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옥자' 봉준호 "세상을 바꾸기보다는 폭로하고 싶다"

[쿠키인터뷰] '옥자' 봉준호 [쿠키뉴스=이은지 기자] “칸 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인지 1개월하고도 2주가 지났어요. 개봉한지 꽤 돼서 막상 개봉 앞둔 지금은 재개봉하는 것 같아요.” ‘옥자’의 베일이 벗겨진 직후 수많은 일들이 있었다. 오는 29일 개봉을 앞두고 최근 서울 팔판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봉준호 감독은 “아직 개봉도 안 한 영화인데 내 마음 속 신선도는 오래됐다. 좀 신선하게 내 마음가짐을 가꿔야겠다”고 웃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옥자’. TV동시 스트리밍 방식으로 서비스되기에 3대 멀티플렉스에서 상영을 거부당했다. 혹자는 그에게 ‘프론티어’라는 별명을 붙이기도 했다. 시대의 흐름과 변화를 빠르게 캐치해내 영화계에 새 바람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막상 봉준호 감독은 “그저 상황이 그렇게 흘러왔다”고 말했다.

“새로운 걸 관객들에게 제시하려는 생각은 거의 없었어요. 그냥 영화 예산이 많이 나와서 스튜디오를 고르다 보니까 넷플릭스랑 만나게 된 거죠. 미국 5대 메이저 스튜디오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국가의 스튜디오를 ‘인디 스튜디오’라고 상정했을 때, 인디에서 감당할 수 있는 범위는 350억원 정도예요. 그런데 ‘옥자’의 총 예산이 500억원 이상 나온 거죠. ‘아, 이건 한국에서는 할 수 없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미국의 문을 두들겨 본 것이고요. 그런데 예산이 맞으면 시나리오의 일부 장면을 입맛대로 고치고 싶어 하고, 시나리오대로 찍을 수 있는데 예산이 안 맞고 하는 식으로 회사들을 하나하나 제외하고 나니까 미국에서도 남은 스튜디오가 없었어요. 그 때 넷플릭스가 나타난 거예요. 시나리오도 네 마음대로 해. 예산도 다 줄게, 라고 말하는 회사였고, 창작자로서 넷플릭스를 선택한 건 당연한 거였어요.”

물론 창작 이후의 상황은 그의 영화를 극장에서 보고 싶은 관객에게는 다소 안타까운 방향으로 흘러갔다. 그러나 봉준호 감독에게는 오히려 긍정적인 결과라고. 봉 감독은 “사실 ‘옥자’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역사상 가장 많은 스크린을 확보한 영화”라며 웃었다. ‘살인의 추억’ ‘괴물’ ‘마더’ 등 오래도록 회자되는 영화를 만들어 온 봉 감독의 입장에서 극장 개봉 기간은 영화의 긴 수명 중 아주 잠깐이라는 것이다. 

“영화마다의 인생이 있다고 가정하면, 극장 상영은 잠깐이에요. 그 다음은 TV에서든 비행기에서든 블루레이로 보든, 일정한 사이즈의 작은 화면으로 보게 되죠. 기술적 관점에서 보면 넷플릭스가 좋은 면도 있어요. 사실 영화감독들이 가진 오랜 상처 중 하나는 TV화면으로 영화가 방송되면서 화면비율이 무시당하거나 방송통신위원회 기준에서 영화가 편집되는 거거든요. 그런데 넷플릭스로 서비스될 때는 그런 상처가 없더라고요. 오히려 ‘가정용 애트모스 사운드로 편집하면 어떠냐’ ‘4K로 서비스할 것’이라는 기술적 논의를 먼저 해오죠. 그런 면에서는 쾌감이 커요. 물론 그렇다 해도 되도록이면 큰 화면에서 보여주고 싶다는 욕망이 있기에 큰 스크린용 카메라로 촬영했고, 국내 상영관 유치에도 공을 들였죠.”

그렇다면 ‘프론티어’라는 평가에 관해서는 어떻게 생각할까. “제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진 않아요. 어떤 분들은 제가 그러려고 했다고 생각하시더라고요. 하하. 그렇지만 제가 영화로 세상을 폭로하거나 제가 보는 세상을 보여줄 수는 있다고 생각해요.”

“매번 영화를 만들며 관객에게 잔상이 오래 남는 이미지를 만들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상처 같은 종류의 이미지랄까. 상처가 되고 흉터처럼 새겨져서 관객의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는 이미지를 만들고 싶어요. 이건 영화 창작자들의 본능 같은 것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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