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예비교사 죽어난다” 공감할 수 없는 이유

[친절한 쿡기자] “예비교사 죽어난다” 공감할 수 없는 이유[쿠키뉴스=정진용 기자] '초등교사 임용 절벽 사태'가 좀처럼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교육대학교 학생들의 항의에 이어 11일에는 교수들까지 참가해 시위가 열릴 예정입니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습니다.

사태의 발단은 지난 3일 서울시 교육청이 '2018학년도 공립 유·초·특수학교 교사 임용후보자 선정 경쟁(임용시험) 시행계획'을 발표하면서입니다. 서울시 교육청의 올해 초등학교 교사 채용 규모는 105명입니다. 이는 지난해 선발인원 846명의 8분의 1 수준입니다. 경기도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같은 날 경기도교육청은 올해 공립초등학교 선발 인원을 868명으로 발표했습니다. 지난해 선발 인원 1836명에서 반 토막이 난 것입니다.

예비교사들은 즉각 반발했습니다. 교육부는 선발 규모 감축은 학령인구 감소와 신규 임용 대기자 발령 때문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나 사태의 본질은 정부의 교원 수급 정책 실패라는 것이 교대생들의 입장입니다. 바로 다음 날인 4일 서울교육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초등교육과 학생 700여 명은 서울지역 공립 초등교사 선발 인원 축소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이들은 '엄마 미안 나 백수야' '교대? 백수 양성기관'이라는 팻말을 들고 거리에 나섰습니다. "적어도 졸업생만큼의 선발 인원이 보장돼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그러나 시위는 오히려 역풍을 맞았습니다. 이들의 요구가 '서울 지역의 정원 확대'에 국한됐기 때문입니다. 전국을 기준으로 보면 내년도 초등 교사 임용 인원은 3221명이고 전국 교육대학 졸업생은 3800명입니다. 경쟁률은 1.14대 1 수준이죠. 지방의 경우 오히려 교사가 부족한 실정입니다. 지난해 충남(0.48대 1) 강원(0.49대 1) 충북(0.56대 1) 전남(0.7대 1) 경북(0.73대 1) 지역은 초등 임용 미달 사태를 빚었습니다. 이에 강원교육청은 내년 선발 인원을 319명으로 공고했습니다. 서울교육청의 3배 규모입니다. 지방에서는 의무발령제를 다시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죠.

'엄마 미안 나 백수야' 팻말도 논란에 불을 지폈습니다. 청년실업의 심각성을 고려하지 않은 문구라는 지적입니다. 교대생 내부에서도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교대생들의 페이스북 커뮤니티 '전국교대생 대나무숲'에는 "시위 피켓은 같은 교대생이 봐도 어이없었다. 지금 대한민국에 우리 또래 청년 백수가 얼마나 많은데 국민이 보기에 어땠을 것 같냐" "지금 보면 밥그릇 싸움이라는 일각의 지적이 맞는 말처럼 보인다" "그동안 서울교대는 본인 학교의 입장에서만 행동하고, 지방은 절대 싫다 하고, 본인들은 절대 백수가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해오지 않았나"라는 글이 올라왔죠.

결국 9일 서울교대 비상대책위원회는 입장문을 내고 "긴급히 기자회견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는 피켓 문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고 사과했습니다.

수도권은 임용대기자가 넘쳐나지만 지방은 없어서 문제입니다. 즉 교대생들이 조금만 눈을 돌려도 강단에 설 수 있는 기회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뜻이죠. 그러나 이들은 "정책 실패에 예비교사 죽어난다"며 무작정 정부를 비난하고 있습니다. 교대생들의 외침이 다른 이들의 공감을 사기 힘든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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