 절실한 환자를 돕는 길은 인간적으로 다가가는 병원이 되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이런 그의 구상을 현실화하기 위해 ‘생존’에 집중된 의료체계와 의료진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병원을 바꿔야했다. 

협진을 위해 각 진료과 전문의들과의 일정을 조정해야했고, 조직검사나 영상검사 등의 양해를 구해야했다. 다행히 김영모 병원장의 지원과 주변 의료진들의 지지로 지난해 10월부터 시범사업 형태로 외래 첫날 영상 및 병리검사를 모두 마치고 일주일이 걸리던 검사와 진단을 2∼3일로 단축시켰다. 그 결과 2주 이상 걸리던 일정이 5일로 줄었다. 

최 교수는 “초기 병리과와 내과, 영상의학과 등과 협의해 암 환자로 분류하면 여타 병원과 다른 경로를 통해 빠르게 조직검사와 영상검사가 진행될 수 있도록 했다”며 “동결절편검사도 적용해 소요시간을 더 줄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센터 탐방] 인하대병원 암통합지원센터 “환자는 고객 아닌 동반자”
◇ 환자 이탈율 ‘9%’…지역거점 자리매김에도 ‘으뜸’

여기에 15년 이상의 임상경력을 갖춘 간호사들을 암전문코디네이터로 영입해 진료와 검사, 수술 일정을 조율 효율을 높였다. 또 환자가 병원을 찾을 때부터 퇴원 후 사회 복귀 후까지 환자를 전담해 밀착서비스를 제공해 친밀감을 높이고 환자의 갈증을 해소시켰다. 

결과적으로 암전문코디네이터를 중심으로 톱니바퀴처럼 맞춰진 통합진료시스템과 환자와 의료진이 아닌 사람과 사람의 소통을 중심으로 한 폭넓은 상담서비스는 환자들의 발길을 병원으로 돌리도록 했다. 

병원 자체 통계에 따르면 지난 6월 센테 개소 후 환자 이탈율은 20%대에서 8∼9%대로 떨어졌다. 1시간이 넘는 상담시간과 전담 코디네이터와의 상시 소통은 환자들의 만족도를 높였다. 

최 교수는 “암환자들은 심리적으로 굉장히 불안정하고 자기가 어떤 과정으로 수술이나 치료를 받는지 그 후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궁금해 한다”며 “간호사가 친구처럼, 딸처럼 함께하니 만족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이라고 풀이했다. 

이어 최 교수는 “진료는 의료진 위주지만 지원은 환자 위주의 접근이다. 인간적으로 다가가 환자의 삶의 질을 고려한 정신적, 심리적 영역까지 함께하는 동반자 역할을 강조했다”며 센터 명칭을 ‘암통합지원센터’로 한 이유이자 인하대병원이 지역거점병원으로 가야할 방향이라고 힘줘 말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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