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각하’ 건강히 오래 사십시오

[친절한 쿡기자] ‘각하’ 건강히 오래 사십시오

최근 5·18 기획연재를 끝냈습니다. 마침표를 찍고 나서도 완결되었다고는 생각지 않았습니다.  비록 연재마다 기자의 이름이 달리긴 했지만, 실제의 역할은 에디팅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증언집 <518 10일간의 야전병원>은 방대한 분량은 아니지만 감정의 스펙트럼은 상당했습니다. 

증언집의 일부분을 발췌해 온라인 아티클로 바꾸는 작업 자체는 수월했지만, 문제는 ‘흐름’이었습니다. 원문을 전부 가져다 얹지 말자는 건 기획 당시부터 결정된 사항이었습니다. 때문에 일정 부분을 감정의 흐름이 끊기지 않되, 나름의 구조를 만드는 작업은 만만치 않았습니다.

전자책이 인기를 끌어도 서점에서 책을 구매하는 독자의 마음은 책의 첫 장부터 마지막까지 그 책만이 가진 ‘오묘한’ 매력 때문일 겁니다. 스마트폰으로도 영화를 구매해 볼 수 있는 시대에도 팝콘을 들고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맛은 변함이 없듯 말입니다. 

탄탄한 논리와 구성으로 조직된 책을 파편적이고 분절된 온라인판 기사로 바꾸는 것은 본래 책이 가진 매력을 반감시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인터넷만의 새로운 구조와 흐름이 필요합니다. 구조를 만들기 위해 연재를 진행하며 책을 스무 번 넘게 읽었던 것 같습니다. 이해가 필요한 부분은 별도로 자료를 찾아가며 ‘공부’하듯 편집했지만, 결과적으로 썩 잘 되었다고는 확언키 어렵습니다. 그나마 나름의 고군분투로 내놓은 연재에 독자분들의 반응도 나쁘지 않아 ‘불행 중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기획 당시 연재의 목적은 두 가지였습니다. ‘젊은 층에게 5·18의 실상을 알리자’는 것과 ‘의료진의 가슴에 불을 당기자’는 사뭇 거창한 목표를 세워두었는데요. 목적한 바를 이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설익은 에디팅 탓일 겁니다. 매 연재마다 고민에 휩싸였고, 연재가 마무리된 지금도 아쉬움은 여전합니다.   

해외에서 만들어진 5·18 다큐멘터리와 보도사진을 보노라면, 집단살해(集團殺害, genocide)의 성격이 다분하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려웠습니다. 폭력과 살해를 목도한 당시 전남대병원 의료진들은 자의 혹은 타의에 의해 이 역사적 사건에 휘말렸습니다. 머리가 날아가고 다리가 끊어진 시민들, 5세 아이에게도 총을 쏜 잔혹함, 가슴에 대검을 꽂거나, 여성과 아이에게까지 총을 갈긴 계엄군의 폭력은 ‘폭력’이라는 말로도 도저히 설명되지 않습니다. 

증언집을 거듭 읽다보면 당시 의료진의 분노와 좌절, 무력감이 고스란히 전해졌습니다. 이 감정들이 너무 무거워서 한 편의 연재를 마칠 때마다 마음속에 돌덩어리가 하나씩 얹어지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어서 연재가 끝났으면 좋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했습니다.    

연재를 담당한 기자로서 독자분들이 <5·18 10일간의 야전병원>을 더 많이 사서 읽으셨으면 합니다. 그래서 후속 증언집 제작이 멈추지 않길 바랍니다. 스토리펀딩으로도 진행했던 ‘5·18 시민 곁엔 그들이 있었다’에는 266회의 후원으로 366만2700원이 모금됐습니다. 후원금은 전남대병원에 전달, 증언집 제작에 사용될 예정입니다. 

기자의 개인적 바람으로 연재 후기를 마칩니다. 전두환씨가 건강하길 바랍니다. 아직도 그를 ‘각하’로 부르며 따르는 세력들과 함께 전두환씨가 다시 법정에 서길 바라마지 않습니다. 사필귀정이 존재한다면 말이죠. '각하' 꼭 오래 사십시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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