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KBS 예능의 표절 논란, 그리고 ‘김생민의 영수증’

KBS 예능의 표절 논란, 그리고 ‘김생민의 영수증’

[친절한 쿡기자] KBS 예능의 표절 논란, 그리고 ‘김생민의 영수증’

지난 추석 연휴 기간 방송된 KBS 파일럿 예능 프로그램이 표절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한 편도 아니고 무려 세 편이나 됩니다. 중국의 예능 표절을 비난할 일이 아니라는 의견까지 나왔습니다.

가장 먼저 문제시된 프로그램은 지난 3~4일 2회 분으로 방송된 ‘혼자 왔어요’입니다. 각 주제에 맞게 여행을 다녀온 출연자들이 MC들과 함께 영상을 보며 각자 느낀 입장 차이를 이야기하는 관찰 프로그램입니다. 이날 방송에서는 일본 오키나와로 2박3일 여행을 떠난 여섯 남녀의 이야기가 그려졌죠.

‘혼자 왔어요’는 지난 6~9월 방송된 채널A ‘하트 시그널’과 비슷하다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콘셉트는 분명 여행을 주제로 한 관찰 예능이지만, 여행 기간 동안 청춘 남녀 3명의 마음에 연애 감정이 싹트는 내용에 집중했기 때문입니다. ‘하트 시그널’은 기대 이상의 호평을 이끌어내며 시즌2 제작을 확정한 바 있습니다.

지난 6일 방송된 ‘줄을 서시오’도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줄을 서시오’는 서울의 유명 맛집이나 인기 있는 장소를 방문해 시민들과 함께 줄을 기다려서 직접 맛을 보고 경험하는 콘셉트의 프로그램입니다. 이날 방송에서는 빵집, 만두가게, 경복궁 등을 방문해 서울의 다양한 먹거리와 볼거리를 소개했습니다.

‘줄을 서시오’는 지난 7월부터 방송 중인 JTBC ‘밤도깨비’를 베꼈다는 논란에 휘말렸습니다. ‘밤도깨비’가 전국의 맛집과 명소를 돌아다니는 것과 달리 ‘줄을 서시오’는 서울 중심으로 진행된다는 것이 차이점입니다. 그 외에 프로그램의 기본 콘셉트가 똑같은 것이죠.

마지막으로 논란의 대상이 된 프로그램은 ‘하룻밤만 재워줘’입니다. ‘하룻밤만 재워줘’는 사전 섭외 없이 현지인의 집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일상을 공유하며 또 다른 가족을 만드는 콘셉트의 프로그램입니다. 지난 9일 방송에서는 방송인 이상민, 김종민이 이탈리아 로마에서 무작정 시민들에게 말을 걸며 하룻밤을 묵는 내용이 전파를 탔습니다.

‘하룻밤만 재워줘’의 콘셉트는 초인종을 눌러 저녁밥을 얻어먹는 JTBC ‘한끼줍쇼’를 떠올리게 했습니다. 국내에서 해외로 장소가 바뀌고 식사에서 숙박으로 주제가 조금 바뀐 것이 다를 뿐, 제작진의 개입 없이 실제 상황을 보여주는 설정은 똑같죠. ‘한끼줍쇼’와 똑같이 민폐 논란을 겪기도 했습니다.

앞서 KBS는 타 방송사에서 인기를 끈 예능과 유사한 프로그램을 제작해 의심의 눈초리를 받은 적이 많습니다. 2011년 MBC ‘나는 가수다’가 화제를 모으자 KBS2 ‘불후의 명곡’을 만들고, 2013년 MBC ‘아빠! 어디가?’가 히트한 이후에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방송하는 식이었습니다.

KBS 예능이 최근 tvN ‘윤식당’이나 JTBC ‘효리네 민박’을 표절했다는 논란을 불러온 중국 예능처럼 포스터와 의상, 촬영 방식까지 그대로 베낀 건 아닙니다. 오디션 예능, 요리 예능처럼 해마다 유행하는 방송가의 트렌드를 뒤따라가는 것으로 볼 여지도 있겠죠. 표절 논란을 겪은 KBS 예능을 조금 바꿔서 새로운 프로그램이 등장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어차피 소재는 거기서 거기라는 시각으로 볼 수도 있고요.

하지만 굳이 비슷한 예능을 만들어야 했는지 아쉬움이 남습니다. 타 방송사에 비해 높은 시청률을 거뒀고 아직 논란에 불과한 상황이지만, 결과적으로 시청자들에게 안 좋은 인식을 남기게 됐습니다. 또 올해 ‘김생민의 영수증’ 같은 인상적인 예능을 보여줬던 KBS이기 때문에 아쉬움은 더 큽니다. 파일럿 프로그램들의 정규 편성 여부를 지켜보면 표절 논란에 대한 KBS의 입장을 알 수 있겠네요.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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