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장애인, 바리스타를 꿈꾸다③] “오늘도 열심히 꿈을 키워갑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정소민(가명)이라고 해요. 작년 8월부터 카페모아에서 일하고 있는 바리스타예요.”

카페모아에서 오전파트에 일하고 있는 바리스타 정소민씨와 이른 아침부터 카페모아를 찾는 손님을 한 차례 지나 보낸 뒤 인터뷰를 하게 되었습니다.

바쁘게 음료를 만들고 난 이후여서 분주한 마음을 안정시키고자 시원한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들이키니 그제야 인터뷰를 실감하는 듯 웃으며 말문을 트기 시작했습니다.

“20대 초에 갑자기 사람들이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잘못 들었겠거니 생각했는데 날이 갈수록 심해졌어요. 저도 그 소리를 따라 중얼거리기 시작했고 그 소리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돼서 정신병원을 찾아갔어요. 약을 먹으니까 증상이 없어져서 3개월 만에 약을 끊었어요. 그런데 1년 후에 다시 증상이 나타났어요. 재발한거죠. 그때부터 지금까지 약을 먹고 있어요. 증상은 없고요.”

카페모아에서 일하게 된 계기를 물어 보니 소민씨는 “제가 다니던 사회복귀시설에서 모아사회적협동조합조합원을 모집하는 공지를 했어요. 정신질환을 앓고 난 이후 계속 일을 하지 못하고 있어서 모아사회적협동조합을 통해 일자리를 갖고 싶어 가입했어요. 이후 바리스타훈련을 받고 카페모아 1호점 근로자 면접에 운 좋게 합격해서 지금까지 다니고 있어요”라고 답을 하며 인터뷰가 자연스럽게 이어졌습니다.

-일을 하지 못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에요. 발병 전에 일해 본 경험이 있어서 쉽게 일을 구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정신장애를 갖고 난 뒤 체력도 약해졌고 예전에 쉽게 하던 일도 좀 어려워졌어요. 그래서 사회복귀시설을 이용하면서 구직활동을 했죠. 그런데 보통직장에서는 정신장애인을 꺼려하고 장애인복지카드 없이 취직하기 힘들다는 걸 알았어요. 하지만 장애인복지카드를 만들고 싶지 않았어요. 정신장애인을 위험한 사람들로 보는데 복지카드까지 만들면 낙인 찍히는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오랫동안 일을 하지 못했어요.”

-8년 만에 일을 해서 힘들지 않았나요

“일 시작하기 전에는 잘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어요. 약 부작용으로 아침에 늦게 일어나는데 8시까지 출근할 수 있을까, 레시피를 잘 외울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죠. 일 시작하고 나서는 아침에 엄마가 깨워줘서 지각하지는 않았지만 계속 몽롱한 상태에서 일을 해야 했어요. 몽롱한 상태에서 오랫동안 서있는 것도 정말 힘들었어요.”

-지금 일 하는걸 보면 원래 잘했던 것 같던데

“아니에요. 처음에는 많이 힘들었어요. 오랫동안 일을 하지 못해 잘 할 수 있을까 걱정이 심해서 가족들이 계속 응원해주고 사회복지사와 자주상담을 했어요. 동료들 도움도 많이 받았어요. 같은 아픔을 갖고 있기 때문에 서로 이해 해주고 응원해줘요. 그래서 적응할 수 있었어요.”

-카페모아가 다른 직장과 많이 다른 가요

“많이 다르죠. 카페모아도 매출을 많이 올려야 직원들 월급을 줄 수 있는 가게이지만 직원들이 맘 편히 일할 수 있게 해요. 다른 회사에 취직한 정신장애인분들 얘기를 들어 보면 정신장애인에게 다른 사람만큼 일하라고 요구하지 않지만 동료들이 관심 가져주거나 배려해주지 않아 소외감을 많이 느낀대요. 그러면 정말 힘들 것 같아요. 카페모아는 같이 고민할 수 있는 동료들이 있어서 큰 힘이 돼요. 그렇게 도움을 받다 보니 내가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겠구나 생각이 들기도 해요.”

-카페모아에서 일하고 난 뒤 개인적으로 가장 큰 변화가 있다면 무엇 인가요

“사회복귀시설을 다닐 때 프로그램이 없거나 하는 일이 없을 때 멍하니 있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런데 일을 하게 되니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돈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고요. 이전에는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도 심했는데 이제는 불안감이 많이 사라졌어요. 꿈도 좀 더 분명해진 것 같아요. 그런 점이 가장 큰 변화인 것 같아요. 엄마는 생기가 더 도는 것 같다하더라고요.”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뉴스에서 정신장애인이 위험한 사람이라고 얘기하는데다 그렇지 않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제 주변에 있는 정신장애인은 오히려 대인관계를 어려워하고 힘들어해요. 관심과 배려가 있으면 충분히 다른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잘 살 수 있어요.”

[정신장애인, 바리스타를 꿈꾸다③] “오늘도 열심히 꿈을 키워갑니다”소민씨는 욕심일 수도 있다고 하면서 더 좋은 직장에서 일하고 싶어 합니다. 일을 하지 못할 때는 일하기를 바랐는데 일을 하고나니 더 좋은데서 일하고 싶은 욕심이 생긴 거죠.

카페에서 일하는 대부분 바리스타의 꿈처럼 소민씨도 본인의 카페를 차려서 운영하고 싶기도 하고 가정도 이루고 싶다는 소박한 꿈을 갖고 오늘도 카페모아에서 열심히 꿈을 키워갑니다.
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

Copyright @ KUKINEWS. All rights reserved.

쿠키미디어 서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