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리뷰] '아수라' 악인들이 만들어낸 찝찝한 내러티브

[쿡리뷰] '아수라' 악인들이 만들어낸 찝찝한 내러티브
[쿠키뉴스=이은지 기자] 여기 네 명의 남자가 있다. 이들을 선한 사람이라고는 부르기 어렵다. 자신의 목적을 따라 사람을 죽이는 것도, 혹은 누군가에게 피해를 입히는 것도 서슴지 않는 이들이 서 있는 곳은 흡사 지옥도와 같다.

영화 '아수라'(감독 김성수)는 가상의 도시를 배경으로 한 영화다. 제 2의 분당을 꿈꾸며 재개발을 유치하고싶은 시장 박성배가 있다. 도시 재개발에는 각종 이권들이 얽혀있다. 박성배의 하수인이자 각종 악한 일은 도맡아 하는 형사 한도경(정우성). 박성배의 이복 동생을 아내로 맞은 한도경은 박성배가 직접 하기 힘든 일들을 해낸다. 암에 걸린 아내가 병원에 있어 금전적 도움이 절실한 지금은 더더욱 그렇다. 그러나 한도경의 인생은 뜻대로 풀리지 않는다. 사건을 해결한 후 박성배의 수행비서로 들어가려고 했지만 자신의 동료를 실수로 현장에서 죽이며 일이 꼬여간다. 대신 제 부사수 문선모(주지훈)를 박성배의 아래로 들여보낸다. 문선모는 200만원 남짓한 형사 월급을 받다가 400만원 넘는 수행비서 월급에 벌쭉 웃는다. 그 정도의 순진함을 가진 문선모를 보며 한도경은 속이 끓는다. 

여기에 박성배를 잡고 싶은 검사 김차인(곽도원)이 있다. 정의 때문은 아니다. 윗선에서의 기대, 실적에 대한 압박감이 김차인을 조여온다. 김차인은 박성배를 잡을 건덕지를 찾다가 한도경을 포착한다. 정식으로 박성배와 만난 일만 22번인 한도경은 김차인의 눈에 퍽 커다란 낚시밥이다. 암에 걸린 아내를 두고 외도하는 한도경의 약점을 잡아 박성배가 살인을 교사했다는 증거를 잡아오라고 협박하는 김차인은 검사가 아니라 흡사 악당 같다.

'아수라'는 자신의 욕심 때문에 객관적 악인이 되어버린 남자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누가 봐도 악인인 상황에서도 이들은 거침없이 욕망을 향해 질주한다. 암에 걸린 아내, 시의 발전, 넉넉한 월급, 정의의 구현은 이들의 허울일 뿐이다. 입으로는 서로를 향한 미사여구를 내뱉지만, 사실은 누구보다 더 서로를 경멸하는 이들의 내러티브는 현실적이다.

다만 그 방식이 폭력이라는 점은 안타깝다. 인생에는 개연성이 없다지만 132분의 러닝타임 안에서 네 명의 캐릭터는 꼭 그래야 하는 이유라고는 없이 단순히 자신의 욕망을 위해 사람을 죽이고 변해간다. 남자들의 날 것의 액션을 표방하는 영화에는 날 것만 남아 관람 수위를 높인다. 아무것도 남지 않는 엔딩은 인생의 허망함보다는 다 끝나지 않은 이야기에서 느끼는 찝찝함과 궤를 같이한다. 28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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