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이냐 끈끈함이냐’ 챔피언 결정전 미디어데이 관통한 키워드

챔피언 결정전 미디어데이 관통한 키워드

[쿠키뉴스 강남=문대찬 기자] 이제 긴 여정도 막을 내릴 준비를 하고 있다. 22일부터 안양 KGC와 서울 삼성이 챔피언 자리를 두고 다툰다. 

20일 강남 KBL 센터에서 2016-2017 KCC 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 미디어 데이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정규리그 우승팀 안양 KGC, 4강에서 오리온을 꺾은 서울 삼성의 감독 및 선수단이 모여 각오를 전했다. 

화두는 역시 체력이었다. KGC가 4강 PO에서 울산 모비스를 3연승으로 가볍게 누른 데에 반해 삼성은 6강 PO부터 4강 PO까지 풀세트 접전을 치렀다. 삼성의 체력적 열세가 분명했다. 

KGC 김승기 감독은 “반대쪽에서 삼성과 오리온이 5세트 접전까지 치렀다. 체력적으로 우리가 우위다. 통합 우승을 할 수 있는 발판을 확실히 만든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삼성 이상민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6강부터 5차전까지 가는 접전을 계속 치렀다. 체력적으로는 열세지만 경기력과 팀워크는 이전보다 끈끈해졌다고 생각한다”며 “체력도 중요하지만 정신력과 집중력이 안양보다는 더 낫다고 판단된다. 좋은 경기해 우승하겠다”고 응수했다. 

노익장을 과시한 주희정도 “한 숨 푹 자고 나면 가뿐하다. 체력 문제는 없다”며 체력이 양 팀의 승패를 결정짓는 조건은 아니라는 것을 명확히 했다. 


서로에 대한 경계도 빼놓지 않았다. 삼성의 경계 대상 1순위는 키퍼 사익스와 데이비드 사이먼이었다. 주희정은 사익스에 대해 “스피드로는 이길 수 없다”며 “사익스는 오리온의 바셋과는 다른 성향이다. 외곽슛도 좋아서 약점을 찾으려 해도 찾기 힘들다. 약점이 어딘가에는 있을 거다. 특유의 들뜬 성격을 좀 건드려서 약 올리는 식으로 막아보겠다”며 심리전을 펼칠 계획을 전했다. 

이상민 감독은 “안양에 좋은 선수가 많다. 사이먼이 컨디션이 좋기 때문에 경계하고 있다. 누구 하나 방심할 선수가 없다”며 “어제 늦게 경기가 끝나서 제대로 준비를 못했다. 그래도 누구나 약점은 있다. 잘 준비해 꼭 이기겠다”고 말했다. 

김준일 역시 “1쿼터 (오)세근이 형을 괴롭히고 2쿼터 크레익에게 바통 터치를 하겠다. 4쿼터에 내가 마무리 짓겠다”며 최선을 다해 오세근을 공략할 계획을 밝혔다. 

시즌 초반 마이클 크레익에 고전한 오세근은 “처음에는 크레익의 성향을 알지 못해 당황했다. 하지만 계속 연구하다보니 대략 성향을 파악하게 됐다”며 “준일이는 나만 만나면 거칠게 하는 것 같다. 준일이나 크레익에게 지지 않기 위해 있는 힘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양희종도 “(문)태영이 형과 많이 부딪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경기의 일부분이라 생각한다. 챔프전에도 그런 경우가 많이 나올 것 같긴 한데 웨이트를 열심히 해서 단련하겠다”며 또 한 번의 신경전을 예고했다.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는 가운데 KGC 양희종이 재치 있는 입담으로 좌중의 분위기를 누그러뜨렸다. 이상민 감독, 주희정과 농담을 주고받으며 웃음을 자아냈다. 

양희종은 “삼성이 올라오길 바랐다. 태술이를 밟고 올라가는 재밌는 생각도 했다”고 운을 뗀 뒤 “완벽한 조직력으로 좋은 경기 펼치겠다. 원정에서 우승할지 홈에서 우승할지 생각 중이다”며 삼성을 도발했다. 

이에 주희정과 이상민 감독도 응수했다. 주희정은 “KT&G 시절에는 안 그랬는데 수비가 더티(dirty)해진 이유가 무엇이냐”고 질문해 양희종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이상민 감독 역시 “(양)희종이를 보면서 우리 선수들에게 너무 착하게 경기한다고 말해줬다. 그렇다고 희종이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며 간접적으로 양희종을 공격했다. 

이에 양희종은 “내 수비는 더티하지 않다. 합법적인 수비라고 생각한다. 의도치 않게 부상이 나와 아쉽지만 그렇다고 몸싸움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챔프전에서도 적극적인 몸싸움을 벌일 것임을 예고했다. 

이어 “우승을 하면 팬 20분을 뽑아 한우를 사겠다”고 말하면서도 “팀이 조금 지원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체력이냐 끈끈함이냐’ 챔피언 결정전 미디어데이 관통한 키워드인터뷰 말미 챔프전을 향한 나름의 굳은 의지도 보였다. 김승기 감독은 “내가 이상민 감독보다 나은 점은 없다”면서도 “코치 경험이 많은 것은 이점이다. 이를 살려 우승하겠다”며 각오를 전했다. 

이에 이상민 감독은 “내가 사령탑 경험이 적은 건 사실이다. 그러나 선수 생활을 하면서 챔프전 경험이 많다. 팀에도 우승 반지를 낀 선수들이 많다. 이런 경험이 분명 챔피언 결정전에서 도움이 될 것이다”며 은근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쌍둥이 아빠가 된 오세근은 “결혼하기 전과 아빠가 됐을 때 마음가짐이 다르다. 신경 써야 될 것이 많아서 경기에 영향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아이를 보면 힘이 난다”며 한 가장의 아버지로서 책임을 다해 경기에 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5월 8일 상무 입대를 앞둔 김준일은 “휴식 시간이 줄어들더라도 7차전까지 가서 꼭 우승 반지 끼고 입대하겠다”며 우승을 향한 의지를 불태웠다. 

챔프전 승부의 향방에는 각자 생각이 달랐다. KGC 선수들은 5차전 홈에서 우승을 누리겠다고 했지만 삼성은 홈 ·원정을 가리지 않는 7차전 끝장승부를 예상했다. 김준일은 “진흙탕 싸움으로 우승하고 싶다”고 했고 주희정 역시 “7차전까지 가서 우승하고 싶다. 재미와 흥행 모두 보장하겠다”며 치열한 접전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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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태현 기자 pt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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