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고은 시인 떠나라” 수원 광교산 주민들 목소리 높인 까닭은

“고은 시인 떠나라” 수원 광교산 주민들 목소리 높인 까닭은

[친절한 쿡기자] “고은 시인 떠나라” 수원 광교산 주민들 목소리 높인 까닭은

[쿠키뉴스=인세현 기자] 고은 시인은 노벨문학상 후보로 자주 이름이 거론되는 한국의 대표적 문인입니다. 많은 이들이 존경하고 따르는 문학계의 거장이죠. 그런데 최근 고은 시인이 거주하고 있는 수원 상광교동의 주민들이 고은 시인에게 “마을을 떠나라”고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광교산주민대표협의회 소속 광교산 주민들은 지난 21일 장안구 상광교동 고은 시인 주택에서 집회를 열었습니다. 주민들은 “시민의 무상 공간에 거주하는 고은 시인은 당장 광교산을 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죠. 이 지역은 지난 47년간 개발제한구역과 상수원호법 등 이중규제가 적용된 곳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개발에 제약이 따릅니다. 집회에 모인 사람들은 “주민들은 주택 개·보수조차 마음대로 못하는데, 시를 쓰는 문인에게 조례까지 만들어 가며 시민의 혈세를 쏟는 수원시의 의도가 의심이 간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날 주민들은 시가 고은 시인을 위해 주택 리모델링에 9억5000만 원을 들인데 이어 최근 4년간 매년 1000만 원이 넘는 전기료와 상하수도 요금을 내주는 등 시민의 혈세를 썼다고 성토했습니다. 이문형 광교산주민대표협의회 위원장은 “주민들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시가 이행강제금을 매기며 단속하면서 고은 시인에게는 다른 잣대를 적용하고 있으니 주민들의 분통이 터지지 않을 수 있느냐”며 “수원시가 고은 시인에게 주는 특혜에 대해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난감한 것은 수원시입니다. 고은 시인이 수원으로 거처를 옮긴 것은 수원시의 꾸준한 구애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고 시인은 수원시의 꾸준한 요청 끝에 20년간 넘게 머물렀던 안성 생활을 접고 2013년 8월 수원 상광교동으로 이사했습니다. 수원시는 민간인으로부터 매입한 광교산 자락의 주택을 재단장해 고은 시인에게 제공했습니다. ‘인문학 도시’를 표방하는 수원시가 도시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어렵사리 고 시인을 모셔온 것이죠. 수원시에 따르면 고은 시인은 수원을 위해 시를 집필하고 강의를 하는 등 이바지를 하고 있습니다. 수원시는 고은 시인이 시 자산에 거주하는 만큼 시절 유지관리도 시에서 지원하는 것뿐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갈등이 광교수정장 해제 문제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합니다. 광교주민대표협의회가 광교수정장 해제를 두고 수원시와 마찰을 빚자 고은 시인을 공격해 시를 압박한다는 것이죠. 상수원보호구역과 개발제한구역에 묶여 주택 신·증축 및 음식점 영업에 어려움을 겪은 광교 주민들은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며 광교정수장 폐쇄와 상수원보호구역 해제를 수원시에 요구하고 있습니다.

한편에서는 이 같은 논란을 예상하고도 주민들과 충분히 소통하지 못한 수원시 책임이 크다고 이야기합니다. 최근 수원시가 상수원보호구역 해제 절차를 성급하게 추진했다가 환경부로부터 제동이 걸리며 주민들의 분노가 높아졌다는 것입니다. 앞서 고은 시인의 이주에 관해 지역 문인들의 반발이 있기도 했습니다. 지역 문학 지원에 힘쓰는 대신 특정인 위주의 정책만 펼친다는 비판이었죠.

이와 같은 논란 끝에 고은 시인은 최근 수원을 떠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자신을 둘러싼 갈등이 진정되지 않자 심리적 고통을 느낀 것으로 보입니다. 다양한 시각과 이해관계를 고려하지 못한 행정이 고은 시인을 비롯한 많은 사람의 마음에 상처를 남긴 것이 아닐까요.

inout@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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