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카드] 무의미한 바이아웃·FFP… 신(神) 개입으로 무너진 인간계(人間界)

무의미한 바이아웃·FFP… 신(神) 개입으로 무너진 인간계(人間界)

[옐로카드] [레드카드]는 최근 화제가 된 스포츠 이슈를 비판적인 시선으로 되짚어보는 쿠키뉴스 스포츠팀의 브랜드 코너입니다.

[쿠키뉴스=이다니엘 기자] 더 이상 바이아웃(Buy-out)과 재정적 페어플레이(FFP)는 무의미하다. 전통이나 팀 조직력도 일순 무너질 수 있다. 밀레니엄 최강 팀이 유례없는 ‘쩐 러시’에 흔들렸다.

파리 생제르맹(PSG)는 지난 3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네이마르의 등 번호는 10번이고 계약기간은 5년이다”면서 팀 합류를 공식화했다.

PSG는 지난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에서 바르셀로나를 만나 1차전 4대0 대승을 거뒀으나 2차전에서 6대1로 지며 탈락했다. 당시 네이마르는 8강 진출 결승골 포함 2골을 넣었다.

소위 특급선수로 분류되는 이들은 구단 차원에서 이적불가 방침을 세운다. 대표적인 수단이 바이 아웃(Buy-out)이다. 천문학적인 이적금액을 걸어 영입을 상상조차 못 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바르셀로나는 네이마르 바이아웃 금액으로 2억2200만 유로(약 2900억 원)을 걸었다. 이 금액이면 감히 영입을 상상하지 못하리라 생각했을 터다.

하지만 이 장치는 인간계(人間界)에서만 유효했다. 올림푸스 산의 압도적인 힘이 개입하면 아테네는 필연적으로 변한다. 바이아웃은 오일머니 앞에서 간단히 무너졌다. 돈이 준비되자 이적은 시나브로 이뤄졌다.

PSG는 최고 이적료 기록을 갈아치웠다. 종전 최고 기록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폴 포그바 이적을 위해 유벤투스에 건넨 1억500만 유로(약 1402억 원)다. 불과 1년 만에 최고 이적료가 2배 이상 뛰었다.

PSG 구단주는 셰이크 타밈 카타르 국왕이다. 588조 원을 훌쩍 뛰어넘는 자산을 보유 중인 그는 2011년 PSG 구단주가 된 뒤 큰 돈을 들여 스타급 선수들을 연일 영입해왔다.

PSG가 확실한 자금 창고를 마련했다지만 네이마르 영입에 쓴 돈을 벌어들일 만큼 브랜드 가치가 높은 건 아니다. FFP 위반은 명백하다.

FFP 규정은 2009년 UEFA가 축구 클럽의 재정 건전성 제고를 위해 만든 제도다. 무리한 선수영입 등으로 구단이 파산할 경우 소속 리그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로 시작됐다. 이후엔 리그·구단간 재정 균형에도 일조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프리메라리가 사무국은 FFP 규정을 근거로 이번 네이마르 이적을 거부했다. 하비에르 테바스 라리가 회장은 “축구팀 중 브랜드 가치 1위로 평가되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라면 네이마르가 갈 수도 있다. 그러나 PSG가 네이마르의 이적료를 지불할 만큼 수익을 낼 리가 없다. 믿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비판이 쇄도했지만 켈라이피 PSG 회장은 여유로웠다. 그는 “네이마르 이적료가 엄청나 보이겠지만 몇 년 후 같은 의문을 제기할 수 없을 것이다”면서 “네이마르와 함께 우리 구단은 엄청난 브랜드를 형성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FFP는 다소 헐거운 상태로 방치되고 있다. 상당수 구단들은 이적료를 할부로 지급하거나 스폰서 계약 등 우회적인 방법으로 해당 규약을 회피했다. UEFA는 FFP 위반 클럽에 대해 유럽대항전 출전권 박탈 등 중징계를 내릴 것이라 공언했지만 막상 적발 사례가 나와도 벌금형에 그쳤다.

절대강자로 군림해온 바르사조차 돈 앞에서 무기력했다. 지난 시즌 레알 마드리드에 왕관을 내준 바르사는 팀 핵심 멤버를 빼앗기며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큰돈을 손에 쥐었지만 4주 가량 남은 이적시장에서 네이마르급의 공격수를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옐로카드] 무의미한 바이아웃·FFP… 신(神) 개입으로 무너진 인간계(人間界)

네이마르 이적으로 화들짝 놀란 팀이 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다. 이들은 팀 간판 공격수 그리즈만의 바이아웃 금액을 기존 1억 유로에서 두 배인 2억 유로로 올렸다. 표면적으로는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신규 선수 등록 금지 징계를 받은 게 있다. 그러나 네이마르 이적 사례를 통해 1억 유로쯤은 우습게 지불될 수 있다는 위기론이 충분한 공감을 얻었을 터다. 그리즈만은 지난 시즌 16골 8도움으로 득점 순위 5위에 이름을 올렸다. 네이마르는 13골을 넣고 11개 도움을 기록했다.

국제스포츠연구센터(CIES) 축구연구소는 지난달 3일 “2~3년 내에 이적료 2억 유료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견했다. 그런데 그 예상이 한 달 만에 달성됐다.

이 연구소는 델레 알리(21), 해리 케인(24) 등 어린 선수들도 2000억 원에 육박하는 이적료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네이마르 이적으로 비춰볼 때 둘의 이적도 주머니에서 물건 꺼내듯 삽시간에 이뤄질 수 있다.

축구계 인사들은 이와 같은 ‘머니 쇼크’가 이적 시장을 파괴할 것이라 우려했다. 아르센 벵거 아스날 감독과 위르겐 클롭 리버풀 감독은 네이마르 이적이 용인될 경우 유럽 축구시장이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을 겪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앞서 안드레아 아넬리 유벤투스 회장은 “UEFA가 과연 FFP 규정을 위반한 팀을 대상으로 대회 금지처분을 내릴 의지가 있는지 궁금하다”고 꼬집었다.

혹자는 중동 부자들이 마치 온라인 축구게임을 하듯 유럽축구를 주무르고 있다는 조소어린 평가를 내린다. 이들의 신선놀음이 전통의 팀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우려를 지울 수 없다.

dne@kukinews.com

Copyright @ KUKINEWS. All rights reserved.

쿠키미디어 서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