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배치, 대선 전 어렵다더니 ‘심야 기습강행’…국방부, 말 바꾸기 논란

사드배치, 대선 전 어렵다더니 ‘심야 기습강행’…국방부, 말 바꾸기 논란[쿠키뉴스=정진용 기자] 한미 양국이 밤사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기습 배치했다. 이는 그간 대통령 선거 이전 사드 배치는 어려울 것이라던 국방부 설명과 전면 배치된다. 

주한미군은 26일 0시부터 4시간 만에 경북 성주군 성주골프장에 사드 발사대 6기, 핵심장비 X-밴드 레이더(AN/TPY-2), 요격미사일, 발전기·냉각기 등 장비 대부분을 반입했다. 이날 경찰은 병력 8000여 명을 동원해 소성리 마을회관 앞과 성주골프장으로 통하는 지방도 905호를 통제했다.

경찰이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주민을 무력으로 진압하며 불상사가 발생했다. 주민과 원불교 신자 등 200여 명은 새벽부터 소성리 마을회관에 집결해 도로를 막고 집회를 시작했다. 오전 2시쯤부터 헬멧을 쓰고 방패를 든 1000여 명의 병력이 시민을 강제 해산했다. 이 과정에서 4~5명의 주민이 실신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또 경찰은 주민이 도로에 세워놓은 차량 10여 대의 유리창을 깨고 모두 견인을 해 도로를 뚫었다. 

사드 기습 배치는 국방부가 앞서 밝혔던 내용과 다르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 17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사드 배치가 대선 이후 마무리되는가'라는 질문에 "현재 진행 상황을 봐서는 단기간에 마무리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답했었다. 또 정부가 지난 20일 주한미군 측에 성주골프장을 사드 부지로 공여하는 절차를 마치긴 했으나, 아직 환경영향평가, 시설 설계, 공사 등의 절차가 끝나지 않은 상황이다.

국방부가 국유재산인 경북 성주군 소재 부지를 주한미군에 무상으로 공여한 것은 법적 근거가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무상 공여의 근거가 되는 주둔군지위협정(SOFA)가 국유재산특례제한법에서 따로 규정한 예외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 이에 성주·김천 주민 396명은 지난 21일 서울행정법원에 사드 부지 공여 승인처분을 무효로 해달라며 외교부 장관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냈다. 또 본안 소송 판결이 나기 전까지 공여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집행정지도 신청했다.

국방부의 졸속 진행은 대선을 보름 앞두고 차기 대통령으로 누가 선출되든지 간에 사드 배치를 되돌릴 수 없도록 '알박기'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를 크게 앞선 것으로 나타난 시점과도 맞물린다. 문 후보는 "사드 배치 문제를 차기 정부로 미뤄 국회 비준을 비롯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국방부는 이날 사드 장비가 배치된 것과 관련해 "군사작전은 보안사항이기 때문에 사전에 공지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또 "이번 조치는 가용한 사드배치 일부 전력을 공여부지에 배치해 우선적으로 작전운용능력을 확보하고자 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 후보 측은 이날 "국민의 의사와 절차를 무시했다"며 강력한 유감을 표시했다. 문 후보 선대위 박광온 공보단장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환경 영향평가가 채 끝나기도 전에 장비부터 먼저 반입한 것은 사드 배치가 국민 합의는커녕 기본적 절차도 지키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차기정부에 정책적 판단 여지를 원천 차단했다"고 비판했다.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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