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카드] KBL 총재 구단 체제, 땜질인가 변화인가

KBL 총재 구단 체제, 땜질인가 변화인가

[옐로카드] KBL 총재 구단 체제, 땜질인가 변화인가[옐로카드] [레드카드]는 최근 화제가 된 스포츠 이슈를 비판적인 시선으로 되짚어보는 쿠키뉴스 스포츠팀의 브랜드 코너입니다.

KBL이 총재 구단 체제를 맞았다. KBL은 19일 “제 23기 2차 임시총회를 통해 각 구단이 돌아가면서 연맹을 맡기로 의결했다”며 “첫 총재 구단으로 울산 현대모비스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총재 구단 체제는 특정구단의 책임 아래 KBL이 운영되는 방식이다. KBL이 총재 구단 체제가 된 건 신임 총재를 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영기 총재는 지난 5월 임시 총회에서 임기 3년의 제9대 총대로 추대됐지만 곧바로 사의를 내비쳤다. 

이후 KBL은 새로운 총재를 선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나 결과가 좋지 않았다. 각 구단 구단주를 찾아 추대를 제안했지만 흐지부지됐다. 

결국 19일 임시 이사회를 열어 특정 구단이 책임지고 리그를 운영하는 총재 구단 체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리그 발전에 기여한 구단이 우선적으로 연맹 운영을 맡는 방식이다.

이러한 기준에 따라 통산 6회 우승과 2006-2007시즌, 2010-2011 시즌 타이틀 스폰서로 나선 울산 현대모비스가 첫 총재 구단으로 선정됐다. 현대모비스를 시작으로 향후 각 구단이 돌아가면서 총재 구단을 맡기로 했다. 

총재 공석을 우려해 급박하게 내린 결정이었다는 인상이 짙다. KBL에 문의한 결과 실제로 총재 구단의 임기는 현재까진 정해진 바가 없다. 연맹 운영 방식도 온전히 구단 측에 인계했다. 구단은 구단주가 연맹을 맡을 것인지, 전문 경영인을 투입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KBL과 이사회가 허겁지겁 모비스에 짐을 떠넘긴 것 아니냐는 의심을 피할 수 없다.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KBL의 열악한 처지를 가늠할 수 있는 탓이다. 출범 이후 KBL 총재 자리는 ‘독이 든 성배’나 다름없었다. 각종 구설수가 끊이질 않았고 퇴보하는 행정은 프로농구의 인기 하락을 가속화시켰다는 비판을 받았다. 

2014년부터 총재를 맡고 있는 현 김영기 총재 역시 희생양이나 다름없다. 전임 7대 한선교 총재가 사의를 표명하고 나서면서 3대 총재를 맡았던 김 총재를 설득했고 김 총재가 하는 수 없이 연맹을 이끌 수장자리에 앉았다. 그러나 당시 78세의 고령이었던 김 총재가 리그에 '새 바람'을 불러올 인물이라 여기는 팬들은 많지 않았다. 고령이 된 전 3대 총재가 8대 총재에 재신임 될 때부터 어쩌면 KBL 총재 구단 체제는 예견돼 있었는지도 모른다. 

불가피한 선택이었다지만 총재 구단 체제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온다.

총재 구단 체제는 타 리그, 해외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시스템이다. 운영 사례와 모범이 부족한 상황이라 자칫 리그가 각종 부작용 속에 표류할 수 있다. 

총재 구단에 유리한 쪽으로 규정 등이 바뀔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물론 이는 '잠재적 총재 후보'인 구단들의 반대가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하지만 혹 총재 구단을 맡은 특정 팀에 유리한 판정이 지속될 시 석연찮은 논란으로 리그가 시끄러워질 수 있다. 

무엇보다 정책의 연속성이 떨어질 수 있단 점에서 우려를 남긴다. 총재 구단 임기는 아직까지 정해진 바가 없지만 연임에 대한 가능성 없이 구단마다 주기적으로 총재 구단을 맡는 것이라면 정책의 장기적 접근이 어렵다는 한계가 생긴다. 

한 프로농구 관계자는 “총재 구단 체제 하에선 장기적 정책이 만들어지기 힘들 것”이라면서도 “전문 경영인 등이 투입돼 리그 운영에 접근한다면 효과를 거둘 수도 있을 것이다. 장단점이 뚜렷한 만큼 어디까지나 두고 봐야 될 문제”라고 말을 아꼈다. 

KBL은 추후 회의를 거쳐 총재 구단 체제에 대한 구체적 사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김영기 총재는 모비스가 연맹 운영 인수시기를 확정하는 대로 총재 자리에서 물러난다. 

총재 구단 체제가 땜질에 그칠지, 리그 운영의 성공적인 사례로 남을지 지켜 볼 일이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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