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의 위기 분쟁의 미래] 인도네시아의 이슬람 극단주의 확산 우려

조코 위도도 정부의 HTI 금지… 범이슬람 글로벌 운동, IS의 이념적 ‘모태’인가

이유경 기자
입력 : 2017.08.12 05:00:00
수정 : 2017.08.29 10:49:11

인도네시아 정부의 이번 HTI 금지조치는 사법적 절차를 밟지않고, 대통령령에 근거해 논란을 낳았다. 사진은 지난달 28일 자카르타에서 있었던 급진주의 이슬람 단체의 집회 모습.


[쿠키뉴스 태국 방콕=이유경 국제분쟁 전문기자] 동남아시아 일대가 이슬람 극단주의로 ‘비상’이 걸렸다. 그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이슬람국가(Islamic State, IS)의 고전이다. 지난달 9일(현지시각)에는 IS의 점령지였던 이라크 모술이 정부군에게 탈환됐다. 시리아 IS마저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호주·동남아시아·남아시아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출신 대원들의 ‘귀국 테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지역을 기반으로 한 극단주의자들의 테러 가능성도 점차 고조되고 있다. 

그동안 IS는 시리아행의 대안으로 현지 공격을 부추겨 왔다. 8일(현지시각)에도 이러한 내용의 선전 영상이 등장했다. 호주 출신의 IS 일원인 아부 아담 알-오스트랄리는 영상에서 “호주의 지하디스트는 시리아 대신 필리핀으로 갈 것”을 지시했다. 필리핀 남부 마라위는 마우떼 형제가 주도하는 IS 추종 세력과 필리핀 정부군 사이의 교전이 3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그 여파로 8월초까지 700명가량의 사망자와 36만여 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사망자 중 500명 이상은 지하디스트로 알려졌다. 

인도네시아는 일촉즉발의 필리핀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긴장을 곧추세우고 있다. 마라위에는 인도네시아 국적의 지하디스트가 약 20명 싸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중 일부는 사망하고, 나머지는 생사가 불분명하다. 귀국 여부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필리핀 정부군이 마라위를 탈환할 경우, 그로인해 귀국하는 이들의 공격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시리아 대신 필리핀’이라는 IS의 지령은 ‘필리핀 대신 자국’으로 확전 위험이 제기된다. 여기에 필리핀에 가지 못한 인도네시아 내부의 극단주의자들이 가세하면 위험은 더 커진다.  

인도네시아 대테러 에이전시(BNPT)는 8일 호주 <ABC>의 보도를 인용해 “우리 영토는 필리핀과 같이 IS 추종 세력에게 점령될 가능성은 낮지만, 급진적인 젊은 층의 공간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인도네시아의 이슬람 극단주의 조직도는 꽤 광범위하다. 극단주의에 휩쓸리는 층도 늘어나고 있다. 
  
◇ 인도네시아, 필리핀 IS 사태에 긴장감 고조 
6월 4일 인도네시아 여론조사 기관인 사이풀 무자니 리서치앤 컨설팅(SMRC)의 설문조사 결과는 인도네시아 시민사회에 적잖은 충격을 줬다. 조사에서 국민의 9.2%는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가 적용되는 ‘이슬람 국가’를 원한다고 밝혔다. 절대 다수는 이슬람 국가를 거부하지만, 전체 인구 2억 5천만 명 중 2천만 명이 이런 반응을 보였다는 건 우려할만한 수치다. 이는 인도네시아가 종교에 기반을 둔 폭력 갈등에서 자유롭지 않은 사회임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이런 가운데 최근 자카르타의 시장 바수키 티하자 푸르나마(Basuki Tjahaja Purnama, 일명 아혹)를 신성 모독죄로 처벌하라는 ‘안티아혹’ 캠페인이 벌어졌다. 아혹은 기독교도로 중국계 인도네시아인이다. 그는 인도네시아 역사에서 인종과 종교 폭력의 대상이 된 소수진영을 상징한다. 안티아혹의 선두에는 이슬람수호연대(FPI) 등 폭력적 자경대가 자리하고 있다. 안티 아혹 캠페인은 개혁 성향의 조코 위도도 정부에 대한 보수진영의 공세 성격도 다분하다. 이렇듯 복잡한 국내 상황과 극단주의가 고조되는 국제 정세는, 세계 최대의 무슬림 국가로 세속적 민주주의를 표방해온 인도네시아에 중대한 도전이 되고 있다. 

지난 달 19일(현지시각) 조코 위도도 정부가 이슬람 대중 조직인 히즈붓 타흐리르 인도네시아 지부(Hizb-ut-Tahrir Indonesia, HTI)를 불법으로 규정한 건 이 같은 배경에서 나온 조치다. 활동 금지 이유는 HTI가 다원주의에 입각한 인도네시아의 건국이념 판차실라(Pancacilla)에 반한다는 점이었다. 이번 조치는 두 가지 측면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2019년 대선을 겨냥한 정치적 계산과 이슬람 극단주의 저지가 그것이다. HTI는 이슬람수호전선과 더불어 안티 아혹에 앞장섰던 단체였다.
 
◇ 조코 위도도 정부가 HTI를 금지한 까닭   
HTI는 어떤 단체일까? 이 단체의 모체는 히즈붓 타흐리르(HT)이다. HT는 1953년 팔레스타인 출신의 이슬람 학자 타키우딘 알 나바니가 주창한 ‘범 이슬람 글로벌 정치운동’을 말한다. 전 세계 50여 개국에 지부가 둔 HT는 대다수 나라에서 불법으로 규정됐다. 수하르토 독재 기간 동안(1961년~1998년) 인도네시아에서도 HTI는 불법 단체로 지목됐다. 

그랬던 것이 1998년 민주화 이후 집회결사 및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면서 HTI는 합법의 공간으로 나왔다. 자카르타에 위치한 싱크탱크 분쟁정책분석연구소(IPAC)의 시드니 존슨 소장은, HTI 등 인도네시아의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들은 민주화의 토양을 이용해왔다고 지적한다. 그는 대학가와 지식인층에 단단한 조직기반을 둔 HTI를 일컬어 “어떤 질문에도 대답할 수 있도록 훈련받는” 조직이라고 말했다. 민주화 속에서 세를 불린 이들 단체는, 그러나 민주주의야말로 ‘서방+세속주의+부패정치 체제’라며 거부한다. 그들은 샤리아 율법에 근거한 킬라파(Khilafah), 즉 범 이슬람 신정 체제를 건설해야 한다고 설파하고 있다. 

지향점만 놓고 보면, 히즈붓 타흐리르의 ‘킬라파(Khilafah)’는 IS의 ‘칼리페(Caliphate)’와 유사해 보인다. 그러나 히즈붓 타흐리르가 비폭력 대중운동을 표방하는 반면, IS는 무장지하드를 통해 이슬람 국가 건설을 추구한다는 점은 분명한 차이다. 또한 히즈붓 타흐리르는 이슬람 여러 종파를 아우르는 이슬람 국가를 지향하지만, IS는 수니파 극단주의를 추구한다. 이렇듯 차이는 있지만, 두 조직의 이념은 궤를 같이 한다. IS가 패배하더라도 이념은 죽지 않고 새로운 극단주의 조직의 토양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을 새겨볼 필요가 있다. 이념적 궤를 같이 하는 조직의 위험성이 여기에 있다.    
 
카티바 누산타라(Katibah Nusantara)는 이념적 연계성의 위험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이 조직은 시리아의 동남아 출신으로 구성된 지하디스트 단체다. 리더는 인도네시아 출신의 바룬 나임(Barhn Naim)으로, 그는 HTI 멤버였다. HTI를 통해 급진적인 사상을 갖게 된 후, ‘실천’ 가능한 ‘테러’ 조직으로 넘어간 경우다. 바룬 나임은 지난 해 1월 8명의 사망자를 낸 자카르타 쇼핑몰 공격을 원격 조종한 배후로 지목됐다. 그는 또한 지난해 12월 여성 지하디스트의 대통령궁 자살폭탄테러 미수 사건의 배후이기도 하다. IPAC의 시드니 존슨 소장은 2007·2008년경부터 이슬람 시민단체에서 이슬람 테러조직으로 이동하는 현상을 지적해왔다. 이전에는 이러한 현상이 관찰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도네시아는 세속적 민주주의를 비교적 잘 유지해온 무슬림 주류국가다. 최근 이슬람극단주의에 경도되는 인구가 확산되고 있어 큰 우려를 낳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8일 자카르타에서 있었던 HTI 해산 반대 집회 모습. 사진은 지난달 28일 자카르타에서 있었던 급진주의 이슬람 단체의 집회 모습.


◇ 이슬람 비폭력 조직→이슬람 극단주의 테러 조직    
조코 위도도 정부의 HTI 활동 금지 조치 과정은 순탄치 않아 보인다. HTI 대변인 이스마일 유산도는 기자에게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그는 조코 위도도를 “독재자”라고 말하기도 했다. HTI를 금지한 절차와 법적 근거는 논란이 되고 있다. 인도네시아 ‘대중조직에 관한 법률 2013’은 ‘대중조직’으로 등록된 단체의 해산 명령은, 사법부가 해산 판단에 앞서 세 번의 경고를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조코 위도도 정부는 사법 절차를 건너뛰고 대통령령에 따라 HTI의 활동을 금지시켜버렸다. 

자카르타의 정치평론가 키키 피도는 이번 조치를 이슬람 극단주의 진영에 보내는 경고로 분석했다. 안티아혹 캠페인을 주도한 이슬람수호전선은 정치적 반대파(수하르토 시대의 세력)가 관여되어 있다. 건드리기 민감한 이들 단체 대신 HTI를 금지시킴으로써 자국 내 이슬람 단체들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던졌다는 말이다.  

키키 피도는, 그러나 이번 조치에 대해 “찬성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가 어렵게 일군 민주적 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게 그 이유다. 일부 인권단체가 이번 조치에 조심스러운 어조로 비판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공론장에서 토론하자. 그 토론장에서 HTI의 논리는 깨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HTI를 불법화하면 오히려 동정심을 유발할 위험이 있다.” 키키 피도의 말이다. 

그러나 루비 콜리파 ‘아시아무슬림행동연대’(Asian Muslim Action Network, AMAN)의 인도네시아 대표는 정부의 이번 조치를 환영했다. 루비 콜리파는 HTI가 대학가와 대중 조직에서 킬라파 선전을 퍼뜨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일부 보고서에 따르면, HTI는 유사한 어젠다를 가진 급진단체들과 연계하기 시작했다”며 “현재 인도네시아의 상황은 ‘긴급 단계’”라고 말했다. 

또한 “일부에서 인권 문제를 거론하지만, HTI의 주장이야말로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며 이슬람에 대한 왜곡된 의식을 양산하고 있다. 여성의 권리를 옹호하면 반이슬람적으로 치부하거나 일부다처제 및 미성년 결혼도 옹호한다”고 지적했다. 남녀의 동등한 권리를 인정하는 인도네시아 헌법에 의거, HTI는 반헌법적 단체라는 말이다. 루비 콜리파는 HTI의 ‘비폭력’ 노선에도 일침을 가했다. 

“비록 HTI가 폭력을 쓰진 않아도 비무슬림 사회에 대한 혐오발언을 쏟아내며, 종교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혐오 스피치는 엄연히 폭력이다.”  

*다음 기사에는 HTI 대변인과의 인터뷰가 이어집니다.  lee@penseur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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