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 결핵병원 간호사라고 묻는다면 그저 웃지요

[현장보고] 국립목포병원에서의 하루③


“방법이 없다.” 간호사들의 한숨 섞인 목소리다. 지난 5일 국립목포병원에서 만난 ㄱ씨와 ㄴ씨는 각각 결핵 병원에서 23년과 30년을 보낸 베테랑 간호사였다. ‘결핵 치료’에 일생을 바친 이들에게 주어진 건 ‘잠복결핵’이라는 ‘훈장’이었다. 비단 이들 뿐만 아니더라도 김천태 병원장은 결핵 감염이 걱정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미 버린 몸이라서”라며 웃고 말았다. 

늦은 시간 인터뷰를 마치고 자리에 누웠을 때 들었던 생각은 이들에게서 희망과 좌절 모두를 보았다는 것이었다. 한편으론 결핵에 걸린 의료진이 환자를 위협한다는 일각의 언론보도가 얼마나 결핵 의료현장을 모르고 있는 것인지를 반증하는 것인지 다만 얼마간의 분노도 치밀어 올랐다. 

술을 마시고 들어온 환자로부터 “가만두지 않겠다”는 협박을 수시로 듣는다는, 웃으며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던 이들의 이야기를 곰곰이 곱씹어보노라니, 김상용 시인의 ‘왜 사냐 건 웃지요’라는 시 한 구절이 떠올랐다. 


◇ '응급'이 터지면 병원이 멈춘다

-국립목포병원의 각 병동을 간호사 7명이 3교대로 돌아가며 돌본다고 들었다. 실제 업무 강도는 어느 정도인가.

7명이 들어간다고 해도 한명이 일근을 하고 나머지 6명이 교대로 근무하는 식이다. 나이트와 이브닝은 1명, 데이는 2명. 야간 근무를 끝내고 쉬는 방식으로 근무가 회전된다. 결핵병원이라 일반병원보다 일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더라. 특히 병원이 결핵 환자 요양도 겸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편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근무여건을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고 여길 것이다. 특히 일손이 부족해 홀로 근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처리해야할 업무량과 부담감이 상당하다. 

-다양한 환자들이 있겠지만, 두드러지는 특성이 있을 것 같다.

비율로 보면 저소득층 및 노숙자들이 많다. 환자들이 ‘순’하진 않다. 

-살아온 환경을 고려하면, 순응도가 낮을 것 같다. 

그렇다. 이러한 환자들은 사람에 대한 강한 경계나 경각심을 보이곤 한다. 특히 최소한 2년 동안 입원해야 하는 내성결핵환자의 경우, 오갈 데 없는 처지의 환자가 많다. 이들은 공격적인 성향이 강하다. 대화를 나누다 환자끼리 싸움이 벌어지기는 일도 간혹 있다. 

-의료진에 대해 공격적인 태도를 보일 때도 있나. 

과거에는 간호사가 맞기도 하고 그랬다. 현재는 휴대전화로 위협 상황이 발생하면, 비상벨을 누른다. 그 즉시 당직실과 타병동 간호사들에게 위급 상황이 알려진다. 모의훈련을 해보니 다들 달려오는데 5분가량 걸리더라. 물론 그러려면 휴대전화를 항상 들고 다녀야 한다. 피치 못하게 휴대전화가 없을 땐 악을 쓰거나 해서 SOS를 하는 식이다. 

정작 문제는 따로 있다. 어떤 사고가 터져서 타병동 간호사들이 달려온다 치자. 나머지 병동은 간호사가 공백 상황이 되는 것이다. 응급상황시 간호사 혼자서 이를 감당하기는 불가능하다. CPR과 약물 주입, 보호자 연결 등을 위해선 최소 서너 명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2명이 근무하는 데이 근무 당시에는 나머지 한 명이 병동을 지킬 순 있지만, 홀로 근무하는 이브닝 및 나이트 근무에는 의료공백을 해결할 방법이 없다. 

-심각한 문제다. ‘올 스톱’되는 건가.

전 병동이 ‘올 스톱’ 된다. 최근에도 3층 병동에 오후에 입원한 환자의 상태가 좋지 않았다. 결국 밤에 타 병원으로의 전원이 결정됐다. 패혈증이 의심됐던 환자는, 그러나 노숙자였다. 이런 환자들은 보호자는 물론, 주민등록증이 말소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원을 하려 해도 보호자가 없다보니 여러 문제가 생긴다. 

그날 3병동 환자는 전원을 하는 가운데, 5층에서는 응급 상황이 터졌고, 6병동의 한 환자는 피를 토하고 있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정말 어떻게 할 수가 없더라. 세 군데서 다 ‘터지니까’ 앞이 깜깜했다.

-그나마 ‘베테랑’ 간호사들이라 사고가 나지 않은 것 같은데.

아무리 경력이 많다고 해도 혼자가 처리할 수 없는 상황은 곤란하다. 일단 홀로 야간 근무를 한다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다. 업무와 환자에 대한 부담감이 상당하다. 혹시 모를 위험을 위해 간호사실은 잠가둔다. 생각해보라. 우리 같은 아줌마들도 부담스러운데, 젊은 간호사들은 오죽하겠는가.

-최근 보건·의료 종사자들의 감정노동 실태가 심각한데, 여러모로 고생스러울 것 같다.

우리 병원 환자들은 그나마 병동이 있을 때는 얌전하다. 그러나 만약 환자가 술을 마신다던지 의료진의 치료 지시를 계속 어겨 강제퇴원 조치가 이뤄지면, 매우 난폭하게 돌변한다. 그도 그럴게 병원을 나가면 당장 오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 “밤길 조심해라. 가만히 두지 않겠다”는 협박은 숱하게 들었다. 자동차 번호나 휴대전화 번호를 적어다가 언젠가 해코지를 한다며 말로 위협하는 경우는 매우 많았다. 

-환자의 딱한 사정도 답답하지만, 이를 오롯이 받아주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닐텐데.

입원실에 술 취해서 들어오면 경고가 주어진다. 만약에 일탈 행위를 어떤 간호사가 발견, 지적했다고 치자. 환자는 그 다음부터 그 간호사를 이런저런 이유로 ‘갈구기’ 시작한다. ‘네가 날 일러바쳤다’ 이런 거다. 

하필 결핵병원 간호사라고 묻는다면 그저 웃지요

◇ ‘면역력이 떨어지면 나도 결핵에 걸릴까’

-비교적 험한 상황에서 일을 하다 보니 집에서 걱정이 많을 것 같다. 

스스로의 걱정이 많았다. 특히 임신했을 때나 출산 후 자녀들이 어렸을 때가 그랬다. 결핵은 감염병이다 보니 이런 저런 걱정이 많았다. (우리들은) 잠복결핵을 갖고 있다. 결핵 의료기관에서 일정 기간 이상 근무를 하다 보니, 잠복결핵 검사를 하면 양성으로 나올 확률이 높다. ‘직업병’인 셈이다. 

자녀들이 어릴 때 면역력이 약하지 않나. ‘나 때문에 혹시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닐까’ 이러한 걱정을 계속 했다. 이제 쉰을 바라보는 나이다. 퇴직하고 난 후에 늙고 면역력이 떨어지면, 결핵이 발병되진 않을까 우려가 된다. 더러 근무 중에 결핵에 감염됐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남의 일 같지가 않다. 

-처음 잠복결핵 검사 결과를 접했을 때는 충격이 상당했을 것 같다. 

그렇다. 아무리 결핵 병원에 근무하는 간호사라고 해도, 검사 결과가 수치적으로 딱 나오니까 ‘내 건강관리를 잘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더라. 그러나 근무여건을 보면 몸 관리를 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다. 예를 들어 야간 근무를 하는데, 몸이 너무 좋지 않았지만, 교대할 사람이 없었다. 결국 자고 있는 선배가 대신 근무를 서고 난 다른 병원 응급실에 실려 갔다. 매일 매일 이런 상황에서 일하고 있다. 어쩌겠는가. 더 힘을 낼 수밖에 없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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