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사이다’ 어록… ‘알쓸경전’ 제4권

도의원은 도민의 대표이다. 도민이 직접 뽑은 도의원은 의안 심사, 예산 심의, 행정사무 감사 및 조사 등 여러 가지 권한이 주어진다.

또 자유롭게 말할 수 있고 의회가 하는 일에 의사를 표시할 수 있다. 도민의 억울한 사정을 의회에 소개할 수 있으며, 의문 사항에 대해서는 관계 공무원에게 서류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 회의를 소집하거나 의회에서 심의·의결할 의안을 내놓는 일, 관계공무원을 출석시키는 일도 가능하다. 이러한 권한은 특권이 아닌 도민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권한이다.

지금까지 3권에 걸쳐 소개된 ‘알쓸경전’(알아두면 쓸데 있는 경북도의회 사전)의 앞장을 장식할 만한 글이나 내용이 있다면 바로 이것이다. 그만큼 의원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그동안 경북도의원들은 본회의 등에서 5분 발언을 통해 경북의 주요 현안(걸린 문제)을 상기시키고 집행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도민들에게 텁텁한 ‘고구마’가 아닌 속 시원한 ‘사이다’를 주기 위한 소신. 제10대 후반기 도의회(2014. 7~2018. 6) 의원들의 눈길 끈 5분 자유발언 내용을 ‘알쓸경전’ 제4권과 5권을 통해 살펴본다.  

 

◆ 유해시설 난립 심각성 지적
“오늘 이 자리에서는 무인모텔에 대해 짚어보고자 합니다. 딸을 키우고 있는 애비로서 ‘아빠 무인모텔이 뭘 하는 곳이야?’하고 물을 때 얼마나 난처했던지, 각종 현수막에 쓰여 있는 ‘연애를 디자인하라’, ‘전 객실 월풀 설치’, ‘1객실 1주차장 완비’ 등 민망한 문구들을 아이들이 읽고 뜻을 물어볼 때 에둘러 설명하느라 진땀을 흘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박용선 의원(비례)은 지난 2015년 4월 개최된 제284회 임시회 1차 본회의 5분 발언을 통해 우후죽순으로 들어서고 있는 무인호텔 등 유해시설의 심각성에 대해 지적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할 것을 집행부에 강력히 요구했다.

박 의원은 “최근 포항 장흥초등학교에서 불과 300~500m가량 떨어진 장량동 상업구역 내에 총 11곳의 무인모텔이 지어져 운영 중이거나 신축공사를 하고 있다” 면서 “장흥초 인근에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수십곳의 원룸 등 주택단지가 밀집해 있는 곳으로 매일 초등학생 수 백 여명이 무인모텔 앞을 지나서 등하교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축 중인 한 무인텔은 아파트 담장과 불과 3m, 어린이공원과는 10m 가량 떨어져 있어 성장하는 학생들에게 교육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 현실이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또 “무인모텔의 성업이 아무리 시대적 흐름이고 전국적인 현상이라 하지만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동방예의지국이자 경상북도는 정신문화, 화랑문화, 유교문화의 본고장이다. 무인모텔 건축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모텔과 학교, 아파트가 붙어있을 수는 없는 것”이라며 “경제 활성화와 영업행위를 하는 업주들의 권리도 중요하지만 청소년의 교육환경을 지켜야 할 권리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발언을 마무리하며 무분별한 무인모텔 건립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건축허가기준 및 숙박업소 허가에 따른 건축위원회 심의강화, 지구단위계획 변경 등 관련조례 제·개정, 무인모텔을 광고하는 각종 현수막과 불법 옥외광고물 등에 대한 단속, 청소년들이 유해시설을 출입·이용하지 못하도록 학교당국의 철저한 교육과 관리 등을 요청했다.

-제275회 제1차 본회의(2015.1.26) 박용선 의원

 

◆ 도내 문화기반시설 활용도 제고
“혹자들은 먹고 살기 힘든데 문화예술이 웬 말이냐는 비판이 있을 수 있겠지만 잘 만든 영화 한 편이 이 나라를 먹여 살리고 공연 한 편이 팍팍한 삶에 향기를 불어 넣고 이를 통해 소통과 결의를 장을 만들어 냅니다. 이것이 바로 문화의 힘입니다.”

한혜련 의원(영천)은 지난 2016년 5월 열린 제284회 임시회 2차 본회의 5분 자유발언을 통해 도민들이 문화예술을 실제 체감하며 문화로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도차원의 적극적인 지원 정책 마련을 촉구했다.

한 의원에 따르면 경북도내 공공도서관, 박물관, 미술관, 문예회관 등 문화기반시설은 2010년 총 167곳에서 2015년 총 193곳으로 2010년 대비 15.6%나 증가했고, 이러한 문화기반조성예산은 총 758억 3200만원으로, 연평균 약 126억의 예산이 투입됐다.

그러나 문화체육관광부 ‘2015년 전국문화기반시설 총람’ 자료에 따르면 2015년 1월 기준, 박물관은 경북이 총 64개로 서울(122개), 경기(143개), 강원(91개) 다음으로 많으나, 관람인원은 연평균 약 638만명 정도다. 이는 전국 17개 시·도 중 7번째 이다.

경북보다 박물관 수가 적은 충남, 경남, 제주보다 더 적다. 도내 등록 미술관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총 9곳에 1관 당 연평균 관람인원은 3만 명 정도이며, 전국평균 6만 명의 절반에 머물러 있고 문예회관도 경기도 다음으로 많은데도 1관 당 평균 공연일수와 전시일수가 전국평균에 비해 현저히 적다. 지방문화원도 마찬가지다.

한 의원은 “도내 문화기반시설 수가 증가되고 기반확충을 위한 많은 예산이 투입된 데 비해 도민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문화예술을 체감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데에는 미흡하지 않았나 생각된다”며 “막대한 공공재원을 투입해 지어놓은 도내 문화기반시설들이 텅텅 비어 도민들의 외면을 받는다면 이는 실로 엄청난 예산낭비가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참여형 문화예술 프로그램의 확대와 도서관, 박물관, 미술관 및 문예회관, 문화원 등 문화기반시설 간 협력적 네트워크의 구축을 통한 도차원의 유인책 마련을 제안했다.

한 의원은 “도민들의 일상 속에 문화예술이 스며들어 경북의 문화자존감을 살리고, 문화로 융성할 수 있도록 도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 주길 간곡히 당부한다”고 밝혔다.

-제284회 제2차 본회의(2016.5.4) 한혜련 의원

 

◆ 소방관 처우 개선 요구
“요즘 우리 사회생활에 119 이용실태를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집안에 벌 한 마리가 들어와도 119, 산짐승이 내려와도 119, 키우는 동물이 다쳐도 119, 등산하다가 발목이 삐었다고 119, 낚시나 야영하다가 물이 불어도 119, 심지어 집안에 도둑이 들어와도 112가 아닌 119로 신고한다고 합니다. 이보다 더한 주민 밀착형 복지가 어디 있겠습니까?”

곽경호(칠곡)의원은 2016년 12월 제289회 제5차 본회의에서 도민을 위해 목숨 바쳐 헌신하는 소방공무원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을 지적하고 처우개선을 요구했다.

곽 의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격무와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자살한 소방관들이 전국적으로 41명에 이르며 이는 동기간 사고로 순직한 27명보다도 많다.

자살의 원인은 대부분이 신병 비관으로 인한 우울증이며 긴급한 상황에서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일반인 보다 10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곽 의원은 “오죽했으면 최근 ‘소방관은 슈퍼맨도 영웅도 아닌 평범한 인간이다. 열심히 일하는 만큼 짧은 휴식이라도 취할 수 있게 해 달라’는 현직 소방관들의 호소문이 나왔다. 이들의 복지가 바로 우리 주민들에게 돌아가는 복지서비스라고 볼 때 더 이상 이런 안타까운 하소연이 나오지 않도록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소방관은 궂은일은 당연히 해야 되는 것처럼 인식되고 긴급후송 중 문제가 생기면 모든 것을 구조대 탓으로 돌려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는 등 억울한 누명까지 감수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경북도의 경우, 인력과 장비가 다소 보강되고 의회에서 소방공무원들의 처우와 복지를 위한 조례를 제정하는 등 여러 가지 노력을 해오고 있으나 늘어나는 업무에 비해 아직도 미흡한 점이 많다고 지적하며 정책 대안을 제시했다.

곽 의원은 “도의 17개 소방서 중 4개 소방서에만 심신 안정실이 설치돼 있다”며 참혹한 현장에서 겪은 정신적 고통을 조금이나마 치유하고 우울증을 예방할 수 있도록 모든 소방서에 심신 안정실을 설치하도록 촉구했다.

또 “소방관들의 복지와 후생을 전담하는 부서를 설치해서 좀 더 체계적인 관리가 되도록 해야 한다”며 “다시 한 번 타인의 생명과 재산 보호를 위해 자신의 목숨까지도 저버리는 소방관들에게 감사하고 존경한다는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제289회 제5차 본회의(2016. 12.16) 곽경호 의원  

5분 ‘사이다’ 어록… ‘알쓸경전’ 제4권

 

◆ 독도의 실효적 지배 강화 위한 대책 촉구
“최근 들어 독도에 대한 일본의 도발은 이제 노골화를 넘어 이성을 잃은 수준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 같은 후안무치함을 강력히 규탄함과 아울러 경상북도의 실효적 지배 강화를 위한 보다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자 합니다.”

남진복 의원(울릉, 독도수호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2월 6일 제290회 임시회 본회의 5분 자유발언을 통해 “두말할 필요 없이 독도는 역사적, 국제법적으로 명백한 대한민국 영토이며, 무엇보다 경북도 울릉군 관할에 있고 우리가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성스러운 민족의 섬”이라며 도의 실효적 지배 강화를 위한 정책시행을 촉구했다.

남 의원은 “지난 1월 28일 일본의 문부과학상(마스노 히로카즈)은 신 학습지도요령을 개정해 초·중등 교과서에 ‘독도를 일본 고유 영토’라고 명기하겠다고 발표했다”면서 “이 시점에서 우리의 독도영유권 정책은 과연 어디쯤에 와 있는지 한번 뒤돌아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절실한 것은 가시적이고 실질적인 영유권 강화사업”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는 독도입도지원센터 및 독도방파제 건립사업이 최우선적으로 추진되도록 정부와 관련부처에 강력하게 요구하고, ‘독도의 지속가능한 이용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빠른 시일 안에 통과되도록 노력해 해양수산부에 집중돼 있는 독도의 이용과 사업수행 권한을 경북도지사와 울릉군수에게 위임되도록 요청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제290회 제1차 본회의(2017. 2.6) 남진복 의원

안동=김희정 기자 shin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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