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240번 버스 논란…모두가 ‘마녀사냥’의 가해자였다

240번 버스 논란…모두가 ‘마녀사냥’의 가해자였다

[친절한 쿡기자] 240번 버스 논란…모두가 ‘마녀사냥’의 가해자였다

‘240번 버스’ 논란이 쉽게 진화되지 않고 있습니다. 버스 기사가 입은 피해는 ‘마녀사냥’ 수준이지만, 누구 한 사람 책임지는 이는 없습니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습니다. 지난 1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240번 버스 운전기사가 아이만 내린 채 차를 출발했다. 심지어 아이 어머니에게 욕설까지 내뱉었다”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이후 기사에 대한 비난 여론이 일었죠. 그러나 서울시 측의 조사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는데요. 이후 아이 어머니, 최초 글쓴이 등으로 질타의 대상이 시시각각 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문제는 애꿎은 피해자가 발생했다는 점입니다. 온라인상에는 버스 기사를 향한 악의적인 글들이 끊임없이 올라왔습니다. 기사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입에 담지 못할 욕이 너무 많아 떠올리기도 싫다”면서 “너무 고통스러워 자살까지 생각했었다”고 토로했습니다. 그는 충격이 커 회사에 휴직계를 내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240번 버스 논란과 유사한 일은 과거에도 있었습니다. 지난달 5일 방송인 고(故) 최진실씨의 딸 준희양이 SNS를 통해 “외할머니로부터 학대를 당했다”고 주장한 사건입니다. 대다수 네티즌들은 외할머니를 향해 손가락질을 했습니다. 그러나 경찰 조사 결과 외할머니는 혐의가 없었습니다. 또 있습니다. 지난 2012년 불거진 ‘채선당 임산부 폭행’ 사건입니다. 당시 한 네티즌은 온라인상에 “식당 종업원이 임신 6개월인 내 배를 걷어찼다”고 게재했습니다. 당시 사회에는 ‘채선당 불매운동’이 진행됐을 정도로 큰 파문이 일었습니다. 해당 식당은 문을 닫아야 했고요. 그러나 이후 임산부의 주장은 ‘거짓’으로 판명 났습니다. 죄 없는 식당 주인만 희생양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무분별한 여론재판은 종종 애꿎은 피해자를 양산합니다. 현재 온라인상에는 “최초 글쓴이가 문제다. 글쓴이는 평생 기사에게 속죄하라”는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러나 진위 확인 없이 기사를 비난한 네티즌들 역시 책임을 피해갈 수는 없을 겁니다.

언론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버스 기사의 입장은 듣지 않은 채 사건을 속단했기 때문입니다. 13일 서울 광진경찰서에 따르면 버스 기사는 사건을 최초 보도한 인터넷 언론의 고소를 고려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전우용 역사학자도 자신의 SNS에 “최초로 글을 올린 사람은 과장할 수 있다. 당황한 아이 엄마는 어떤 요구도 했을 수 있다. (안전수칙을 준수한) 기사의 판단이 틀렸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면서 “하지만 온라인상의 글만 보고 그대로 보도한 언론은 봐줄 대목이 없다”고 일침을 가했습니다.

피해자가 있다면 응당 가해자도 있기 마련입니다. 240번 버스 논란의 경우 가해자는 누구일까요? SNS의 글을 소비하고 무고한 사람에게 분노를 쏟아낸 우리 모두 아닐까요? 온라인상에는 지금도 수없이 많은 글이 등록됐다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중 어떤 글을 믿고 따를지는 네티즌 개개인의 결정입니다. 특히나 논란의 여지가 있는 글이라면 진위를 파악하는 일에 더욱 신중해야 합니다. 당장 내일 여러분이 ‘마녀사냥’ 당하지 않으리란 법은 없으니까요.

이승희 기자 aga445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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