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소지섭 "미남 배우? 캐스팅 초기엔 수술하란 소리 들었다"

소지섭 "미남 배우? 캐스팅 초기엔 수술하란 소리 들었다"

[쿠키인터뷰] 소지섭 [쿠키뉴스=이은지 기자] 소지섭. 한국 톱 남자 배우 중에서도 단연 지명도 상위를 자랑하는 이름이다. 일종의 '잘 생긴 배우'를 칭하는 대명사로 살아가는 기분은 어떨까. 최근 영화 ‘군함도’(감독 류승완) 개봉을 앞두고 서울 팔판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소지섭은 “신기하다”며 웃었다. “의외로 제가 그런 대명사로 불린지 얼마 안 됐어요.”라는 말을 하며 쑥쓰러워하기도 했다.

“저는 사실 데뷔 초에는 감독님들이 선호하는 얼굴은 아니었어요. 미남이라기보다는 개성이 강한 얼굴이어서, 캐스팅 디렉터님들 뵈러 가면 ‘수술하고 와라’는 소리를 많이 들었죠. 제가 뭐 별 수 있나요. 잘 버텼더니 어느 순간 좋은 작품을 만났고, 정신 차려보니 ‘잘생긴 배우’로 분류가 바뀌어 있더라고요. 개성 있는 배우에서 멋있는 사람으로 바뀐 지 얼마 안 됐어요. 그래서 딱히 ‘멋진 걸 해야한다’는 강박관념도 없는 게 다행이죠. 아, ‘소간지’라는 호칭은 이제 조금 익숙해졌어요.”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으면서 주목도가 높아졌지만, 그에 대한 부담도 없다. ‘내가 기분이 좋아야 나를 보는 사람도 행복해진다’는 신념 때문이다. 스스로 생각해도 이기적이지만, 소지섭은 다른 이들의 행복에 앞서 스스로의 행복을 먼저 챙긴다고 이야기했다. “행복하지 않지만 그렇게 보여야 한다는 갈등이 있는 직업이긴 하죠. 그렇지만 그런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그리 많지 않아요. 그래서 운동을 하는 거기도 해요. 에너지를 쓰고 나면 많은 생각이 사라지거든요.”

그런 소지섭에게 ‘군함도’는 어떤 선택이었을까. 특별출연한 ‘사도’(감독 이준익)를 제외하면 스크린에서는 약 3년여 만이다. 언뜻 오랜만에 보는 것 같지만 드라마 등으로 안방극장에는 자주 얼굴을 비추었다. ‘군함도’ 크랭크인 전부터 소지섭은 “시나리오도 안 보고 ‘군함도’를 선택했다”고 알려져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류승완 감독님만 믿고 선택했어요. 사실 시나리오나 시대극, 실화 기반의 고예산 영화에 대한 욕심은 전혀 없었어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그동안 류승완 감독님이 제게 시나리오는 꽤 많이 주셨는데, 이번에 거절하면 다시는 시나리오를 안 주실 것 같았거든요. 하하. 말로 하지는 않지만 딱 오는 느낌이 그랬어요. 아마 시나리오를 봤으면 거절할 가능성도 있었을 거예요.”

소지섭이 시나리오를 고르는 기준은 ‘원 앤 온리’(One & Only)다. 소재가 새롭거나, 다시는 안 만들어질 것 같은 느낌의 영화가 좋다는 것이다. 그간 출연한 영화들이 모두 소지섭에게는 그렇게 다가왔고, ‘군함도’도 마찬가지였다. 규모도 규모지만 자신에게 이런 영화가 다시 올 것 같지는 않았단다.

“‘군함도’는 아직도 끝나지 않은 우리의 문제예요. 일본이 역사에 대한 인정을 하고 사과한다 해도 그 이후에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피해자들의 삶은 어떻게 이어져야 할지 같은 문재들이 산재해 있습니다. 저는 감독님이 어떻게 영화를 봐주기를 원하시는지는 잘 몰라요. 그렇지만 ‘군함도를 기억해 주세요’라고 관객 분들에게 말씀드리고 싶어요. 픽션인 영화도 영화지만, 역사 속 군함도의 아픔을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onbg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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