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전통시장 2층을 청년과의 상생몰로…노브랜드 구미스토어 가보니

전통시장과 청년창업가 함께 한 실험 계속돼

[쿠키뉴스=구현화 기자] 참기름 냄새와 청국장 냄새가 퍼지는 구미 선산읍 봉황시장. 전통시장 한 켠에 노브랜드 매장이 생겼다는 소식에 27일 방문했다.  직접 가서 보니 이 시장은 나이 드신 분들이 주로 이용하며 트로트가 울려 퍼지는 전형적인 시골 동네 전통시장 5일장이었다.  

경북에서 가장 큰 시장이라지만 밖에서는 좌판을 늘어놓고 파는 바깥 채소가게나 과일가게만 사람들이 많을 뿐이었다. 지붕을 만들고 현대식으로 갖춘 내부 시장 1층 점포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원래 2층은 1층보다도 더한 지경이었다. 지역상인회와 청년창업가가 요청해 노브랜드 매장이 들어서기 전까지는 현대식 내부 시장 2층은 24년 간 공실로 방치돼 있던 곳이다. 

그러던 내부 시장에 청년몰과 노브랜드 현수막이 걸렸다. 건물 2층으로 올라가 까페, 네일숍, 의류숍 등 청년창업자가 조성한 20여개의 가게가 늘어선 몰을 거치면 노브랜드 매장이 나온다. 이번에 이마트에서 조성한 1652㎡(500평)의 노브랜드 매장은 노란색 노브랜드 감자칩과 물티슈, 참기름 등 대표 제품이 들어선 없는 게 없는 매장이다. 생선가게가 없는 상인회의 요청에 따라 수산식품도 취급한다. 세련된 인테리어가 24년 동안 비어 있었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는 수준이었다. 


이날 10시반, 노브랜드 매장의 첫 영업이 시작되자 주변 아파트 주민을 포함해 시장 인근 주민들은 구름처럼 몰렸다. 입소문을 듣고 온 이들은 처음 문을 연 매장을 빠르게 채웠다. 버터쿠키와 초콜릿 등을 장바구니에 담고 있던 인근 이편한세상 아파트 주민인 한옥자(72세, 여)씨는 "이 시장은 많이 오지만 이 2층까지 올라와 본 것은 처음"이라며 "25분 거리에 아파트가 있어 운동할 겸 가깝게 장 보러 오기에 좋겠다"고 말했다.  

부부가 함께 장을 보러 온 한호권(28, 남)씨는 "전에는 허허벌판이었는데 바뀐 것을 보니 놀랍다"며 "처가집이 전통시장 바로 옆이라 자주 오는데 오늘 노브랜드 스토어 개업날이라고 해서 사은품 쿠폰을 받고 왔다"고 말했다.

노브랜드 매장 옆에는 아기 엄마들을 위해 아기가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조성되어 아기엄마들이 오기에도 좋다. 입장료는 2시간에 5000원이지만 노브랜드와 청년몰에서 물건을 사면 2000원에 이용할 수 있다. 시간당 1000원이면 아이를 맡기고 쇼핑을 즐길 수 있는 셈이다.

매장에서 만난 갓 돌이 지난 아기를 안고 있던 심혜진(35)씨는 "재래시장에서는 주로 과일이나 채소류만 샀는데 가공식품 사기에 여기 오기 좋을 것 같다"며 "아이 놀이터도 조성되어 있어서 앞으로 자주 올 것 같다"고 말했다.

[르포]  전통시장 2층을 청년과의 상생몰로…노브랜드 구미스토어 가보니

노브랜드 앞에 조성된 선산시장 청년몰도 노브랜드 오픈과 함께 첫 영업을 시작했다. 청년몰 사업단장 전효경씨는 "청년몰은 22개 업체가 들어올 예정인데 현재 16개 업체가 오픈했다"며 "지역적 특성 때문에 창업자들이 더 빨리 모집되었다"고 말했다. 

이 곳은 봉황시장에서 점포를 운영하던 청년사업가 김수연(39)씨가 직접 노브랜드 상생스토어를 만들기 위해 상인회에 제안하기도 한 만큼 상생 의지가 남다르다. 올해까지 이 청년몰에 들어선 22개 매장의 임대료는 국고지원을 받아 공짜이며 인테리어도 정부 지원금으로 조성됐다. 내년부터 월 3만원~5만원의 임대료를 부담하며 5년동안 영업이 보장된다. 이마트는 사은품 증정 행사에서 이마트가 모든 사은품 비용을 부담할 예정이다.

이곳에서 만난 청년몰 내 꽃집 '오드리'의 사장 이윤희(40)씨는 "이곳에서 오래 살았는데, 이 주변 상가가 활성화됐으면 하는 바람이 늘 있었다"며 "포털에서 구미에 청년창업가를 모집한다는 광고를 봤고, 꽃 자격증이 있어서 꽃집을 창업했다"고 말했다.

'착한네일'을 운영하는 이연린(28)씨는 "노브랜드 입점이 확정되고 나서 1달만에 막내로 들어왔다"며 "주변에 아파트 상가 등이 있어서 아이를 맡기고 네일하러 오는 고객이 있을 것 같아 창업을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노브랜드 상생스토어는 올해 2월 봉황시장 상인회가 김수연씨의 아이디어를 반영해 개설을 제안, 급물살을 탔다. 이후 구미시와 이마트, 상인회가 합심해 첫 노브랜드 상생스토어였던 당진시장의 사례를 벤치마킹해 만들었다. 그 결과 6개월여만에 상생 스토어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김상민 이마트 CSR 수석부장은 "청년 상인들을 이마트 교육시설에서 교육하는 등 청년몰 성장에 도움을 주고 있다"며 "여기에 차별화된 컨텐츠를 만들어 전통시장을 부활시키기 위해 어린이놀이터, 쉼터, 청년몰 등 다양한 편의시설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ku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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