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PM2000 사용취소 처분과 개인정보보호

[기자수첩] PM2000 사용취소 처분과 개인정보보호[쿠키뉴스= 조민규 기자] 약국청구프로그램 PM2000의 사용 취소처분이 적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최근 서울행정법원은 약학정보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상대로 제기한 약국청구프로그램 PM2000에 대한 인증취소 적정결정취소처분취소 소송에 대해 기각 판결을 내렸다.

앞선 지난 2015년 12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의료기관과 약국의 환자 개인정보를 불법 처리한 것과 관련해 PM2000의 사용취소 처분을 내린바 있다. 정보 자동전송 프로그램과 치환되는 해독 프로그램 2개를 개발 후 서버에 올려 단순 업데이트인 것처럼 속여 이를 사용하는 약국에 다운로드 받게 설치해 개인의 진료·처방정보를 무단으로 수집했다는 혐의였다.

이번 소송은 PM2000을 구성하는 자동전송 프로그램이 적정결정 심사대상에 포함여부가 쟁점이었는데 재판부의 판단은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서울행정법원은 ‘PM2000은 청구·경영·자동전송 등 여러 기능을 수행하는 프로그램으로 기술적으로 분리관리가 가능하지만 자동 전송프로그램 등이 실질적으로는 청구 프로그램과 결합돼 있어 PM2000의 청구관리 프로그램 적정성 평가 시 자동전송 프로그램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특히 환자의 주민등록번호, 생년월일 등 개인정보 자동전송 기능은 개인정보보호법상 환자 동의를 얻지 않고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불법적 행위라고 지적하며, 이를 위한 PM2000의 일부 기능은 청구프로그램으로 적정하지 않다며 취소처분이 적합하다는 내용의 판결을 내렸다.

이번 판결은 개인정보 보호측면에 중점을 둔 판결로 보인다. 프로그램을 통해 수집된 개인정보를 가공·판매 여부보다는 프로그램 자체에 개인정보를 악용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면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PM2000은 약학정보원이 유료 약국청구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약사회원들을 위해 만들어 무료로 제공하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전체 약국의 절반에 가까운 약 1만개 약국이 사용하고 있어 취소 처분에 따른 약국가의 혼란은 피하기 어렵다.

하지만 사용 취소 당시 관리감독기관이 보건복지부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은 약국의 편의보다는 환자의 정보보호에 더 큰 의미를 부여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대한약사회나 약학정보원은 책임을 명확히 인정하지 않았다. 약학정보원은 IT3000이라는 후속프로그램을 만들어 회원들의 편의에만 집중했고, 당시 대한약사회 집행부는 이전 집행부가 진행한 것이라며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만 보였다.

이번 기각판결에 약학정보원이 항소를 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환자 개인정보의 중요성을 알고 있다면 제대로 된 사과와 재발방지를 위한 새로운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한 것이지 책임 회피와 회원들의 불편 해소에만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에 따라 데이터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되고 있는 만큼 보건의료계에서도 정보보호에 대한 강화된 가이드라인과 대책마련이 필요하다. 특히 환자의 진료정보에는 개인 신상을 넘어선 정보들이 포함돼 있고, 질병정보 등은 악용될 경우 큰 피해를 줄 수도 있어 신중히 다루고 보호돼야 한다.

때문에 약학정보원은 잘잘못을 따지는 법적분쟁보다는 자신들의 잘못으로 무너진 약국에 대한 환자들의 신뢰를 되찾기 위한 노력이 시급하다는 생각이다. 그것이 환자와 회원 약사들의 피해를 줄이는 길이기 때문이다. kio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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