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주지훈 "'아수라'? 다섯 남자가 귀엽게 다투는 영화"

[쿠키인터뷰] 주지훈
[쿠키뉴스=이은지 기자] 영화 '아수라'(감독 김성수)의 문선모(주지훈)는 극중에서 가장 섬세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다. 사수인 한도경(정우성)을 대신해 정치인 박성배(황정민)의 수행비서로 들어간 문선모는 처음의 어눌함은 잊어버리고 어느새 맹목적인 악인으로 변신한다. 개연성은 없지만, 처절함은 남는다. "어찌 보면 한도경의 내면을 구현화한 인물 같기도 해요." 최근 서울 팔판동에서 만난 주지훈의 말이다.

"인생이 원래 생각한 대로 흘러가지는 않잖아요. 아마 선모는 박성배에게 갈 때도 깊은 고민을 하고 가진 않았을 거예요.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삶의 분기점은 철저하게 계획된 것보다는 그 순간 뇌리에 박힌 어떤 것에 의해 나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하고, 선모는 저도 모르게 휘말린 아수라장 속에서 자책감과 스트레스, 순간의 화에 의해 상황에 임하게 되는 것 같아요."

피가 튀고 살이 베이는 영화지만 주지훈은 '아수라'를 귀여운 영화라고 표현했다. 19세 미만 관람불가 수위의 잔인한 영화를 "남자 다섯이 귀엽게도 투닥대는 영화"라는 그의 표현은 언뜻 놀랍다. "인간 관계에서 모든 게 오는 영화예요. 서로 비아냥대고, 시기하고, 질투하는 사람들. 그거 아세요? 사람들은 대부분 학교에서 서로 사랑하고 칭찬하고 보듬어주라는 교육을 받아요. 그렇지만 흔히 사람들은 서로 잘못한 것도 없는데 남의 잘된 일을 보고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고, 잘못된 일을 보고 상대적 안도감을 느끼죠." 그 질투는 단순하지만 보편적이다. 참 이상한 인간관계의 시스템을 미묘하게 표현한 영화가 '아수라'라는 주지훈의 설명은 설득력을 띤다. 극중의 질투하는 인간들을 스크린으로 내려다보는 관객들은 그들이 정말로 귀여울 수 있다.

명확한 것을 좋아하는 주지훈에게는 더욱 그렇다. "전 솔직한 사람들에게 매력을 느껴요. 다 까발리는 종류가 아니라 잔머리 안 굴리고, 호불호가 명확한 사람들이요. 사실은 1인데 2인 척 하거나, 억지로 뭘 만들거나 하는 사람들은 싫어해요." 그런데 '아수라'에서는 영 그런 사람들만 나온다. 주지훈이 싫어하는 사람들. "싫어하는 유형의 사람들만 나와서 이를 드러내는 문선모에게 몰입이 잘 됐나 싶기도 하네요. 하하. 수면 위로 드러나는 진심이 하나도 없는 영화예요. 저는 현실에선 그러고 싶지 않아요. 절대로."

주지훈에게 이렇게 밀도 높은 종류의 영화는 오랜만이다. 카메라는 코 앞에 있고, 액션은 크다. 선배들은 쟁쟁하고 영화는 흔들림이 많다. "현장에서도 막 '100회차 찍었으면 좋겠다'고 농담하고 그랬어요. 문선모의 프리퀄 영화가 나왔으면 좋겠을 정도로 애정도가 커요." 영화 속의 수많은 불협화음은 쾌감을 주기 위한 액션이 아니라 상황과 감정을 대변하는 액션과 대사기 때문에 더 좋다고 주지훈은 말했다.

"저는 언제부터인가 어떤 영화를 찍든, 듣고 싶은 평이 고정돼 있어요. '아수라'를 보고 재미있다고 느끼셨으면 좋겠어요. 단순히 웃기거나 잠깐 보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영화를 본 후에 커피라도 한 잔 하러 가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정도의 가슴에 와닿는 재미요. 관객들이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영화를 찍거든요." onbg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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