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한국의 노벨상, 초초함 넘어 무관심에 빠지다

한국의 노벨상, 초초함 넘어 무관심에 빠지다

[친절한 쿡기자] 한국의 노벨상, 초초함 넘어 무관심에 빠지다

매년 이맘때면 전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노벨상 수상자 발표가 올해 경제학상 한 분야만을 남겨두고 윤곽을 드러냈습니다.

먼저 과학 분야에서 노벨 생리의학상과 물리학상에 각각 미국계 3인의 연구진이 공동 수상자로 선정됐고 화학상에도 고해상도 저온 전자현미경을 개발한 3인이 함께 이름을 올렸습니다.

지난해 미국 가수 밥 딜런이 선정돼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노벨 문학상은 일본계 영국인 가즈오 이시구로 작가에게 돌아갔고 우리나라 김대중 전 대통령이 수상한 적 있는 노벨 평화상은 핵무기폐기국제운동(ICAN) 단체에 수여됐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국내에서는 노벨상 수상자 발표를 앞두고 ‘한국의 노벨상’ 가능성에 대한 기대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매년 문학상 수상 가능성이 거론되는 고은 시인은 물론이고 차세대 태양전지 재료를 연구한 박남규 성균관대 화학공학부 교수가 해외 기관에서 피인용 우수 연구자에 선정되면서 화학상 유력 후보로 조명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목소리는 씁쓸한 뒷맛을 남길 뿐입니다. 아직 경제학상 수상자 발표가 남았지만 올해도 한국인 수상자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었고 이제는 그러려니 하는 분위기마저 느껴지는 상황입니다.

노벨 위원회 기록상 한국이 출생지인 노벨상 수상자는 2명입니다. 부산에서 출생한 노르웨이 과학자 찰스 피더슨을 제외하면 평화상을 수상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유일한 한국의 노벨상 수상자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해외를 보면 지난해까지 과학 분야에서만 미국이 역대 수상자의 44%에 달하는 258명을 배출했고 독일은 68명, 아시아권 최다 배출국가인 일본은 21명을 기록했습니다. ‘기술 강국’을 외치는 우리나라 입장에서 순수과학 분야 업적을 인정받지 못한 것이 자랑스러울 리 없습니다. 격동의 근현대사를 거치며 성장한 문학계의 아쉬움도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이제는 매번 ‘노벨상 유력’, ‘노벨상 근접’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언론에서 다뤄지는 인사들이 국민적 기대감을 얻기 어려운 것 같기도 합니다. 노벨상이라는 단어가 너무 멀게 느껴진 나머지 단순한 미사여구로 따라다니는 느낌마저 듭니다.

과거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노벨 평화상 수상 가능성이 떠오른 바 있으며 일각에서는 북한에 평화적 제스처를 취하는 정권에 ‘대통령이 평화상을 노린다’는 농담 아닌 농담을 던지기까지 합니다. 훌륭한 업적을 쌓아가고 있는 연구자들이나 문학계 인사가 노벨상과 함께 언급되는 것은 이에 비하면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우리나라의 노벨상에 대한 초조함은 과학·문학계 등 사회 전반의 기반이 갖춰지지 않은 채 결과만을 기대한다는 지적과 함께 만성화 단계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그러면 그렇지’라는 국민들의 핀잔과 무관심에 파묻히기 전에 진정 ‘노벨상’에 어울리는 이들이 나올 분위기가 되고 그들이 묵묵히 걸어온 과정이 주목받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김정우 기자 taj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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