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한류팬 늘린다고? 文 국정과제 무색케 하는 MBC의 무례함

한류팬 늘린다고? 文 국정과제 무색케 하는 MBC의 무례함

[친절한 쿡기자] 한류팬 늘린다고? 文 국정과제 무색케 하는 MBC의 무례함[쿠키뉴스=이은지 기자] 다양한 민족과 문화가 섞인 국가일수록 자신이 잘 모르는 문화에 대해 경계하고 함부로 희화화하지 않게 노력합니다. 타국에 수출하는 콘텐츠는 더더욱 문화적 섬세함이 크게 요구되죠. ‘한민족’을 오랫동안 고수해와서일까요. MBC의 ‘죽어야 사는 남자’ 무슬림 희화화 논란은 우리가 다른 문화를 대하는 방식을 다시금 돌아보게 합니다.

시작은 한 무슬림 한류팬의 지적이었습니다. 지난 21일 K팝의 팬을 자처하는 해외의 팬 ‘메이’(MAY)는 “MBC의 새 드라마 ‘죽어야 사는 남자’는 보이콧당해야 한다”며 장문의 글을 SNS에 게시했습니다. ‘죽어야 사는 남자’는 가상의 보두안티아국을 배경으로 합니다. 중동의 가상 국가에서 백작까지 되었으나, 왕에게서 결혼을 강요받는 바람에 한국으로 돌아와 잃어버린 딸을 찾는 남자의 이야기죠. 문제는 주인공의 배경을 설명하는 과정입니다. 중동의 가상 국가인 만큼 주인공인 최민수는 무슬림을 연상케 하는 복장을 하고 등장합니다. 최민수가 앉아있는 앞에는 코란이 놓여있고, 히잡을 쓴 여성들이 비키니를 입고 최민수를 유혹하는 식이죠. 단순히 사막 국가여서 복장이 그렇다는 정도였으면 차라리 용납이 가능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코란이 등장한 이상 보두안티아국은 이슬람 국가임이 명백하게 나타난 상황이죠.

메이는 “이 드라마는 무슬림과 이슬람에 관해 완전히 잘못된 이미지를 퍼트리고 있다”며 “무슬림 여성들은 히잡과 비키니를 같이 입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코란 옆에서 다리를 올리고 있는 최민수의 포즈와 술을 마시고 있는 모습 등을 지적하며 “무슬림들에게 코란은 몹시 소중한 존재이며 저런 자세를 취하지 않는다. 그리고 몇몇 무슬림들은 술을 마시기도 하지만 최민수처럼 마시지는 않는다”고 강조했죠. 이외에도 “이곳(중동)에서 결혼은 명령에 따라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그냥 이 정신 나간 드라마를 지금이라도 방영 중지하고 사과해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이에 관해 ‘죽어야 사는 남자’ 제작진은 건조한 사과를 보냈습니다. MBC 측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죽어야 사는 남자’는 가상의 보두안티아국을 배경으로 제작되었으며, 등장 인물, 인명, 지역, 지명 등은 픽션입니다. ‘죽어야 사는 남자’ 내용은 아랍 및 이슬람 문화를 희화하거나 악의적으로 왜곡할 의도는 없었습니다”라고 밝혔죠. 이어 “촬영 과정에서 부족했던 점을 엄밀하게 검증하고 더욱 주의를 기울여 제작에 임하겠습니다”고 사과했습니다. 해당 사과문은 한국어와 영어, 아랍어 등 3개 언어로 작성됐습니다. 그러나 재발방지를 약속했을 뿐, 이미 방영된 부분에 대한 조치는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사실상 드라마 배경 설정을 전부 설명하는 부분이다 보니 방영분을 수정하면 이후 대본을 모두 다시 수정해야 하고, 크게는 재녹화까지도 감행해야 하기 때문일 겁니다. 예산과 수고가 너무 많이 든다는 계산 하에 이뤄진 사과인 것이죠.

그러나 MBC는 문화의 파급력에 관해 다시금 재고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의 한류 드라마들은 해외 100여개국에 수출되며 드라마가 방영되기도 전에 사전계약이 이뤄집니다. 정식 계약되지 않았어도 다양한 채널로 굳이 한국 드라마들을 구해보는 한류 팬들도 숱하죠. ‘죽어야 사는 남자’가 어느 나라에서 어떻게 방영되어 무슬림에 관해 어떤 오해를 낳을지 모른다는 겁니다.

지난 19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를 발표했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 중에는 현재 6000만명에 달하는 한류팬을 1억 명까지 늘리겠다는 계획도 담겨 있었죠. 그러나 그 계획에 가장 앞장서야 할 지상파 방송사에서 만드는 한류 콘텐츠가 이렇듯 타국의 문화에 무딘 데다 수습마저 미온해서야. 국정과제 수행은 과연 가능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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