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숨 막혀요”…홍대 금연광고 ‘여혐’ 논란

[쿠키뉴스=이승희 기자] 세종시 조치원읍 홍익대학교 세종캠퍼스에 부착된 금연 광고물이 ‘여성 혐오’(misogyny·여성을 남성과 타자화하거나 성적 대상화 하는 모든 언어와 행동) 논란에 휩싸였다.

7일 오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여성에게 어머니라고 프레임 씌우는 금연 광고’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한 네티즌이 지난 5일 밤 10시44분 자신의 SNS에 게재한 글을 캡쳐해 첨부했다.

첨부된 사진에 따르면 홍익대 총학생회와 보건진료소 측은 교내에 금연 홍보 포스터를 부착했다. 해당 포스터에는 남성의 성별을 나타내는 기호 아래 “남자니까 괜찮다고요? 천만에요. 우리 가족의 건강, 당신 손에 달려있습니다”라고 적혀있다. 반면 여성의 성별을 나타내는 기호 아래에는 “엄마. 숨 막혀요” “우리 아이의 건강, 당신 손에 달려있습니다” 등의 글이 쓰여있다. 작성자는 “남성은 ‘남자’라는 성별로 지칭하는데, 왜 여자는 ‘엄마’라고 부르냐”면서 “여성에게 ‘어머니’라는 프레임을 씌우는 것 같아 불쾌하다”고 일갈했다.

“엄마, 숨 막혀요”…홍대 금연광고 ‘여혐’ 논란

또 작성자는 7일 저녁 댓글을 통해 “세종캠퍼스 B동에 위치한 카페 앞 화장실에도 이러한 광고물들이 붙어있다”면서 사진 2장을 올렸다. 추가된 사진에 따르면 남자 화장실에 부착된 포스터에는 자동차 계기판 그림과 함께 ‘흡연 속도가 빠를수록 죽음으로 치닫는 속도 역시 빨라진다’는 문구가 있다. 그러나 여자 화장실에 부착된 포스터는 “태아의 생명이 위험하다”는 문구가 적혀있다. 작성자는 “여성들은 본인의 건강보다 미래의 태아를 더 걱정해야 하냐”고 비판했다. 네티즌들도 “굳이 여성을 대상으로 한 광고를 만들고, 그 광고에서 태아를 언급해야만 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포스터를 부착한 보건진료소 관계자는 “해당 광고물은 최근 제작한 것이 아니라 약 8~10년 전부터 학교에 있었던 것”이라며 “학생들이 민감하게 받아들일 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금연을 장려하려는 마음에 화장실에 붙였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받아들이는 학생들이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포스터를) 떼야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면서 “조만간 회의를 통해 포스터 철거 및 변경 등을 논의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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