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에 응급의료 공동화현상 생기더라”

[쿠키뉴스=김양균 기자] 충남대병원(병원장 송민호)이 세종특별자치시(이하 세종시)에 건립 중인 ‘세종충남대병원(이하 세종병원)’. 

세종병원은 16개 중앙행정기관과 14개 국책연구기관이 들어선 행정수도에 건립되는 첫 종합병원이다. 세종시 도담동 1-4구역 종합의료시설 부지 3만5261.3㎡에 지하 4층, 지상 13층, 500병상 규모다. 추후 800병상까지 확장할 계획이며 총사업비만 2700억원이 투입된다. 대단위 공사인 만큼 세종병원에 거는 기대는 남다르다. 

기대만큼 우려도 감지된다. ‘연구중심 병원’이라는 캐치프라이즈에 대한 설명은 다소 모호한 측면도 없지 않다. 자초지종이 궁금했다. 최근 충남대병원에서 만난 송민호 병원장(56·사진)은 속내를 내비치지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다만 세종병원의 중요성에 대해선 꽤 적극적인 모습이었다. 송 원장은 “세종충남대병원은 분원 이상의 의미”라고 말했지만, 정부가 요구하는 지방 국립대병원의 역할에 대해서는 “현실적인 고려, 즉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세종병원 건립과 관련, 기존 1차 의료기관들의 견제나 불만은 없나. 

-그러한 인식은 없을 것이다. 대형병원과 동네의원은 역할 분담에 따라 상호 보완적이어야 한다. 세종병원이 건립되면 선순환 체계가 구성될 것으로 기대한다. 교육·연구·의료 부분을 담당하는 만큼 세종시 의료의 질도 좋아지리라고 본다. 진료정보교류사업 거점병원인만큼 여러 의료기관들과 환자 이송 체계를 갖춰 협업할 예정이다. 

▷의료·보건 관점에서 세종시의 현안은 무엇인가. 

-세종시 인구의 32%는 젊은 세대다. 소아 및 청소년 연구에 집중하고 수준 높은 돌봄이 필요하다. 그러나 응급의료 공동화현상이 생긴 것도 사실이다. 365일 24시간 응급의료체계를 갖추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세종의원이 그 역할을 맡고 있다. 지역의원과 세종시 의료정책부서와의 원활한 소통과 명확한 역할분담, 개념정립, 조율 등이 필요하다. 의료 인프라와 다양한 공공의료 시스템이 세종병원에 갖춰져야 한다. 

▷세종병원 설립 취지는 알겠다. 그러나 의료 양극화현상을 볼 때 그리 녹록한 상황은 아니다. 

-전국의 국립대병원들이 속속 분원을 건립하고 있다. 세종병원의 경우, 이미 의료인구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들어가는 셈이다. 도시 생성과 발맞춰 건립된다는 의미다. 인구구성을 보면 타 지역과 비교해 젊다. 자연히 의료기관 이용률도 낮다. 세종시는 도농 복합 도시 형태라 이례적인 환경이다. 의료수익을 볼 때 우려의 여지가 없지 않다. 다만, 의료 인프라의 근본적인 필요성은 수익으로 재단할 수 없다. 경영평가에도 세종시의 여러 특수성이 충분히 반영될 것으로 본다. 

▷국립대병원은 지역 거점 의료기관으로써의 의미를 갖는다. 세종병원도 마찬가지다. 

-진료체계에 있어서 국립대병원의 역할을 공감한다. 그러나 국립대병원은 비단 진료뿐만 아니라 의료인 양성의 책무도 있다. 세종병원은 의료와 연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의료산업발전 측면에서 세종병원이 연구 현장이 돼야한다는 것은 사회적 요구다. 진료에만 매몰되지 않고 의료혁신에 도움이 돼야 한다. 진료사업 지표관리에 준해 평가하게 되면 자율성 담보가 어려운 경우도 없지 않다. 국립대병원이 큰 틀에서 소임을 다할 수 있도록 보건당국의 관심이 필요하다. 일례로 대학과 병원간 교수 수의 유지와 관계 설정도 다소나마 변화를 줘야 한다. 

▷세종병원의 임상부분부터 살펴보면 11개 특성화센터가 눈에 띈다.

-세종시 인구를 분석하면, 소아·청소년 및 20~40세 여성인구의 비중이 높다. 여성‧가정과 소아청소년 질환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이를 위해 소아·여성전용 병동을 개설, 부인 배뇨장애·유방암·부인종양·불임클리닉과 산부인과 등의 여성 진료운영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또한 소아청소년 관련 내분비, 성장·인지신경, 두통·집중력·학습력, 알레르기·아토피 클리닉 등의 전문적인 소아청소년 진료운영계획을 갖고 있다. 종합하면 다각적 전문 진료를 통해 진료–진단-치료계획 수립에 이르는 전 과정을 단일 공간에서 당일 시행한다는 말이다. 

▷연구부분과 관련, 특성화센터 내 의료혁신연구 신설 등을 제외하면 어떠한 복안이 있는가. 

-오송첨단의료복합단지와 대덕연구개발특구 등과 지리적으로 가깝다. 이 점을 살려 바이오·의료클러스터의 거점병원 역할을 맡는다는 계획이다. 세종병원은 연구중심 병원을 목표로 한다. 충남대학교-카이스트와 연계해 중개·임상연구를 선도하고 싶다.    

▷세종병원이 의료·바이오 클러스터 거점 연구병원으로의 구축을 위한 킬러콘텐츠는 무엇인가.  

-병원장 취임 이후 대덕연구단지내 여러 기관을 방문했다. 연구기반과 세종병원의 임상영역을 융합하는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연구와 관련해, 지난 5월 30일 한국기계연구원(기계연)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박용호 이비인후과 교수 연구팀이 환자의 귀 골격 자료를 바탕으로 귀의 귓바퀴 연골세포를 배양하면, 기계연의 이준희 책임연구원은 3D 바이오프린팅 기술로 인공 귀를 제작한다. 충남대병원은 다시 이를 동물에 이식해 생체 적합성을 확인하게 된다. 

첨단 헬스케어 기기도 개발할 예정이다. 몸에 부착해 맥박과 혈압, 심장을 정밀 측정할 수 있는 첨단 기기다. 박재형 심장내과 교수 연구팀과 정혜선 신경과 교수 연구팀을 중심으로, 기계연의 광응용기계연구실 및 나노자연모사연구실과 함께 개발에 협력키로 했다. 연구가 성공하면 외과 처치 없이 몸에 부착하는 소재를 활용, 심장상태를 항상 측정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되면 환자의 응급 상황 대처가 한결 원활해진다.

▷목표에 비해 밝힌 연구가 지엽적이고 단기적이라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클러스터 구축을 위해 카이스트와는 이미 협력하기로 말을 끝냈다. 향후 카이스트가 선보일 의과학 대학원에서도 협업이 이뤄질 것이다. 6개 국책연구기관과의 공동프로젝트도 계획 중에 있다. 물론 바이오·의료 사업에 대한 세종시의 의지가 필요하다. 현실적으로 세종시에 대기업이 자리잡기는 어렵다. 설사 온다고 해도 인력풀을 갖추기 어려울 것이다. 세종시는 싱크탱크는 많아도 인력은 적다. 곧 도래할 4차 산업혁명을 위해 우리는 비단 헬스케어 분야만 집중할 생각은 없다. 차세대 애플리케이션 개발 등도 염두에 두고 있다. 

“세종시에 응급의료 공동화현상 생기더라”

◇“공공의료, 병원 힘만으론 어려워”

▷공공의료에 대한 소신과 철학은 무엇인가. 

-공공의료는 국립대병원 정관에 명시되어 있는 주요사업 영역이다. 새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에서도 그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보건복지부, 대전시청, 충남도청 등 유관기관을 방문, 공공보건의료의 중요성을 알리고 공공의료의 연계망 구축을 위해 상호협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향후 공공의료의 개념적립과 전담부서 역할증대를 통해 공공의료사업을 확대해 나가려면 정부와 지자체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

▷공공의료사업의 한계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국립대병원이냐 민간병원이냐 하는 것은 공공성과 수익성의 균형 문제다. 적자를 감수하면서 공공의료사업을 시행할 수 있는 병원은 많지 않다. 국립대병원에 정부가 많은 지원을 하진 않는다. 오히려 일부 수익성이 열악한 사업은 적자를 감수하고 추진하기도 한다. 민간병원도 마찬가지다. 결국 어느 정도의 수익이 있어야 자발적인 공공의료사업도 가능하단 이야기다. 현재의 수가 구조로는 병원이 의료수익으로 흑자를 내기 어렵다. 공공의료사업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 지원’이 있어야 한다. 

▷공공의료에 대해 지역은 어떤 어려움을 갖고 있고, 개선책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민간병원의 공공의료 역할은 요원하다. 민간병원은 적자를 감수할 수 없다. 현재 국립대병원이 각 지역의 거점병원으로 공공의료사업을 병행하고 있지만, 10개의 국립대학병원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를 보완하려면 민간병원의 역할도 중요하다. 정부의 지원도 골고루 이뤄져야 한다. 충남대병원은 대전·충남·세종 권역의 거점병원이다. 지역 의료기관과 우선 중증질환 안심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기능적 네트워크 구축을 활성화 하려 한다. 지역 의료원장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인력공급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중앙정부 차원의 ‘특단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

▷결국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인데, 예산 증액은 당장 이뤄지기 어려운 것 아닌가. 

-사실 국립대병원의 공적기여에 대한 비용 계산은 이미 나와있다. 공공기여에 대한 국립대병원의 적절한 보상이 필요하다. 의료 양극화는 두 가지 측면에서 이뤄진다. 수도권과 지역, 지역 안에서의 격차가 그것이다. 각 지역의 문제점은 제각각이다. 이와 관련해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공주·홍성·천안·서산 소재 4개 의료기관과 함께 만나 인적 교류와 기술지원을 의논한 바 있다. 정부의 지원 방식은 다양하게 고려될 수 있겠다. 가령, 보건복지부 소속의 교수가 있다면 순환근무 등을 할 수 있게 된다. 

◇“의사성과급, 성과연봉제와 동일시 ‘무리’”

▷보건시민사회단체는 의사 성과급이 성과연봉제와 유사한 폐해를 양산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 정부에서 공공기관성과연봉제를 추진하려고 하였으며, 현 정부에서는 실질적으로 폐지됐다. 지난 정부에서 국립대병원은 여러 이유로 성과연봉제 추진이 매우 어려웠다. 노조의 반대, 적용직종·기준의 모호함 등이 그 이유였다. 현재 충남대학교병원은 성과연봉제를 시행하지 않고 있으며, 고려하고 있지도 않다. 그러나 의사 성과급은 또 다른 유형이라고 생각한다. 충남대병원의 경우 진료 의사들에게 진료실적에 따라 일정 부분 수당명목으로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있는데, 이를 공공기관성과연봉제와 동일시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본다. 단순한 진료수당의 성격으로 지급하는 것이다.  

▷병원 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요구가 거세다. 관련 방안이 있는가. 

-정부의 노사정 가이드라인을 기다리고 있다. 현황 파악은 되어 있다.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게 되면, 신규채용의 문제가 생긴다. 딜레마다. 정규직화와 신규채용 중 어디에 비중을 둘지가 문제다. 무기계약직의 정규직화도 포함된다. 몇 단계를 거쳐서 해야 한다. 정부 측에 노사정 가이드라인을 기다리고 있다. 해결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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