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로캣 ‘와디드’ 김배인 “주변 도움으로 얻은 기회, 더 잘 살리고 싶어요”

‘와디드’ 김배인 “주변 도움으로 얻은 기회, 더 잘 살리고 싶어요”

[인터뷰] 로캣 ‘와디드’ 김배인 “주변 도움으로 얻은 기회, 더 잘 살리고 싶어요”

“한 번 더 유럽에서 플레이하고 싶어요. 무명 선수였던 저를 믿어준 현 소속팀에게 고맙기도 하고, 무엇보다 최정상을 못 찍어본 채 유럽을 떠나고 싶지 않아요”

팀 로캣 서포터 ‘와디드’ 김배인의 말이다. 지난 14일 서울 신도림 나이스게임TV 본사 근방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성공적으로 1부 리그 데뷔 시즌을 마친지 2달, 그는 휴식을 취하며 차분히 ‘소포모어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e스포츠 시장에서 한국은 축구강국 브라질에 빗대어지곤 한다. 뛰어난 실력의 선수들을 해외로 내보내는 ‘수출강국’이란 공통점 때문이다. 이제 해외 리그 오브 레전드 프로신에서 한국인 용병을 찾아보기란 크게 어렵지 않다. 그리고 현재도 수십 명의 한국인이 지구촌 각 지역에서 프로게이머로서 활약하고 있다.

2017 유럽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십 시리즈(EU LCS)에서도 마찬가지였다. G2에서 유럽 e스포츠 역사를 새로이 쓴 ‘익스펙트’ 기대한과 ‘트릭’ 김강윤, 한국 리그에서 갈고 닦은 실력을 기반으로 닌자스 인 파자마즈에 진출한 ‘프로핏’ 김준형과 ‘나그네’ 김상문, 2년간 성장에 성장을 거듭해 팀을 롤드컵 8강에 진출시킨 미스핏츠 ‘이그나’ 이동근 등이 올 한 해 동안 유럽 무대를 호령했다.

그들 중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쳤던 선수가 누구인지에 대해선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현지 팬들로부터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던 선수라면 단연 팀 로캣의 서포터 ‘와디드’ 김배인을 꼽을 수 있다. 이 금발의 한국인 용병은 특별한 커리어도, 유명세도 없었지만 데뷔와 동시에 유럽 e스포츠팬의 애정, 관심을 독차지했다.

“개인적으론 매우 아쉽죠. 한두 경기 차이로 플레이오프가 좌절됐고, 다 이긴 경기를 실수로 놓치기도 했어요. 특히 막판 6연승을 거뒀던 스프링 시즌에는 한 끗 차이로 달라진 게 많아 아쉬움이 많이 남아요. 드라마 찍는 줄 알았는데 현실은 녹록지가 않더군요”

올해 그의 소속팀 로캣은 스프링·서머 스플릿 모두 4위에 올랐다. 만족과 아쉬움이 공존하는 순위다. 강등은 면했지만, 플레이오프도 놓쳤다. 롤드컵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중국에 가있는 타 팀 선수들을 보면 부러울 뿐이다.

“유럽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선수끼리 친해져서 연락을 자주 하거든요. 롤드컵에 가있는 ‘이그나’ 이동근이나 ‘익스펙트’ 기대한, ‘트릭’ 김강윤 소식을 가까이서 들어요. 부럽기도 하고 시샘도 나죠. 이번에 G2는 아쉽게 떨어졌지만, 저는 아예 (롤드컵에) 가보지도 못했잖아요. 그럴 때마다 마음을 다시 한 번 다잡아요. 솔로 랭크 연습도 정말 하기 싫은데 꾸준히 하게 돼요”

2017년은 김배인이 리그 오브 레전드 프로 1부 리그에 데뷔한 해이기도 하다. 많은 걸 느끼고, 배웠던 1년이었다며 그는 지난 스프링 스플릿을 회상해나가기 시작했다. 

“팀으로서도, 저로서도 엄청난 도박이었다고 생각해요. 저는 한국에서 아무 것도 보여준 게 없는 신인이었거든요. 다른 한국인과 함께 영입한 것도 아닐뿐더러, 제가 영어를 특출하게 잘하는 것도 아니었고요. 결과적으로 조금이나마 팬들에게 제 이름 석 자를 각인시켜 기뻐요. ‘실패한 한국인 용병’ 이미지에서 탈피해 ‘재밌는 친구’라는 이미지를 심어준 것 같아 만족스러워요. 그래서 더더욱 다음 시즌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인터뷰] 로캣 ‘와디드’ 김배인 “주변 도움으로 얻은 기회, 더 잘 살리고 싶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는 스프링 스플릿 마지막 경기인 G2전을 꼽았다.

“스프링 스플릿 마지막 경기를 잊을 수가 없네요. 상대팀 G2가 1년 동안 무패를 기록하던 때였고, 저희는 0승7패 후 5연승을 달리던 중이었죠. 결국 저희가 이겼어요. G2 연승을 끊었다는 것에 쾌감을 느꼈죠. 신인 선수도 많았고, 시즌 내내 삐걱댔던 팀이 특별한 터닝 포인트 없이 6연승을 했으니까요. 우승이나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지은 것도 아닌데 정말 기뻤어요”

김배인이 성공적으로 유럽 무대에 적응할 수 있었던 밑바탕은 빠른 영어 습득 능력이었다. 팀 내 유일한 한국인인 그는 적극적인 자세로 새 언어를 배워나갔고, 그 결과 이제는 대회 분석 데스크 패널로 초청될 만큼 능숙하게 영어를 구사할 수 있다.

“적응에 있어 가장 큰 문제는 아무래도 언어였죠. 처음엔 동료들의 발음 때문에 듣기 부분이 특히 어려웠는데, 그래도 막상 적응하니까 괜찮아지더군요. 사실 저희 팀엔 영어가 모국어인 선수가 없거든요. 다들 제2외국어여서 생각보다는 간단한 영어만 구사하더라고요”

팀 동료을 비롯한 주변인의 도움은 큰 힘이 됐다.

“팀원들 모두 착해서 설령 제가 틀린 문법을 구사하더라도 흉을 보기보단 고쳐줬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노력하는 자세를 좋게 봐줬던 것 같아요. 팀에서도, 라이엇 게임즈 스튜디오에서도요. 그래서 저도 더 자신감 있게 말했고, 배웠던 것 같아요”

나이스게임TV에 대해서도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데뷔 전부터 나이스게임TV를 통해 여러 차례 e스포츠팬들에게 얼굴을 비춘 바 있는, 이른 바 ‘네임드 유저’였다. 그리고 최근에도 비시즌이면 나이스게임TV를 찾을 정도로 특별한 인연을 이어나가고 있다.

“데뷔 전부터 솔로 랭크 챌린저를 찍는, 재능이 뛰어난 선수들은 바로 1부 리그에서 데뷔할 수 있겠죠. 하지만 그렇지 않은 선수들은 아마추어 대회에 참여해 팀 게임 경험을 쌓고,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올라가는 게 중요해요. 저 또한 다른 선수들보다 솔로 랭크 점수는 낮았지만 그런 경험을 높게 사준 덕에 인정을 받았거든요. 나이스게임TV가 클랜 배틀, 챌린저스 코리아 등 중소규모 대회를 꾸준히 열어준 것에 고마움을 느껴요. 솔로 랭크 다이아몬드 등급 선수들이 챌린저와 맞붙으면 정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요”

김배인은 “그밖에도 많은 분들에게 도움을 받아서 프로게이머가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도움을 헛되이 만들지 않겠다”고 선전을 다짐했다.

“제가 이렇게 프로게이머가 될 수 있었던 건 주변 분들의 도움이 정말 컸어요. 도전할 수 있게끔 지원해주신 부모님, 그리고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계속해서 저에게 관심 가져주시고 기회를 주신 나이스게임TV 관계자 분들, 전(前) 스베누 코리아 박재석 감독님, 솔로 랭크에서 많은 것을 가르쳐준 ‘임프’ 구승빈 선수 등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죠. 그 결과 남들이 얻을 수 없는 기회를 저는 얻었어요. 그런 만큼 이 기회를 잘 살리고 싶어요. 그 도움이 헛되지 않게요”

윤민섭 기자 yoonminseop@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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