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는 KBL] ② 4중 : 블레이클리 안은 모비스, 괴력의 라틀리프 삼성

블레이클리 안은 모비스, 괴력의 라틀리프 삼성

2주도 채 남지 않았다. 여름이 저물자 프로농구의 시즌이 돌아왔다. KBL 10개 구단은 저마다의 구상으로 코트를 누빌 채비에 한창이다. 쿠키뉴스는 각 팀의 전력 상승과 누수를 따져 2017-2018 시즌 순위와 관전 포인트를 예측해봤다.

▶ 블레이클리 영입한 모비스, 이번엔 웃을까

지난 시즌 모비스는 여러모로 아쉬웠다. 

양동근과 함지훈, 이종현과 전준범 등 제 몫 이상을 하는 선수들이 즐비했음에도 4위에 그쳤다. 외국인 용병 네이트 밀러와 하버트 힐이 주춤하며 발목을 잡은 때문이다. 모비스는 KGC와의 플레이오프에서 외국인 선수 기량 차이를 실감하며 내리 3연패했다.

이번 시즌은 다를 것으로 보인다. 마커스 블레이클리가 모비스 유니폼을 입었다.

블레이클리는 지난 시즌 대체 선수로 모비스에서 뛴 경험이 있다. 11경기 평균 26분41초를 뛰며 18득점 9.8리바운드 5.4어시스트로 팀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 그리 큰 키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포스트 장악력을 갖춘 데다 경기 운영 능력까지 갖췄다.

모비스도 블레이클리를 정식 영입하려 했지만 타 팀이 경쟁적으로 가승인 신청을 넣어 실패했다. 블레이클리가 모비스에 잔류했다면 플레이오프 판도는 뒤바뀔 수도 있었다.

하지만 올 시즌 드디어 모비스와 정식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모비스 전력이 더욱 안정적으로 변모할 전망이다. 조력자는 넘친다. 젊은 나이가 아님에도 리딩과 슈팅에서 여전한 안정감을 보이는 양동근에 든든한 함지훈, 슈터 전준범이 버티고 있다.  

여기에 2번째 시즌을 맞는 대형 신인 이종현의 성장에도 기대가 모아진다. 이종현은 지난 시즌 22경기 평균 30분을 뛰면서 10.5득점 8리바운드 2블록슛을 기록했다. 이종현이 지난 시즌보다 한층 더 향상된 골밑 장악력을 보여준다면 모비스의 안정감은 극대화 될 것으로 보인다.

▶ 김동욱 가세한 삼성, 결국 라틀리프다

삼성 썬더스는 지난 시즌 챔피언 결정전에서 안양 KGC에 분패했다. 리그 최고 외국인 선수 라틀리프가 맹활약했지만 지나친 의존도가 발목을 잡았다. 

삼성의 고민은 올 시즌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지난 24일 막 내린 ‘슈퍼에잇’에서 4강 진출에 실패했다. 여기서도 심각한 라틀리프 의존도가 드러났다.

대부분의 득점이 라틀리프와 커밍스에 집중됐다. 상대 팀으로선 선택지를 고르기가 수월했다. 3점슛 성공률은 22%로 최악이었다. 결국 올 시즌 삼성에 주어진 숙제도 지난번과 같다. 라틀리프에 집중된 전술에 변화를 주지 않고서는 대권 도전은 이번에도 실패로 끝날 수 있다. 

문제는 라틀리프 의존도를 줄이는 게 여의치 않다는 점이다. 

라틀리프와 짐을 나눠 가질 선수들이 이탈했다. 득점원 역할을 맡았던 임동섭과 김준일이 올 시즌을 앞두고 입대했다. 라틀리프와 함께 합을 맞췄던 크레익도 퇴출됐다. 설상가상 경기를 조율하던 베테랑 가드 주희정도 은퇴해 코트를 떠났다.

‘새 얼굴’ 김동욱의 역할이 관건이다. ‘농구 천재’로 불리는 김동욱은 FA를 맞아 오리온 유니폼을 벗고 6년 만에 친정팀 삼성으로 돌아왔다. 

지난 시즌 부상으로 고생했지만 삼성과의 4강 플레이오프 5차전에 깜짝 출전해 압도적인 존재감을 보였다. 김동욱은 포워드지만 여러 포지션에 능하다. 천기범과 김태술 등의 가드진과 유연하게 공격을 풀어나간다면 라틀리프 의존도를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커밍스의 활약은 호재다. 크레익을 대신해 영입한 마키스 커밍스는 슈퍼에잇에서 경기 당 평균 21득점을 몰아넣으며 득점력을 뽐냈다. 스피드도 빨라 라틀리프와의 뛰는 농구도 가능하다. 이상민 감독이 지공보다는 속공 위주로 시즌을 풀어나갈 것임을 암시한 만큼 커밍스는 팀 내에서 라틀리프 만큼의 중책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 ‘높이 열세’ 전자랜드, 올 시즌도 불안해

지난 몇 년간 전자랜드가 가진 치명적인 약점은 높이였다. 리카르도 포웰과 제임스 켈리 등 득점력과 테크닉이 뛰어난 선수가 즐비했지만 힘이 부족해 인사이드에서 열세에 몰렸다. 

지난 시즌 삼성과의 플레이오프에서도 끝내 라틀리프의 높이를 감당 못해 분패했다. 

유도훈 감독도 높이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드래프트에서 빅맨을 우선순위로 뒀다.

하지만 트라이아웃에서 마음에 드는 빅맨을 찾지 못했다. 결국 단신 용병인 조쉬 셀비를 영입했다. 빅맨은 아쉬운 대로 아넷 몰트리를 선발했다. 

셀비는 뛰어난 스코어러다. 아직 종아리가 완전치 않아 연습경기에서 눈에 띌 만한 활약을 보여주진 못했다. 하지만 수비에서 강점을 보이는 박찬희도 혀를 내두를 만큼 공격이 매섭다. 적응에만 성공한다면 해결사가 부족한 전자랜드에 단비가 되어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몰트리다. 셀비와 마찬가지로 NBA 경력이 있고 타 리그에서 활약한 경험도 있다. 하지만 포스트업과 림 프로텍팅 능력에서 미흡하단 평가다. 

교체설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전자랜드가 LG에서 뛰었던 빅맨 제임스 메이스와 접촉했다. 하지만 계약 성사 직전 돌연 불발됐고 결국 몰트리로 방향을 선회했다. 

다행히도 몰트리는 지난 25일 창원 LG와의 연습 경기에서 파웰에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정규시즌에서 의외의 활약을 보여줄 가능성도 있지만 여전히 확실한 카드는 아니다. 

그럼에도 전자랜드는 6강을 노릴 수 있는 팀이다. 신인왕 강상재는 비시즌 동안 역도 트레이닝 등의 강훈련으로 한 단계 더 성장했다. 지난 시즌 약점으로 지적됐던 하체를 보완했다. 박찬희 역시 약점으로 지적된 슛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비시즌 구슬땀을 흘렸다. 

여기에 정효근과 정영삼의 활약까지 더해지면 전자랜드의 6강 전망은 결코 어둡지만은 않다. 

▶ 양홍석? 허훈? 김영환 덕에 웃음 짓는 KT

KT는 지난 시즌을 9위로 마무리했다. 하지만 시즌 막바지 가능성을 보이며 향후 시즌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프랜차이즈 스타 조성민을 내주고 LG에서 데려온 김영환의 역할이 컸다. 

김영환의 가세로 KT는 약점으로 지적된 3번 수비에서 안정감을 찾았다. 더불어 김영환은 수비뿐만 아니라 공격에서도 윤활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 경기 안팎으로 어린 선수들을 다독이며 능력을 극대화시켰고 자신도 극적인 버저비터 3점슛을 꽂아 넣는 등 팀의 구심점이 됐다. 

‘김영환 효과’는 올해도 다른 방식으로 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예정이다. 김영환과 함께 LG로부터 넘겨받은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이 주요하게 쓰일 확률이 높아졌다.

당초 이번 시즌 드래프트는 이종현과 강상재, 최준용 등 ‘대어’가 넘쳤던 지난 드래프트와 달리 주목할 만한 선수가 ‘허훈’ 한 명에 불과했다. 

[미리보는 KBL]  ② 4중 : 블레이클리 안은 모비스, 괴력의 라틀리프 삼성

하지만 돌연 한양대 유현준과 중앙대 양홍석이 프로 조기 진출을 선언하면서 드래프트 판도가 바뀌었다. 유현준과 양홍석은 허훈과 더불어 즉시 전력감으로 뽑힌다. 

현재 KT가 드래프트에서 1순위 지명권을 거머쥘 확률은 32%다. 자신들의 확률(16%)와 더불어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한 LG의 확률(16%)를 더한 확률이다. 

10개 구단 중 가장 높은 확률이다. 지나치게 운이 나쁘지 않다면 유현준과 양홍석, 허훈 중 1명을 얻을 수 있다. 운이 좋으면 3명 가운데 2명을 얻는 것도 가능하다. 당시 팬들의 비판을 받은 트레이드가 신의 한 수가 된 것이다. 

KT는 여기에 약점으로 지적된 라킴 잭슨을 내치고 KBL 무대 4년차인 웬델 맥키네스를 영입했다. 이 것 역시 분명한 플러스 요인이다. 

KT가 올 시즌을 반등의 기점으로 삼을지 지켜 볼 일이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사진=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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