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카드] 축구대표팀에 오버랩되는 첼시 태업의 화(禍)

축구대표팀에 오버랩되는 첼시 태업의 화(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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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유럽원정 2연전에서 볼품없이 무너졌다. 과열된 여론에 기름이 끼얹어져 삽시간에 ‘축구협회 OUT’ 운동으로까지 확산되는 모양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성인 남자 축구대표팀은 10일(한국시간) 스위스 빌비엘의 티쏘 아레나에서 열린 모로코와의 A매치 평가전에서 1대3으로 패했다. 이에 앞선 7일, 러시아 모스크바 VEB 아레나에서 열린 러시아전에선 2대4로 무너졌다.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지었지만 이번 평가전은 무게감이 남달랐다. 그만큼 여론은 극도로 침체돼있었다. 본선 경쟁력을 증명해야 하는 상황에 오히려 조별예선 탈락 가능성만 보여줬다.

2경기 7실점. 월드컵 본선 진출팀에게 어울리지 않는 수비력이다. 

한때 질타의 대상이 됐던 중국 슈퍼리거 중심의 수비진영도 정확한 원인이 아니었다. 슈퍼리거를 대거 뺀 모로코전에서도 불안하기 그지없었다.

앞선 러시아와의 평가전에서 한국은 김영권(광저우), 정우영(충칭), 권경원(텐진), 김주영(허베이) 등 중국 슈퍼리거 중심으로 수비라인을 구성했다가 4실점 패배를 당했다. 김주영은 멀티 자책골의 오명을 쓰기도 했다.

다시금 고개를 든 중국화 논란에 대답하듯, 신 감독은 모로코전에서 중국 리거를 대부분 뺐다. 풀백으로 임창우(알 와흐다)가, 스리백엔 송주훈(니가타), 김기희(상하이)가 새로이 투입됐다. 중앙수비수 장현수(FC 도쿄)와 우측 풀백 이청용(크리스탈 팰리스)만이 포지션을 지켰다.

[옐로카드] 축구대표팀에 오버랩되는 첼시 태업의 화(禍)

신 감독은 이날도 3-4-3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지난 러시아전과 같은 변형 스리백+스리톱 전술이다. 상황에 따라 수비수(장현수)가 리베로로 나서며 4-1-4-1 전술로 변형되는 방식이다.

결과는 참담했다. 전·후반 시작과 동시에 실점을 허용한 한국이다. 골이나 다름없는 장면도 수차례 연출됐다. 

일찍이 실점이 연달아 나오자 공격진도 힘이 빠졌다. 러시아전에서 손흥민이 370일 만에 A매치 골 맛을 봤지만 팀의 패배를 막진 못했다.

전술 실패는 분명한 듯 보인다. 한국은 아직 변형 전술에 익숙하지 않다. 선수들 역시 부자연스런 움직임으로 위기를 초래했다. 때론 여러 선수가 같은 장소에 겹쳐 서서 볼 클리어에서 심각한 실책을 범했다. 그 외 지역에선 공백이 생기며 공수 밸런스가 무너졌다.

현 국가대표팀 선수들의 정신력이 좋아 보이진 않는다. 유럽, 일본, 중동 등에서 좋은 활약을 하고 있는 선수들이 유독 대표팀만 오면 무기력하다. 어쩌면 지나친 부담일지도 모른다. 선수들의 움직임엔 승리공식을 써 내려갈 힘이 결여돼있다.

‘최악의 경기력, 전술 실패, 집중력 저하, 정신력 약화, 악화된 여론’

동기부여는 그라운드 위 선수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한창 분위기가 침체돼있을 때 지도부 교체는 역동성을 불어넣기도 한다. 이미 숱한 축구팀들이 이로써 큰 효과를 봤다.

주세 무리뉴 감독은 첼시 지휘봉을 잡고 2014-2015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그러나 이듬해 첼시는 초반 12경기에서 3승2무7패로 강등권 바로 위인 16위까지 추락했다. 감독과 선수간 불화에서 비롯된 태업의 결과다.

결국 무리뉴는 팀을 떠났다. 이후 소방관으로 온 히딩크는 ‘마법’을 부리며 반등에 성공했다. 태업 논란에 빠져있던 선수들이 경기에서 최선을 다하기 시작했다. 나사가 빠진 것 같던 조직력도 디펜딩 챔피언다운 단단함을 되찾아갔다. 히딩크 감독은 EPL 부임 후 최다 무패 기록(12경기)을 달성하며 팀을 10위까지 끌어올렸다. ‘무리뉴’라는 역대급 감독도 풀지 못한 문제를 감독 교체로 돌파한 셈이다.

2015-2016시즌 EPL에서 기적을 쓴 레스터시티도 마찬가지다. 동화 같은 연전연승으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레스터시티는 대부분 선수들을 붙잡으며 차시즌 전력누수를 최소화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자 강등권까지 추락하는 최악의 경기력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일각에선 태업 지적이 나왔고 실제로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감독이 떠난 뒤 레스터시티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8강에 오르며 반등에 성공했다.

현 한국 축구대표팀 상황을 ‘태업’에 갖다 대는 건 무리가 있다. 그러나 지도부 교체로 효과를 본 팀은 축구 역사상 수도 없이 많았다. 이미 히딩크 전 감독은 “러시아 월드컵에서 공식적으로 맡은 일이 있다”면서 직책 수행에 거부 반응을 보였다. 기회는 이미 물 건너간 셈이다. 축구협회는 다른 방향으로 강단 있는 결정을 내려야 할 처지다.

이다니엘 기자 dn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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