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리뷰] '특별시민' 치열한 선거전 앞에서 우리가 마주하는 고민

'특별시민' 치열한 선거전 앞에서 우리가 마주하는 고민

[쿡리뷰] '특별시민' 치열한 선거전 앞에서 우리가 마주하는 고민[이은지 기자] “제 판단이 틀렸으면요?” “맞고 틀린 게 어딨어, 이 판에.” 영화 ‘특별시민’(감독 박인제)속 대사다. ‘이 판’은 정치판이다. 끊임없이 주고받고, 받지 못하면 주지도 않는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고, 오늘의 동지가 내일의 적이 되는 정치판. ‘특별시민’은 그 정치싸움이 가장 치열하게 격돌하는 서울시장 선거를 배경으로 정치판의 인간 군상을 그린다.

최대 커리어가 입냄새 제거제 광고인 광고계 종사자 박경(심은경)은 현 서울시장 변종구(최민식)를 아낌없이 지지하지만 쓴 소리도 해야 한다고 믿는 유권자다. 우연한 기회로 변종구의 선거 캠프에 합류한 박경은 변종구의 서울시장 3선을 열렬히 돕는다. 온라인 플랫폼에 가장 특화돼있는 나이이니만큼 기상천외한 마케팅으로 변종구의 지지율을 높이면서도 자신이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믿는다.

심혁수(곽도원)는 스스로의 말을 빌리면 “기어 다니다가 이제 겨우 걷기 시작한” 재선 의원이다. 여당 안에서 다음 대권 주자인 김 의원과 김 의원을 쳐내고 차기 대권 주자로 서고 싶어 하는 변종구 사이에서 끊임없이 줄을 탄다. 박경을 가장 주의 깊게 지켜보는 것 또한 심혁수다. 어느 순간 자신의 판단이 틀렸을지도 모른다며 갈등하는 박경에게 “이미 손에 똥 묻힌 거다”라며 제동을 걸기는커녕 그대로 가던 길을 가기를 강요한다.

변종구는 이들 중 가장 줄타기에 능숙한 이다. 어린 박경의 신념에 감탄하며 제 초선의원 시절 시계를 쥐어주다가도, 딸마저 선거에 이용하는 비정한 아비가 된다. 누군가 제 약점을 공격해 와도 당황하기는커녕 오히려 능숙하게 상대방의 멱살을 쥔다.

‘특별시민’은 여태껏 영화들이 그려내지 않았던 선거전의 인간 군상을 극적으로 그려낸다. 영화 속의 사람들은 과열되고 과장되었을지언정 단 한순간도 지루하지 않다. 변종구 역을 맡은 최민식의 얼굴 떨림은 장면마다 모두 결이 다르다. 주인공인 세 사람 외에도 등장하는 양진주(라미란), 스티브 홍(이기홍), 임민선(류혜영) 또한 변종구의 상대방으로 등장해 순간마다 치열함을 보태며 이야기를 풍성하게 부풀린다. 

잔뜩 부풀려진 이야기 끝에서 관객들은 영화의 끝맺음에 주목하기보다는 ‘선거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겪고 벚꽃대선을 마주한 관객들이기에 더욱 더 그렇다. 오는 26일 개봉. 130분. 15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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