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염정아 “목소리 상상 연기는 처음… 정말 어렵더라고요”


[쿠키뉴스=이준범 기자] 영화 ‘장산범’(감독 허정)은 배우 염정아의 두 번째 공포 영화다. 공포에 잘 어울리는 이미지지만 의외로 염정아는 공포 영화에 거의 출연하지 않았다. 그만큼 그녀가 2003년 영화 ‘장화, 홍련’(감독 김지운)에서 보여준 모습이 강렬하게 남아있다는 얘기다.

지난 11일 서울 팔판로 한 카페에서 만난 염정아는 사실 공포 영화를 잘 못 본다고 고백했다. 이미 내용을 다 알고 있는 ‘장산범’을 보면서도 깜짝 놀라는 건 막을 길이 없다며 웃었다. 14년 만에 공포 영화에 출연한 계기로는 공감되는 이야기와 감독에 대한 믿음을 꼽았다.

“처음부터 감정 장면들이 좋아서 선택했어요. 보시는 분에 따라서 희연의 선택이 어떻게 보일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는 와 닿았더라고요. 작품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까지 들었어요. 허정 감독님을 처음 만났을 때는 ‘숨바꼭질’을 찍은 감독님 맞나 싶을 정도로 너무 순진하셔서 놀랐어요. 지금은 어떤 성향인지 잘 알지만 처음엔 매치가 잘 안 됐죠. 하지만 감독님이 전작에서 보여주신 게 있어서 잘 해내실 거라는 믿음이 있었어요. 제가 드라마적인 부분의 연기를 잘 해내면 만족할 수 있는 작품이 나오겠다고 믿었어요.”

염정아에게 ‘장화, 홍련’은 단순한 공포 영화 이상의 의미가 있다. 이전까지 받았던 연기력에 대한 불신을 지우게 해준 작품인 동시에 칭찬받는 것에 대한 기쁨을 느끼게 해준 첫 영화이기 때문이다.

“‘장화, 홍련’ 전까지는 연기 못한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감독님에게 야단도 많이 맞았죠. 지금 생각하면 당시 제가 캐릭터, 작품 연구에 약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연기가 뭔지도 잘 몰랐을 때에 김지운 감독님을 만난 거예요. 감독님이 저를 도와주고 끄집어내주셨고 그에 제가 잘 맞았었던 것 같아요. 내가 연기를 이렇게 하면 사람들이 나를 좋아해주고 잘한다고 칭찬도 해주는구나, 이게 이렇게 기쁜 거구나 하는 걸 처음 느꼈죠.”

[쿠키인터뷰] 염정아 “목소리 상상 연기는 처음… 정말 어렵더라고요”

‘장산범’이 기존 공포 영화와 가장 차별화되는 점은 소리다.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똑같이 흉내 내는 존재를 통해 지금까지 접하지 못했던 상황을 만들어냈다. 배우들에겐 후시 녹음을 통해 얼마나 자연스러운 장면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했다. 염정아는 목소리를 상상하며 연기해야 했던 현장이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처음해보는 경험이었어요. 목소리를 상상하며 연기해야 하는 건 정말 어렵더라고요. 현장에서 감독님이 소리가 나는 방향을 직접 정해주세요. 이쪽에서 이런 신호를 주면 어떤 소리가 어느 정도 강도로 들리는지 알려주셨죠. 마지막 장면은 직접 소리를 듣지 않고는 연기할 자신이 없어서 미리 녹음한 목소리를 인이어 이어폰으로 들으면서 했어요. 이어폰 성능이 정말 좋아서 쌓여온 감정이 잘 표현된 것 같아요. 두세 번을 찍었는데 매번 똑같이 눈물이 났거든요. 후시 녹음도 그 장면의 호흡을 똑같이 해야 하기 때문에 힘들었어요. 어린 아이와 어른은 발음하는 방식이 다르니까 아무리 똑같은 표정으로 똑같은 대사를 해도 입이 잘 안 맞았어요. 여러 번 했음에도 좁혀지지 않는 장면이 있었는데 시사회 때 저한텐 그게 보이더라고요.”

염정아는 주변 사람들에게도 적극적으로 ‘장산범’에 대한 홍보를 하고 있다. 너무 무서우면 못 본다는 지인들에게 안 무섭다고 강요하기도 한단다. 차기작에 대해서는 열어놓고 있지만 생활 연기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다.

“차기작은 가능성을 다 열어놓고 있어요. 지금도 앞으로도 그럴 것 같아요. 영화만 하겠다고 하기엔 편수가 너무 적어요. 사실 이젠 연기를 많이 하고 싶거든요. 나이를 더 먹어서 다른 역할로 넘어가기 전에 더 많은 역할을 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장르 영화가 아닌 생활연기도 해보고 싶어요. 제 나이대의 역할을 만나서 편안하게 연기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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