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카드] 플래시 럭스, 적어도 미꾸라지는 되지 말아야

[옐로카드] 플래시 럭스, 적어도 미꾸라지는 되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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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윤민섭 기자] 오버워치 HOT6 APEX 시즌3 당시 플래시 럭스 메인 힐러로 활동했던 ‘유니스’ 최선민이 지난 16일 자정께 한 오버워치 커뮤니티를 통해 팀 내부 사정을 고발했다.

그에 따르면 당시 플래시 럭스는 전략을 짜지 않은 채 경기에 임했다. 개인 기량이 부족해 전략을 수행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답답한 마음에 최선민이 전략을 짜 코치에게 전달했으나 “필요 없다”며 묵살 당했다. 그는 시즌 마지막 경기였던 지난 5월30일 LW 블루전 직후 방출을 통보받았다.

이어 비슷한 시기 팀을 나온 ‘모던’ 김수훈도 비슷한 내용의 글을 게재했다. 경기 후 피드백 대신 비난과 비아냥을 받았으며, 더 나아가서는 “네가 알아서 해” 등의 핀잔을 들어야 했다. 사태는 더욱 심각해져 따돌림이 됐다. 일부 선수들이 다른 팀 보이스 채널을 활용, 나머지 선수들을 배척하는 일로 이어졌다.

김수훈은 시즌3 종료 후 자신의 가치를 재증명할 수 있는 1달의 시간을 부여받았다. 그러나 팀은 그 약속조차 지키지 않았다. 아무런 사전 고지 없이 새 선수를 영입했고, 게임단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 김수훈이 팀에서 나갔다고 발표했다. 김수훈은 지인으로부터 자신의 방출 사실을 전해 들었다.

냉정하게 평가해 플래시 럭스는 APEX 최약체다. 지난 16일 이들을 0대3으로 깨부순 NC 폭시즈는 챌린저스를 3위로 마치고 본선 무대에 오른 팀이었다. 나머지 챌린저스 출신 팀들과 붙어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수준의 전력인 셈이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플래시 럭스에게 ‘성적이 곤두박질쳤다’고 말하지 않는다. 떨어질 성적조차 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4번의 APEX에 전부 참여했지만 첫 경기였던 시즌1 라이노스 게이밍 타이탄전을 3대2로 승리했고, 시즌2 프나틱전을 1대3으로 졌을 뿐 나머지 경기에서는 단 1세트도 따내지 못했다.

세계 최고 리그라 불리는 APEX에서 이미 3시즌을 보냈다. 리그에서 손꼽히는 걸출한 DPS ‘플레타’ 김병선을 보유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자리걸음은커녕 지속적으로 퇴보했다. 쉽사리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었다. 

하지만 최선민과 김수훈의 적나라한 고발을 듣고 나니 비로소 납득이 된다. 오버워치는 팀 게임이다. 프로 씬에서 전략전술은 하루가 다르게 고도화되고 체계화된다. 하지만 플래시 럭스는 실력 여부를 떠나 노력마저 배척했다. 상식적인 일이 플래시 럭스 내부에선 비상식적인 일처럼 치부됐다. 스스로 내홍을 만들었다.

지난 시즌 마지막 경기가 끝나고 일부 플래시 럭스 선수들이 함박웃음을 짓는 걸 보면서 몹시 의아하게 생각했다. 1세트도 따내지 못한 채 시즌을 마감하는 이들치고는 너무 밝은 미소였다. 그들에게 APEX는 어떤 의미일까. 또 패배 후 감정을 주체 못 해 눈물 흘리던 다른 팀 선수들을 보며 그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플래시 럭스의 어려운 자금 사정이야 잘 알려진 얘기다. 우승권 팀과는 지원의 규모가 다른 만큼 팬들도 당장 대단한 성적을 기대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물질적으로 가난하다 해서 정신적으로도 가난해야 할 이유는 없다. ‘프로게이머’가 되기 위해, 또 이 좁디좁은 바닥에서 살아남기 위해 무던히 노력하는 동료 혹은 제자들의 피와 땀과 눈물을 직시하길 바란다. 적어도 미꾸라지가 되지는 말아야 한다. 물 흐리지 말자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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