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서울대병원, 환자 의무기록 무단열람에 치료까지 방해

치료 맡은 의사에 압력 행사 “진료·처방 하지 마”…왜?

서울대병원 교수가 환자의 전자의무기록을 무단열람하고, 진료 중인 다른 의사에게 압력을 행사하는 등 해당 환자의 정상적인 진료와 처방을 방해하는 믿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이는 앞서 지난 4월 고 백남기씨의 의무기록을 무단 열람한 사실이 있다며 병원 측이 직원 등 관계자 161명을 경찰에 고발한 것과는 정반대의 행태다. 고 백남기씨 사건 이후 서울대병원의 환자 정보 관리는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중순 한 통의 전화로 시작된다. 서울대병원에서 수차례 진료를 받은 적이 있었던 씨는 병원 직원으로부터 믿기 힘든 말을 전해 듣는다. 병원 직원 씨는 서울대병원 소속의 교수로부터 씨가 약을 먹고 있고, 정신이 정상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귀띔했다. 공황장애가 있던 씨는 서울대병원에서 항우울제와 신경안정제, 수면제를 처방받아 복용하고 있었다. 씨는 기자에게 일반 병원 직원이 알 정도이면 도대체 어느 선까지 내 의무기록이 회자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불안을 호소했다.

이후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올 초 그를 진료한 적 있는 모의사가 씨에게 들려준 이야기는 더욱 놀라웠다. 다음은 해당 의사와 씨와의 대화 중 일부다.

교수가 불러서 약을 처방했냐고 묻길래 처방했다고 하니 그거하지 말라는 얘길 하더라.” “교수님까지 얘기(씨의 진료)가 들어갔나? 그냥 처방해주지 말고 앞으로 진료보지 말라고 했나?” “그렇다. 봐주지 말라고 (진료하지 말라고) 그 얘기만 했다.” “무조건 진료보지 말라고 했나?” “처방을 주면 안 된다고 (지시했다). 다른 얘긴 전혀 없었다.”

씨는 본인의 전자의무기록이 무단 열람되는 것을 의심, 서울대병원 정보화실에 의무기록 접속 정보를 알려달라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정보화실의 1차 내용증명 답변서에는 씨의 전자의무기록을 열람한 여러 명의 의사와 간호사의 이름·신분·열람횟수 등이 명기돼 있었다. 그리고 명단에는 진료 및 처방을 방해한 교수의 이름도 포함돼 있었다. 씨의 의심이 사실로 밝혀진 순간이었다.

의료법 제23조는 전자의무기록과 관련 “누구든지 정당한 사유 없이 전자의무기록에 저장된 개인정보를 탐지하거나 누출·변조 또는 훼손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적시하고 있다. 교수를 비롯해 왜 병원 다수의 의료진이 씨의 전자의무기록을 열람했는지는 곧 의료법 23조 위반 여부를 결정짓게 된다.

서울대병원 홍보실 측은 입장을 말하는 것 자체가 난감하다면서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해당 관계자는 비단 주치의가 아니더라도 의무기록 열람은 의료인간 협진이나 조언 등 의료 행위를 위해 이뤄지기도 한다. 일체의 의료적 필요성이 성립되지 않을시 이는 무단열람으로 분류된다. 만일 의료법 위반이 확인되면 서울대병원 인사위원회에서 징계와 처벌이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단독] 서울대병원, 환자 의무기록 무단열람에 치료까지 방해

일반적으로 서울대병원의 전자의무기록 열람 방법 및 절차는 다음과 같다. 종합의료정보시스템에 로그인한 후 소관 환자를 선택할 경우에는 EMR(Electronic Medical Record) 열람이 가능하다. EMR에는 외래기록, 입원수술마취응급임상관찰 기록 및 의사지시 등이 포함돼 있다.

종합의료정보시스템에 소관환자가 아닌 경우를 검색하면 경고문이 뜬다. 열람사유는 미비기록 작성 추가 오더 입력 예정환자 조회 환자 상담협진 환자상담 특수부서 사전에 승인된 업무 약제업무 진료지원 업무 교육 진단서 의뢰서 사본 발급·출력 원무보험 제한항균제 승인업무 구차트 접근 로그 그리고 기타중 하나여야 한다.

그러나 이 기타사유에 치료중인 환자의 진료와 처방 중단을 요구키 위해서가 포함되는 지는 미지수다. 현재 씨는 접속 PCIP 등이 포함된 접속 기록 정보를 요청했지만, 서울대병원 정보화실은 이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상태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

Copyright @ KUKINEWS. All rights reserved.

쿠키미디어 서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