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송병기] 인천성모병원의 노조파괴 민낯

[기자수첩/송병기] 인천성모병원의 노조파괴 민낯[쿠키뉴스=송병기 기자] 지난 2015년 4월께 30여년 경력의 간호사는 인생에서 가장 큰 좌절을 겪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인천성모병원 지부 노동조합 대표자를 맡은 홍명옥 전 지부장은 병원 측으로부터 온갖 모욕과 괴롭힘, 소위 말하는 집단 왕따에 시달렸다.

보건의료노조 등에 따르면 당시 홍 전 지부장은 2015년 4월6일부터 10일까지 다수의 직원들로부터 “얘기 좀 하자”, “언론보도에 대한 입장 표명을 왜 하지 않느냐?”, “밖에서 기다리겠다”, “당신이 병원을 대표하는 노조 지부장이에요?”, “인증 준비는 제대로 하세요?”, “직원들은 이렇게 밤낮으로 뺑이치고 있는데…”, “그렇게 불평만 많고 원망하고 이런 마음만 가득 차 있으면 지옥 가는 지름길이야, 너!” 등의 소리를 들어야 했다.

환자가 보는 앞에서 혹은 출근 직후나 퇴근 직전 이러한 상황을 자주 겪다 정신적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특히 또 누가 또 자신을 괴롭힐까 두려움을 느꼈다. 결국 홍 전 지부장은 2015년 4월13일 출근 중 병원 앞에서 쓰려졌고, 자신이 일하던 병원이 아닌 다른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당시 3개월 가량의 정신과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홍 전 지부장은 병원 측의 지나친 돈벌이 경영, 노조 탄압 중단을 촉구하며 항의 하다 결국 징계해고를 당했다. 이후 홍 전 지부장은 지난 1년 8개월이 넘게 인천성모병원의 노조 파괴에 맞서 싸워왔다.

지난 2015년 19대 국회 국정감사에서 인천성모병원 사태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는 성과를 냈고, 2015년 9월에는 인천성모병원 사태 해결을 외치며 직접 로마의 교황청으로 날아가 교회가 직접 나서야 한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동안 병원 측은 그 어떤 해명도 하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했다.

결국 법원이 인천성모병원의 위법사실을 인정했다. 홍명옥 전 지부장이 병원 관리자들로부터 집단 괴롭힘을 당했다며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법원은 노조 대표자에 대한 집단괴롭힘은 위법하다며 홍명옥 지부장에게 위자료 990만원을 병원 측이 지급하라고 지난 13일 판결했다.

판결문에서 재판부는 “상부의 지시 등에 의하여 조직적으로 이루어진 집단방문이 예상하지 못한 시간에 반복하여 상당한 기간 동안 이루어진 것 자체로도 정신적 고통을 느꼈을 것임은 명백하고, 중간관리자들을 통하여 이와 같은 단체방문이 계획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병원 측이 조직적으로 여러 직원을 동원해 노조 대표자에 대한 집단 괴롭힘을 자행했다는 것과 병원 측이 조직적으로 노조파괴에 직접 나섰다는 것을 인정한 것에 다름없다.

그동안 병원 측은 노조가 주장하는 집단 괴롭힘은 직원들의 개별적인 항의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여러 가지 증거와 정황으로 볼 때 “중간관리자들을 통하여 단체 방문이 계획된 것”이라고 보고 이는 ‘공동불법 행위’라고 판단했다.

특히 법원은 학교법인 가톨릭학원(이사장 염수정) 및 병원장인 이학노 신부, 강민규 인사노무부장, 신경옥 전략기획처장 등에게 그 책임을 물어 피해자에게 배상하라고 판시했다.

앞서 본지가 지난 2015년 관련 사실을 꾸준히 보도했을 당시 병원 관계자는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이렇게 말했다. “전혀 사실이 아니다. 집단괴롭힘은 없었다”고 해명한 바 있다. 또한 병원 측은 병원장인 이학노 신부와도 무관하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당시 병원 관계자는 “집단괴롭힘 사건과 관련해 보고받은 적이 없다. 현재로서는 보건의료노조의 주장에 대해 밝힐 수 있는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법원은 인천성모병원의 조직적인 위법사실을 인정했고, 병원장인 이학노 신부 등이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결국 노조파괴를 조직적으로 자행한 인천성모병원의 민낯은 법원의 판결로 드러났다. 노조 파괴를 위해 한 개인에게 해서는 안될 위법행위를 저질렀으며, 전혀 그러한 사실이 없다고 부정한 것 또한 거짓임에 드러났다.

“병원은 가톨릭의 이념을 외면하고 돈벌이 경영을 위해서 노조를 파괴하고 노조 지부장을 집단 괴롭힌 사실과 잘못을 인정하고 즉각 전 직원과 사회에게 사과해야 한다”는 홍 전 지부장의 말처럼 노노파괴 민낯이 드러난 인천성모병원은 병원장인 이학노 신부가 직접 사과를 해야 하지 않을까? songb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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