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과 수술실에서도 성추행 일삼았다는 의사

진료실과 수술실서 상습 성추행…당사자는 “본인 향한 음해” 주장

국내 유수의 대학병원에서 성추행 사건이 발생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의사는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해당 의사는 수술 중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이며, 본인에 대한 음해라고 주장한다. 현재 병원 및 대학의 조치로 병원 진료 일선에서 손을 뗐지만, 사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ㅊ대학병원 성추행 사태가 제2라운드에 접어들고 있다. 현재까지의 진행 사항은 이렇다. 병원은 대학에 ㄱ씨의 징계를 요구했고, 대학은 이를 받아들인 것. 이로써 ㄱ씨는 교수 신분은 유지하되 진료 등 병원 업무에서는 배제됐다. 대학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추가) 조사를 통해 의과대학 학생지도 등을 제한하는 등의 징계여부가 최종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가하면 병원 노조는 자체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피해 사실을 더 찾아 이후 중징계를 요구한다는 게 계획이다. 

설핏 보면 일사천리로 사태 해결이 이뤄지는 듯 보이지만, 성추행 사건 초기 참고인 및 증인들에 대한 부실 조사 주장이 나온다. 실제 본지 취재결과, 전공의, 의대생, 교수, 간호사 등 다수의 목격자가 있음이 확인됐지만 병원 측은 참고인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주장했다. 의료기관의 폐쇄적이고 수직적인 조직 문화에 기인한 측면도 있지만, 과연 초기 병원 자체 조사가 적극성을 띄었는가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실제 피해자들은 조사 단계에서 답답함을 수차례 토로했다고 기자에게 밝혔다.    

가해자로 지목된 ㄱ씨는 대학의 처분에 불응, 피해자들에 대한 고발을 비롯해 병원 및 대학에 대한 정부 부처 등에 진정서를 접수하겠다고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당초 ㄱ씨는 본지와의 대면 인터뷰를 재차 원했지만, 이미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 그의 주장이 대부분 반영되었다고 판단, 쿠키뉴스는 별도의 인터뷰를 진행치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성추행은 수년에 걸쳐 상시적으로 진행됐던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진술을 보면 부적절한 언행은 지난 2010년께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성추행 피해자들의 피해 진술을 본지는 어렵게 입수했다. 피해자들은 고심끝에 본지에 일부 내용 공개를 허락했다. 구문이나 비문, 신분이 드러날 수 있는 부분은 원문의 의미를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수정했다. 진술을 분석하면 당시 상황 및 언행에 대해 매우 구체적이다. '음해'나 '수술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로 치부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다음은 피해자들이 각기 진술한 피해 사실을 정리한 내용이다. 


진료실과 수술실에서도 성추행 일삼았다는 의사


▷2017년 3월 이전, 외래진료실=외래진료실은 의사와 간호사가 마주보는 책상에서 업무를 보도록 되어있는 구조다. 진단서와 협진의뢰 등 환자와 관련한 서류작성을 할 때나 상담환자가 있을 경우, 주된 업무는 컴퓨터로 이뤄진다. 서류작성 시 타 교수들은 일반적으로 직접 쓰거나, 간호사가 작성한 내용을 확인코자 간호사 책상으로 오게된다. 의사들은 간호사와 별다른 접촉 없이 모니터를 보기만 하거나 간호사에게 “나오라”고 말한 후 직접 앉아서 작성한다. 

그러나 ㄱ씨는 간호사 옆에 와서 몸을 기울이고 밀착해서 팔 안쪽 살을 만지면서 지시를 한다. 내가 서류의 초안을 먼저 작성하면 ㄱ씨는 내 의자 뒤에 와서 겨드랑이 아래 안쪽 살을 만졌다. 그러면서 띄어쓰기와 맞춤법 등을 교정하도록 지시했다. 이런 행동은 환자가 서류 신청 후 진료실을 나가거나 모든 진료가 끝나고 서류 작성을 할 때 이뤄졌다. 자리에 앉아 있는 상태에서 뒤에서 붙기 때문에 갑자기 일어설 수 없다. 단둘이 방안에 있는터라 당혹스러워 얼어붙어 더욱 움직일 수 없었다. 

▷2017년 3월 이전, 처치실=처치실에서 교수와 간호사 사이에 서로 어떠한 접촉도 없다. 공간도 충분히 겹치지 않고 지나갈 수 있는 동선이다. 하지만 ㄱ씨는 혼자 하지 않았다. 계속 간호사 옆에서 팔 안쪽 살을 만졌다. 예를들면 “장갑을 가져와라”고 지시하면서 장갑을 가리킬 때 윗 가슴을 일부러 스치고 지나가거나, 방향 지시를 하고는 내가 뒷모습을 보이면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툭 치기 일쑤였다. 

보통 나는 환자 머리위에서 약간 허리를 굽힌 상태로 환자 처치를 준비했다. 처치준비가 다 됐다고 크게 말하자, ㄱ씨가 내 오른편 문을(진료실과 처치실을 연결하는) 넘어와서는 내 몸 왼쪽에 있는 이동식 조명을 향해 자신의 한손을 뻗었다. 그때 내 간호복 겉으로 한쪽 브래지어컵 위쪽을 엄지 옆날로 1초간 꾹 누르고는 이동식 조명을 키거나 조절했다. 

초반에는 당황해서 피하지 못했다. 반복되자 매우 불쾌하고 수치스러웠다. ㄱ씨가 진료실 문에서 내게 다가오는 것이 느껴질 때면 몸을 뒤로 피하며 대응했다. 그러나 처치가 바빠 피하지 못할 때 ㄱ씨는 가슴을 누르고 갔다. 당할 때마다 이런 식으로 일을 계속 해야 하는 것인지 괴로웠다. 

처치실에 누워있는 환자 머리 위에서 양손을 이용해 드레싱 재료를 가위로 자를 때였다. ㄱ씨는 내 팔 가장 안쪽 살을 3초간 만졌다. 그러면서 그는 “이건 이걸로 해라”라는 식으로 처치를 지시하고 가버렸다. 이런 행동이 반복되자 더워도 긴 팔 카디건을 입었다. 그러자 ㄱ씨는 손가락 3~4개를 내 한 쪽 엉덩이에 올려둔 채 처치 방법을 지시했다. 

당시 처치실에는 환자가 누워있을 뿐, 보호자나 다른 사람은 없었다. 환자는 누워 있어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볼 수 없었다. ㄱ씨는 보호자가 없는 일반 성인 환자일 경우엔 내 뒤로 접근해 3~4초씩 내 몸을 만지고 갔다. 불쾌함과 혐오감이 들었다.

▷3월 이전, 수술실=수술 부위가 크고 복잡한 수술에 참여할 때에도 의사와의 신체 접촉은 거의 없었다. 집도의와 자리를 바꾸거나 수술기구를 잡고 있어 움직일 수 없는 상황에서도 접촉한 기억은 없다. 그러나 ㄱ씨의 주된 수술은 범위가 크지 않아 더욱 더 의사-간호사간 동선이 겹칠 일이 없었다. 그러나 ㄱ씨는 3시간 정도 소요되는 수술 과정에서도 10번 이상 신체 접촉이 이뤄졌다. 처음에는 ㄱ씨의 실수라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의도성이 다분함을 알 수 있었다. 

수술 시 ㄱ씨는 환자 머리 위 쪽에 앉아 수술을 했다. 오른쪽에는 전공의가, 왼쪽에는 내가 앉았다. 보통 파견 온 전공의나 실습을 나온 의대생들이 나와 ㄱ씨 사이에 서서 수술보조를 했다. 그러나 일손이 부족할 때는 내가 ㄱ씨의 왼쪽에 앉는다. 오른손으로 수술기구를 잡고 오른팔을 ㄱ씨의 왼팔과 오른팔 사이 한 가운데로 교차되게 해야 수술 시야가 확보되기 때문이다.

타 교수들은 나와 몸이 닿지 않도록 본인들의 양팔을 위로 살짝 띄웠다. 나도 오른쪽 어깨를 숙여 접촉을 최소화 했다. 그러나 ㄱ씨는 팔짱을 끼듯 나를 잡아 당기고는 그의 가슴과 팔 사이에 내 팔을 고정한 상태로 수술을 했다. 처음 당했을 때는 정말 놀라고 수치스러웠다. 그렇지만 수술에 방해가 되거나 환자에게 피해를 줄까봐 섣불리 움직일 수 없었다.  답답했다.

▷2015년 12월께 수술실=내가 수술 어시스트를 할 때 양 손으로 수술 도구를 잡고 있었다. ㄱ씨는 갑자기 내 팔을 끌어당기더니 그의 몸에 날 바싹 붙인 상태로 수술을 진행했다. 팔을 끼우는 과정에서 내 가슴이 ㄱ씨의 팔에 닿기도 했다. 이런 자세로 10여 분간 수술을 했다. 내가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계속 팔에 힘을 주고 있는 게 느껴졌다. 몸이 밀착돼 있는 동안 수치스럽고 불쾌했지만, 수술 중이라 자리를 피하거나 자세를 마음대로 바꿀 수 없었다.

▷2016년 하순~2017년 초 중앙수술실 스테이션=수술이 끝나 환자 침대를 가져와야했다. 정신없이 중앙수술실 스테이션에서 수술방으로 침대를 나르고 있는데, ㄱ씨가 수술실 스테이션 앞을 지나가며 인사를 했다. 그는 “잘하고 있나”라며 내 오른쪽 엉덩이 정중앙을 한차례 만졌다.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수술실이라 예상치 못한 행동에 난 몹시 당황해 그 자리에서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그러나 일을 계속 할 수 밖에 없었다. 

▷2010년 중순께 회식자리=회식자리에서 ㄱ씨는 안주로 나온 바나나를 자르더니 맥주병 입구에 끼우고는 병을 흔들어 밖으로 올라오게 했다. 바나나로 남성의 성기 모양을 만든 것이다. 그는 날 포함한 간호사들과 전공의들에게 바나나를 들이밀며 “신기하지? 이것 누가 먹을래?”라고 말하며 재미있어 했다. 

아무리 바나나이지만 적나라한 모양때문에 성적 혐오감이 느껴졌다. 난 주변에 앉은 사람들과 눈치를 살폈지만 ㄱ씨는 계속 “(날 향해서도) 네가 먹을래?” 라고 말했다. 결국 옆에 앉아있던 전공의(남성)가 바나나를 먹고 나서야 넘어갈 수 있었다. 당시 난 병원에 입사한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남성의 성기에 빗댄 이 같은 성적 농담에 몹시 굴욕감을 느꼈다. 수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에 남을 만큼 충격이 컸다.

▷2010년 9월께 회식=병동 및 수술실 간호사를 포함한 과 회식에서 ㄱ씨의 옆자리에 앉게 됐다. 맞은편에는 본원 과 의국 출신의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대화 도중 ㄱ씨는 내 상체, 가슴 부위를 쳐다보며 “다이어트를 해서 살이 많이 빠졌는데 가슴만 안 빠졌네”라고 말하며 맞은편 사람들을 보며 크게 웃었다. 처음 보는 사람들이 앞에서 성적인 농담의 주인공이 된 것 같아 수치심을 느꼈다. 내 몸을 뚫어져라보는 눈빛이 몹시 불쾌했다. 자리를 피해 내 옆자리에 앉아있던 선배 간호사에게 “너무 기분이 나쁘다. 이런 말을 해도 되느냐”고 말하며 울었다.

▷2015년 5월~6월께=새 유니폼을 입고 출근한 월요일 아침이었다. ㄱ씨는 오전 8시30분부터 병동 회진을 돌았다. 회진에는 다른 교수와 전공의, 실습 중인 의대생들, 그리고 간호사 2명이 함께 했다. 병실에 들어가기 전 병실 미닫이 문 앞에서 ㄱ씨는 내 엉덩이를 쳐다보더니 “그걸(유니폼) 입으니까 엉덩이가 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대다수 남자들로 구성된 자리에서 갑작스럽게 엉덩이에 대한 직접적인 지적을 당하자, 굉장히 수치스러워 대답을 못하고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너무 불쾌해하자 나중에 이를 목격한 한 교수가 괜찮냐고 묻기도 했다. 

▷2016년 7월 29일 과장 이취임식=큰 행사였기 때문에 간호사 다수가 참석했다. 행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그동안 수고했다는 의미로 ㄱ씨와 어떤 여성 선생이 모두가 앞에서 가벼운 허그를 했다. 허그가 끝나자마자 ㄱ씨가 여성 선생에게 “역시 뽕이 살아있다. 가슴이 느껴졌다”고 크게 말했다. 가까운 곳에 앉아 있던 나는 공개적인 장소에서 이처럼 성희롱 발언을 들은 그 선생이 걱정됐다. 평소 ㄱ씨로부터 희롱을 당해왔던 나도 이러한 간접적인 성희롱 발언에 굴욕감을 느꼈다. 

▷2016년 8월께=병원에서 의사들에게 처치용 유니폼을 지급한 적이 있었다. 외래 진료실에서 진료가 진행되고 있었는데, 잠시 환자가 끊긴 터라 ㄱ씨와 나만 진료실 안에 있었다. ㄱ씨는 내게 유니폼이 정말 편하다면서 “나 바지 안에 아무것도 안 입었어, 노팬티야”라고 말했다. 그는 내게 엉덩이를 내밀어 팬티 자국이 보이지 않음을 보였다. 이어 날 쳐다보며 “누가 내 바지를 내리기라도 하면 거시기가 보일 거야”라고 말했다. 난 성적 수치심을 느꼈지만 어떠한 대꾸도 하지 못할 만큼 당황해서 스테이션에 있는 다른 선생에게 환자 일을 의논하는 척 하며 그 자리를 피했다. 

▷2017년 6월=이러한 일들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며 ㄱ씨와 분리된 기간이었다.* 친구와 병원식당에서 저녁을 먹으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이 때 ㄱ씨와 우연히 마주쳤다. 그가 함께 식사하길 요구해 같이 앉게 됐다. 이후 ㄱ씨와 인사를 하고 가려는데 그가 내 팔 윗부분 안쪽 살을 만지고 가버렸다. 얼굴을 맞대고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무섭고 불쾌했는데 '어떻게 이 상황에서도 이럴 수가 있나'라는 생각에 수치스러웠다.

(*최초 간호사들은 해당 과에 성추행 피해 사실을 알렸다. 사과 및 재발 방지 약속을 담은 서약서에 ㄱ씨는 서명했다. 이와 관련 ㄱ씨는 모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들이 노조에 알리겠다고 협박해 어쩔 수 없이 서명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당시 ㄱ씨는 전임 진료과장을 역임, 병원 및 과 내에서 상당한 영향력과 입지가 있던 인물이었다. 병원의 수직적인 서열을 고려하면, 간호사와 후배 교수가 그에게 '협박'을 했다는 것은 쉽사리 납득키 어렵다. 이와 관련해 당시 자리에 있던 후배 교수는 기자에게 “과 차원의 조치"였으며 "(ㄱ씨가) 서약서를 썼기 때문에 일단은 그의 말을 믿었다”고 말했다.)  

▷2017년 7월 21일 11시10분=서약서를 받은 후 한동안 ㄱ씨는 신체 접촉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난 걱정 없이 가디건을 벗고 반팔 유니폼 차림으로 일을 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ㄱ씨가 자꾸 내 엉덩이에 손을 올리길래 도저히 안 되겠다고 느꼈다. 2017년 7월 21일 11시 10분경 환자에게 반창고를 붙이려는 내 왼팔을 ㄱ씨가 본인의 팔로 비비면서 “이것(드레싱 재료) 좀 붙이라”고 말했다. 너무 화가 났고 불쾌했다.

▷2017년 7월께=수술실에서 수술 도중 간호사가 개명을 했다는 대화가 오고갔다. 간호사가 “OOO가 얼마 전에 이름을 바꿨다”고 하자 전공의는 “개장수, 이런 이름은 개명해야할 것 같”고 대꾸했다. 그러자 ㄱ씨는 “그런 이름은 별게 아니다. ‘소음순’ 이런 이름을 개명해야지”라고 말했다. 특정인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나를 포함해 여성을 비하하는 것 같아 창피하고 불쾌했다. 

한편, 피해자 중 1명은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하며 해당 병원에 사직서를 냈다. 

*쿠키뉴스는 병원 내 성추행 및 성희롱,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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