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혼밥, 정말 사회적 자페인가요?

찾아가는 고민상담소, 임재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전미옥 기자
입력 : 2017.08.10 04:00:00
수정 : 2017.08.10 18:30:14

[쿠키뉴스=전미옥 기자] 최근 한 유명 맛 칼럼니스트의 “혼밥은 사회적 자폐”라는 발언이 논란을 빚었다. 네티즌의 반발이 거세지자 그는 “우리가 사는 사회에 문제가 있어 발생한 것이라는 의미”라며 해명했다. 혼밥을 지향하는 태도가 ‘문제’라는 인식은 달라지지 않은 것이다. 칼럼니스트의 견해처럼 정말 혼밥은 문제가 있는 현상일까. '찾아가는 고민상담소' 임재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이야기를 나눴다. 

'찾아가는 고민상담소'를 운영하는 정신과 의사 임재영씨는 매주 목요일마다 트럭을 몰고 길거리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사진=박효상 기자)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고, 일부러 혼자 밥을 먹는 것. 혹시 개인에게 문제가 있는 것인가

밥을 혼자 먹는 목적이 무엇인가에 따라 달라진다. 스스로 혼자 먹는 것이 편하고 좋다면 문제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마음의 병은 선택의 권한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  ‘나는 나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밥도 혼자 먹어야 편하다’고 생각한다면 정신적으로 건강한 상태다.

-‘혼밥은 사회적 자폐’라는 관점은 어떻게 보나 

구시대적 시각이다. 그분들이 살아온 시대에서는 무엇이든 함께하고 ‘으쌰으쌰’하며 어울리는 것이 당연했다. 그런데 젊은 세대에서 혼밥을 이야기 하니 어색한 것이다. 혼밥을 '스스로 자신을 가두는 것’으로 보느냐, ‘나만의 시간을 존중하는 행위로 보느냐’에 따른 관점 차이다. 다른 것을 틀렸다고 하는 순간 문제가 된다. 세대 차이로 발생한 해프닝이다.

-혼밥을 선호하는 이유 중에는 함께하는 식사가 불편해서인 까닭도 있다.

만약 자발적으로 혼자 밥을 먹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은 정말 같이 어울리고 싶은데 잘 안 된다. 노력해도 어렵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편한 관계, 동등한 관계라면 혼자 밥을 먹든 함께 먹든 걱정거리가 되지 않는다. 나에게 영향력이 있는 사람, 어려운 사람들 틈에서 잘 보이려 애쓰는 과정에서 정신적인 에너지 소모가 일어나는 것이다. 인간관계에서 겪는 어려움이 대부분 그렇듯 개인 혼자서 해결할 수 없는 일이다. 상사나 선배 등 영향력이 있는 사람들의 배려가 필요하다. 

-타인과의 관계는 왜 어려울까. 

인간관계가 없는 곳이 없다. 관계의 어려움으로 인해 마음의 병을 얻는 사람들도 많다. 모든 관계의 문제는 연결돼있다. 어떤 곳에서는 피해자가 또 다른 곳에서는 가해자가 되기도 한다.

이를테면 직장 상사가 부하 직원을 괴롭힐 때에는 단지 못미덥고 미워서만은 아니다. 그도 다른 관계에서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많다. 또 부하 직원이  상사에게서 받은 스트레스를 건강하게 해소하지 못하면 다른 동료에게 화풀이를 하는 식으로 연결된다. 폭탄 돌리기 같은 것이다.

관계는 상대방과 나의 상호작용이다. 한 사람만의 잘못은 없다. 너와 나의 어떤 부분이 부딪힌 것이다. 이 때 내 탓이라며 자책하는 사람들이 많다. 내 탓을 전제로 하면 누굴 만나도 실패할 수밖에 없다. 서로의 합이 맞지 않은 것으로 바라봐야 한다.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차이’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 이해의 문제다. 다른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인간관계에서 겪는 스트레스와 마음의 병은 어떻게 다스려야 하나

관계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사람을 안 만나지 않는 이상 피할 수 없다. 그때그때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밥이라도 혼자 먹어야 스트레스가 풀어진다면 혼밥 하면 된다.

반면 스트레스는 스스로 만들어 내기도 한다. 상대방이 무심코 보인 반응에 과도하게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반대편에서 걸어오던 상사가 나를 본 것 같은데 인사를 받아주지 않은 상황이다. 이 때부터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자책하고 불안을 키우기 시작한다. 혼자 자신도 모르게 걱정을 키워나가는 것이다. 사실 정답은 상대방에게 직접 물어봐야만 알 수 있다.

내 마음의 초점이 내가 아닌 상대방에게 가있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내 생각과 감정의 주인은 나라는 것을 명심하고 내 마음에 집중해야 한다.

-길거리에서 상담을 시작하면서 어려움은 없었나

남의 시선을 의식하고 눈치를 보다 마음의 병을 얻은 사람들이 많다. 병원을 나와 길거리 상담을 시작한 이유이기도 하다. 마음의 병을 치료받으려면 정신병원에 가야하는데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 '진료기록 때문에 불이익을 입을까' 걱정하며 병원에 가지 못하고 병을 키우는 것이다.

저 또한 타인의 시선 때문에 힘들었던 적이 있다. 병원을 나와 혼자 무료 상담트럭을 운영하는 것에 대해 의사들이 모인 커뮤니티에서 ‘튀고 싶느냐’, ‘나름의 질서가 있는데 물을 흐린다’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직간접적으로 돌려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제가 하고 있는 일이 누군가에게는 아니꼽게 보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답은 없다. 내가 선택한 가치가 타인과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하고 넘어가는 것이다.

-인간관계에서 중요한 점은 무엇인가

결국 줏대가 가장 중요하다. 내가 나의 인생의 주체로 선택하고 결정해야 한다. 주변의 반응에 휘둘리는 것이 문제다. 대개는 주변사람들은 잘 하는 것 같은데 나만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각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다른 사람들도 잘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겨우겨우 잘 해내는 척을 하고 있는 경우도 많다. 주변의 시선에 휩쓸리지 말고, 나를 알아가면서 내 방식을 찾는 것이다.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다고 이해하는 태도를 가지는 것이 좋다

-타인의 마음을 여는 비결이 있나

상대방의 마음을 열려면 나부터 열려있어야 한다. 내가 갖고 있는 단점이나 약점, 숨기고 싶은 과거 등 치부가 없는 사람은 없지만 이런 약점을 숨기려 애쓸수록 상대방과 거리를 두게 되고 들킬까봐 긴장한다. 실망하고 나를 떠날까봐 두려워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내 걱정일 뿐이다. 열린 마음으로 진솔하게 대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나를 못 받아들이면 상대방의 마음을 열 수 없다. 평소에 나 자신과 대화하는 훈련을 하면 좋다. 자신을 잘 알고 이해하는 사람이 상대방도 이해할 수 있다. 

romeo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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