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률 1위 오명 벗자, 의료계 참여 ‘범의료 자살예방연구회’ 발족

[쿠키뉴스=송병기 기자] 의료 관련 학회와 단체 등이 참여하는 ‘범의료 자살예방연구회’가 발족됐다.

대한뇌전증학회는 지난 9일 대한내과의사회와 대한소아과학회, 대한가정의학회, 대한신경과의사회, 대한간호협회 등이 참여하는 ‘범의료 자살예방연구회(이하 연구회)’를 창립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연구회 발족을 주도한 대한뇌전증학회 홍승봉 회장은 “외국과 달리 한국에서는 불행히도 지금까지 자살예방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할 의료계는 제외돼 왔다. 일본은 1년에 3~4회 모든 의사들에게 자살예방교육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홍 회장은 의과대학 졸업 후 34년 동안 단 한번도 자살예방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고 지적하고, 경제협력개발기구 자살률 1위인 한국에서 자살 예방을 위해 의료계가 적극 나설 필요가 있어 연구회가 출범하게 됐다고 발족 배경을 설명했다.

실제 지난 2013년 이후 한국의 자살률은 OECD 1위로, 노인의 자살률도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특히 연구회에 따르면 청소년 사망원인 1위도 자살이며, 하루에 자살로 사망하는 사람이 약 40명 가링이라는 것이다.

또한 연구회가 제시한 자료에 의하면 신체 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 자살률이 높고, 자살한 사람들의 심리부검 결과 80~90% 가량이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홍 회장은 “자살하는 사람들의 80% 이상이 자살하기 한달 이내에 여러 가지 신체 증상으로 병의원을 방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살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홍 회장은 “문제는 의료현장에 자살고위험군 환자의 응급대처 프로그램이 없다는 점이다. 자살하려고 준비하고 있는 환자를 발견해도 대처할 준비가 안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범의료 자살예방연구회는 모든 병의원에서 ‘자살예방 프로그램’과 전국적인 ‘자살예방 캠페인’을 실시해야 한다며 4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우선 병의원(의료기관)을 찾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우울증 스크리닝을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기분이 가라 앉거나 우울함 ▲흥미나 즐거움을 느끼지 못함 등 우울증의 두 가지 주요 증상에 대해 확인하고, 이 중 하나 이상이 양성일 때에는 9가지 우울증 증상(PHQ-9 우울척도)에 대해 확인해 우울증 스크리닝을 실시한다. 이어 주요우울장애 또는 중등도-심한 우울증으로 진단되면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두 번째로 연구회는 병의원을 다니는 모든 환자들에게 자살을 생각하고 있거나 시도한 적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연구회 측은 보건복지부와 중앙자살예방센터가 대형병원들과 지역에 자살고위험군을 위한 자살예방 코디네이터를 육성하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자살 코디네이터는 자살고위험군(Mini-suicide scale 점수 10점 이상)을 즉시 면담하고 자살예방 프로그램에 등록시킨 후 모니터링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연구회는 자살예방 교육 및 캠페인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 대한의사협회, 중앙자살예방센터가 전체 의료인들을 대상으로 시급히 자살예방교육을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홍승봉 회장은 “우울감과 자살사고는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흔한 병이다. 우울감이나 자살사고가 발생할 때에는 반드시 주위의 병의원을 찾아가서 상담을 해야 한다. 내과, 소아과, 가정의학과, 산부인과, 신경과, 정신과 등 구분이 없이 가면 된다. 범의료 자살예방연구회는 다양한 자살예방 대책을 제안할 것”이라며 보건복지부, 중앙자살예방센터,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의 적극적의 협조를 촉구했다. songb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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