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부라더' 이동휘 "이제 막 첫 삽 뜬 느낌… 연기 갈수록 어렵다"

배우 이동휘가 연기를 하게 된 계기는 가족이다. 외동아들인 그가 난생 처음 한 연기는 애거사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대학 연극 동아리 공연으로 무대에 선 이동휘가 어설픈 노인 분장을 하고, 고장난 소품 총을 든 채 ‘빵!’하고 입으로 소리를 내며 연기를 하는 것을 본 부모님이 행복하게 웃는 모습이 이동휘의 시발점이었다. “물론 졸업하고 나서 일이 한참동안 없으니 그만두라고 하신 건 반전이죠. 하하. 지금은 일이 많으니 기뻐하시는 건 또 한 번의 반전입니다.” 영화 ‘부라더’(감독 장유정) 개봉을 앞두고 서울 팔판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동휘의 넉살이다.

‘부라더’는 다양한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사랑받아온 이동휘의 첫 주연작이다. 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를 원작으로 한 ‘부라더’는 사이 나쁜 두 형제의 가족애를 그렸다. 그간 맡아온 배역이 배역이니만큼 이동휘가 또 한 번 웃기는 배역일 거라고 생각하는 관객이 많겠지만, 의외로 그가 맡은 주봉은 극중에서 잘 웃지 않는다. 딱 한 번, 형인 석봉(마동석)을 곯려 준 후 이를 드러내고 신나게 웃는다. 잘 웃지 않는 주봉에 관해 이동휘는 “신선한 도전이 될 수 있겠다 싶어 골랐다”고 말했다.

“주봉이는 하루하루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걱정이 정말 많은 사람이에요. 직업적 책임감도 있고, 사명감도 넘치죠. 그렇게 열심히 사는 사람이 어느 순간 뜻하지 않은 일 때문에 겁을 먹거나 우는 모습이 코미디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간 누군가에게 얄밉게 구는 역으로 소비가 많이 됐지만 주봉은 그렇지 않아요. 재미있는 건, 생각도 못한 주봉의 부분을 관객분들이 좋아해주셨다는 거예요.”

[쿠키인터뷰] '부라더' 이동휘

그런 주봉의 모습은 이동휘가 하고자 하는 연기와도 맞닿아 있다. 이동휘는 “과한 슬랩스틱보다는 압축된 연기를 추구한다”고 밝혔다. “상황이 아무리 웃기고 신나더라도 제가 웃고 즐거워하는 것보다는 그 상황이 유발하는 재미의 몫을 관객에게 던져주는 쪽을 저는 훨씬 좋아해요. 물론 살릴 부분은 살리고, 덜어낼 부분은 덜어내는 식으로 섬세하게 설계를 해야 하죠. 뭐랄까, 적당히 잘해야 하는데 쉽지 않네요. 살면서 가장 힘든 게 적당한 거 아닌가요? 연기도 그래요.”

감칠맛 나는 웃음을 주는 캐릭터들이 지금 이동휘가 가지고 있는 커리어의 대부분이다. 리스크가 없는 선택으로 보일 수도, 혹은 그런 캐릭터만 주어진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본인의 기준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동휘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신인 티를 벗은 지 얼마 안 됐어요. 제가 어떤 기준을 가지고 작품을 고를 수 있는 사람이 되기에는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저는 아직까지도 제작자에게 선택을 받는 사람이거든요. 그렇다면 제 기준을 만들기보다는 일단 제게 주어진 캐릭터를 적절히 완수하자는 목표의식에 먼저 충실하고 싶어요. ‘이런 캐릭터를 해야겠다.’ ‘저런 시나리오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어요. 제 역할을 100% 해내는 것이 제일 중요해요.”

“지금은 막 첫 삽을 떴다는 느낌이에요. 왜 선배들이 ‘연기는 하면 할수록 어렵다’고 하시는지 알게 됐달까요. 어떤 작품을 선택하든 성공도 실패도 할 수 있지만, 그런 것을 두려워하며 계획을 세우고 싶지는 않아요.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며 결과를 수용하고 용기를 가져야 하는 단계가 지금의 저라고 생각해요. 물론 책임감은 예전보다 커지긴 했어요. 예전에는 영화 중간에 잠시 투입되는 역할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저 스스로에게만 집중하면 되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막상 주연은 그렇지 않더라고요.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봐야겠다는 생각이 커졌어요. 조금은 발전하지 않았을까요?”

‘부라더’는 다음달 2일 개봉한다. 

이은지 기자 onbg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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